"부담없이 키워보고 결정하세요" 동물 분양 업체의 수상한 광고
'무료' 홍보한 임시 입양제도, 매장 방문하니 '보증금' 요구
보호소 위장 동물 판매 업체, 임시 입양 막을 근거 없어
- 권진영 기자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반려동물 입양, 고민이라면 부담 없이 키워보고 결정하세요!
한 동물 분양 업체가 '14일 무료 임시 입양제도'를 홍보하며 내건 문구다. 일각에서는 사실상 파양이 전제된 서비스로 동물의 생태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비인도적 발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뉴스1은 해당 업체의 임시 입양제도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지난 13일 직접 매장을 방문했다.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해당 분양 업체의 매장은 복층 구조로 이뤄져 있었다. 무료 임시 입양제도 광고를 보고 방문했다고 하자 직원은 "그건 2층 보호소 애들만 해당한다"며 "여기(1층)에 있는 친구들은 절대 적용이 안 된다"고 했다.
이어 "위에 올라가면 아이들의 흥분도가 높아져 정말로 입양을 희망한다고 하면 따로 사진을 먼저 보여드리고 안내하고 있다"고 했다. 보호소에 있는 동물들은 대부분 파양 경험이 있어 처음 겪을 땐 적응이 다소 어려울 수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직접 보고 결정하겠다고 하자 직원은 2층 보호소로 안내했다. 한 차례 파양을 겪고 보호소에 들어왔다는 5살 난 코리안숏헤어에 대해 문의하자 직원은 처음으로 보증금 이야기를 꺼냈다. '무료'를 전면에 내세웠던 광고에서는 빠진 부분이다.
직원은 "아이를 잃어버릴 수도 있고 다칠 수도 있다. 연락이 두절되는 부분이 있을 수 있어 보증금이 발생한다"고 했다.
보증금 액수는 100만~150만 원 수준으로 임시 입양한 동물을 정식 입양하든 하지 않든 반환된다. 단 입양하는 경우는 별도로 5만 원 상당의 책임 비용이 발생한다고 한다.
직원은 "만약 입양을 결정한 후 파양하는 경우에는 300만~500만 원 이상의 벌금을 물 수도 있다. 그건 꼭 인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벌금 역시 인터넷 광고에서는 언급되지 않은 내용이다.
아울러 일반적인 동물 보호소가 임시 보호 및 입양 절차를 진행할 때 보호자의 신원 및 직업, 집안 환경에 대해 면밀히 질문하는 것과는 달리 업체 직원은 방문자의 정확한 신원을 질문하지 않았다.
동물보호단체는 이런 업태가 일반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동물권행동 카라의 전진경 대표는 "일반적인 동물보호소에도 입양전제 임시보호 및 임신한 동물을 위한 긴급 임시보호 체계는 있지만 이렇게 보증금을 받고 맡기는 경우는 없다"고 했다.
그는 '14일 임시 입양'이라는 체계에 대해서도 "발상 자체가 비인도적일 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동물 생태에 대한 몰이해에서 출발한다"고 비판했다.
해당 광고를 본 반려인들은 동물을 상품화하는 것에 대해 비판적인 반응을 보였다.
동네 고양이를 구조해 키우고 있는 백수진 씨(36·여)는 "반려동물을 생명이 아닌 물건으로 보는 시선이 명확히 읽혀서 매우 불쾌하다"며 "해당 입양 광고에 동물 사진 대신 신생아의 사진을 넣는다면 얼마나 기괴한지 모두가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신 모 씨(29·여)는 "채용전환형 인턴도 아니고 굉장히 무책임하다"며 "14일마다 이동하게 될 동물에게도 적응하기 힘들 것 같은데 인간도 14일 주기로 거주지를 옮기거나 부서이동을 하지는 않는다"고 씁쓸함을 토로했다.
동물의 건강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이우장 수의사는 "통상적으로 빠른 경우 동물은 2주 내에 적응하기도 하지만 (입양한) 동물의 진짜 모습이 나타나는 시점은 오히려 그 뒤일 수도 있다"며 "임시보호는 사회성 발달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지만 2주만 있다 돌아오는 경험이 반복된다면 (동물 입장에서) 혼란스러울 수 있다"고 했다.
해당 업체의 무료 임시 입양을 막을 구체적인 현행법상 근거는 없는 실정이다. 동물보호법 제10조(동물학대 등의 금지)는 "영리를 목적으로 동물을 대여하는 행위"에 대해서만 금지하고 있을 뿐이다. 펫숍 등이 영리를 목적으로 설정한 보증금 제도나 과도한 파양 벌금에 대한 규정 사항은 미비하다.
한주현 법무법인 유한 변호사는 "신종 펫숍들이 법의 사각지대를 이용하고 있지만 이 경우는 특히 더 그렇다"며 "(계약 내용상) 2주 동안 주인으로 동물을 데리고 있다가 유기하는 것과 같다. 조건부로 계약하는 동물 판매 행위 자체를 금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국회에서는 '보호소'로 위장한 신종 펫숍의 영리 목적의 영업을 방지하기 위한 법안이 발의됐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임호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4월 17일 동물자유연대와 함께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영리를 목적으로 피학대동물, 유실∙유기 동물, 사육포기 동물을 기증받거나 인수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보호시설운영자가 아니면서 보호시설로 오인하게 하는 명칭을 사용하거나 광고를 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 골자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대선 공약으로 "불법 번식장과 유사 보호시설을 규제하겠다"며 "보호소를 가장한 영리 업체의 운영과 홍보를 제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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