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시간 쇼츠 찍고, 교과서 대신 스마트패드…광고 속 요즘 학교

교사들 "코로나 이후 학내 전자기기 활용 빈도 높아져"
"수업 방해·몰카 우려…올바른 사용 가이드라인 필요"

한 휴대폰 광고에 학생들이 학교에서 춤 영상을 촬영하고, 스마트패드에 필기를 하는 장면이 담겼다. 사진은 삼성전자 '갤럭시 Z플립5' 광고 영상 갈무리.ⓒ 뉴스1

(서울=뉴스1) 남해인 기자 = # 교복을 입은 학생이 쉬는 시간 학교에서 자신의 '폴더블 폰'을 반쯤 펼쳐 '셀카 모드'로 설정한다. 이 학생과 친구들은 쇼트폼(짧은 영상) 콘텐츠로 유행하는 춤을 추며 '챌린지' 영상을 찍는다. 최근 방영되고 있는 삼성전자의 갤럭시 z플립5 광고 영상에 등장하는 모습이다.

이 광고에는 한 학생이 수학 문제를 푸는 장면도 나온다. 책상 위에는 종이 교과서 대신 스마트패드가 세워져 있다. 귀에 무선 이어폰을 꼽은 학생은 손에 쥔 스마트 펜슬로 문제집 파일이 띄워진 패드 화면에 별표를 그린다.

17일 교육계에 따르면 학교에서의 전자기기 사용이 엄격히 금지됐던 과거와 달리 '요즘 학교'에선 일과시간에 전자기기를 사용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서울 강남구 소재 고교에 재학 중인 이모군(16)은 "반 학생 절반 정도는 수업 시간에 스마트 패드로 필기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교과서 파일을 구해 패드에 내려받아 사용하면 번거롭게 책을 여러 권 들고 다니지 않아도 돼서 편한데 가끔 (인터넷 등) 딴 길로 새기도 한다"며 멋쩍게 웃었다.

원격수업 모습. (뉴스1DB) ⓒ News1 박정호 기자

현직 교사들은 코로나19 유행 이후 학내 전자기기 사용이 본격 일상으로 자리잡았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 은평구 소재 고교 교사인 이모씨(28)는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업 체제에 돌입하면서 학생들이 '줌'(영상 회의 플랫폼) '유튜브'(영상·생방송 플랫폼)와 같은 플랫폼에 익숙해지고, 전자기기를 평소 자유롭게 사용하다보니 교실에 돌아와서도 그대로 사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소재 고교의 22년차 교사 A씨(52)도 "시간이 흐르며 점차 수업에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전자기기 사용을 허용하는 분위기가 됐지만 코로나19 이후 급격히 사용 빈도가 늘어난 건 맞다"며 "한 학생이 복도에서 무선이어폰을 끼고 환하게 인사한 적 있는데 뭐라고 할 수 없어 난감했다"고 말했다.

전자기기를 활용해 함께 콘텐츠를 만드는 또래문화가 활성화되고, 스마트 패드를 활용해 공부하는 등 장점이 있지만 현장 교사들은 학생들이 전자기기를 남용하는 경우 제지하기 어렵다며 고충을 토로한다.

A교사는 "수업 시간에 교과서 대신 스마트패드에 필기를 하는 학생들이 있는데 잘 쓰는 학생들 필기를 보면 감탄한다"면서도 "스마트패드를 세워놓고 수업을 듣는 학생들은 화면에 뭘 띄워놓고 있는지 알 수 없어 딴짓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학교에서의 전자기기 사용에 대한 명확한 교육부·교육청 차원의 가이드라인이 없어 교사들이 사용을 금지하거나 기기를 압수할 근거도 부족하다는 게 교사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수업 중 휴대전화 사용 금지 원칙을 명시한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가 지난달 제정되면서 교사는 수업 중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학생에게 주의를 주고 이에 불응할 경우 휴대전화를 압수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학교에서 여러 전자기기 활용 양상을 포괄하기에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현장에서는 나온다.

다양한 전자기기를 사용하는 게 '뉴 노멀'(시대 변화에 따른 새로운 기준)이 된 만큼 단속에 치우치기보다는 올바른 사용에 관한 가이드라인 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 교사는 "학교에서 무분별하게 전자기기를 사용할 경우 몰래 촬영하기, 녹음, 수업 방해 등 문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며 "바람직하게 사용하는 학생들도 있기 때문에 현장의 여러 상황들을 고려한 가이드라인이나 인식 개선 활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hi_na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