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집회도, 법원 난입도 'MZ세대' 주도…왜 갈리나
시위 문화 바꾼 '응원봉 부대' vs 폭도로 변한 尹 지지자들
유튜브 등으로 확증 편향 강화…'여성가족부 폐지'로 드러난 젠더갈등
- 박혜연 기자
(서울=뉴스1) 박혜연 기자 = 헌정사상 현직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 기소되는 초유의 사태에서 극명하게 나뉘는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 출생자)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집회에서 많은 2030 여성들이 참여하며 응원봉 등 K팝 문화로 집회 양상을 주도하고 있는 반면, 윤 대통령을 지지하며 일명 '서부지법 사태'를 일으킨 주동자들은 대다수가 2030 남성들이라는 점이 화두에 오른다.
'12·3 비상계엄 사태' 후 이어진 탄핵 정국에서 2030 여성들은 '응원봉 부대'로 불리며 새로운 집회 시위 문화를 만들고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이를 재확산하면서 긍정적인 여론을 형성하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7일 서울시 실시간 도시데이터에 따르면 국회가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처음으로 표결했던 지난 7일 오후 5시 기준 국회 앞에 모인 인파 가운데 20대 여성은 18.9%, 30대 여성은 10.8%를 차지했다. 2030 여성으로만 전체 참가자의 약 3분의 1에 달하는 29.7%를 차지한 것이다.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뒤에도 헌재 앞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는 탄핵 집회에서 2030 여성들의 참여도는 여전히 높다. 민중가요 대신 소녀시대의 '다시만난세계', 로제의 '아파트' 등 익숙한 K팝에 맞춰 춤을 추고 응원봉에 '탄핵' 글자를 써 붙여 흔든다.
'진영 논리'보다는 민주적 가치를 내세우기 위해 기발하고 창의적인 문구로 제작한 깃발들 역시 탄핵 집회의 주요 특징 중 하나다. 인기 캐릭터 '하츄핑'을 패러디한 '탄핵핑'이나 '수능 끝난 고3 연합', '전국 집에 누워있기 연합' 등 재치 있는 사례들이 회자됐다.
한편 윤 대통령의 구속영장 발부를 문제 삼아 지난 19일 새벽 서부지법에 난입하고 경찰관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차량을 공격한 사람들의 절반 이상이 2030 세대라는 점도 눈에 띈다.
경찰에 따르면 18~19일 이틀 간 서부지법과 헌법재판소에서 현행범으로 체포된 90명 중 20·30대는 46명으로 과반(51%)을 차지했다. 성별은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지만 대다수가 남성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법원 후문 담장을 넘어 건물 외벽을 파손하고 돌을 던져 창문을 깼다. 순식간에 서부지법에 난입한 후에는 7층 판사실까지 올라가 구속영장을 발부한 판사를 찾으러 샅샅이 뒤졌다. 당시 현장에서 시위대에 폭행당한 경찰관만 55명이다.
실제로 윤 대통령이 체포되기 전 용산구 한남동 관저 앞에서 열리던 탄핵 반대 보수집회에서도 2030 세대 참여율이 높아지던 상황이었다. 집회 주최 측은 '2030들도 탄핵을 반대한다'고 강조하면서 참여를 더 독려하기 위해 청년들을 발언대에 우선적으로 세우거나, EDM과 같은 클럽 음악을 틀기도 했다.
과거에는 젊은 층은 진보, 나이 든 세대는 보수라는 인식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윤 대통령 탄핵을 둘러싸고 극명하게 갈리는 2030 세대 모습에 그 배경과 원인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인터넷 커뮤니티 문화와 유튜브로 인해 확증 편향적 성향이 강화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반페미니즘 정서를 비롯한 젠더 갈등 문제가 기저에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윤 대통령이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으로 2030 남성들의 지지를 많이 받았던 만큼, 탄핵 집회를 주도하는 2030 여성들 모습에 2030 남성층이 위기 의식을 느낀 것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최근 청년 보수층 결집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유튜브 '신남성연대'는 반페미니즘을 표방하며 인기를 끈 대표적인 채널이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젠더별로 2030 남자들은 상대적으로 보수, 여성들은 진보 심리로 양극화되고 있다"며 "프레임 효과가 작동되다 보니까 어떻게든 자기들이 선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적이고 악이라는 식으로 흘러가는데 우리 사회가 어떻게 같이 살아가는 사회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hy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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