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권에 가로막힌 간호법…간호계 단체행동 어디로 가나

복지부 장관, 재의요구권 건의 발표…윤 대통령 수용할 듯
총선 이후가 간호법 재추진 현실적 판단…중재안은 거부

간호협회 임원들이 15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간호협회 앞에서 간호법 제정을 촉구하며 7일째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앞서 국민의힘과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간호법 거부권(재의 요구권) 행사를 건의한 상태다. 윤 대통령은 오는 16일 열리는 국무회의에서 당정의 의견을 수용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시한은 오는 19일까지다. 2023.5.15/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서울=뉴스1) 음상준 보건의료전문기자 = 간호계 숙원사업인 간호법 제정안이 최종 문턱을 넘지 못할 전망이다. 16일 열리는 국무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안건으로 올라온 간호법 제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간호법 제정안은 어렵게 국회 본회를 통과했지만, 다른 직능단체의 강력한 반발과 정부·여당의 반대로 공포되지 못할 처지에 놓였다. 하지만 간호법을 둘러싼 논란은 지금이 시작이라는 분석이 많다.

간호계 한 관계자는 "이번 일로 간호계가 입은 마음의 상처가 크다"면서도 "간호법은 거부권 행사로 포기할 성격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간협, 기대가 실망으로…파업 대신 '면허 반납·정당 가입'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15일 브리핑(보고)에서 간호법에 대한 재의요구권 건의 방침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자, 간호계는 큰 실망감을 나타냈다.

간협은 "(조규홍 장관이 재의요구권 행사를 건의하는 것은) 간호법 반대단체가 주장했던 가짜뉴스 복사판에 불과하다"며 "보건의료 정책을 이끌어 갈 정부가 악의적이고 근거 없는 흑색선전에 근거해 국가 중대사를 결정할 수 있는냐"라고 따져 물었다.

간호법은 법 조항 중 지역사회 문구와 간호조무사 학력 제한 조항 등을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전날 간호법안 관련 입장 발표 브리핑에서 "간호법은 의료현장에서 직역 간 신뢰와 협업을 깨뜨려 갈등이 확산될 우려가 있다"며 "이 경우 제일 중요한 국민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숙원사업이 원점으로 되돌아갔지만, 간호계는 당장 파업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간호계의 가장 강력한 저항수단으로 여겨진 'PA(진료지원간호사·Physician Assistant)' 업무를 거부하는 단체행동도 당장 집행할 가능성이 낮다. 대신 면허증 반납, 정당 가입을 통한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쪽으로 1차적인 의견을 모았다.

앞서 간협이 지난 8일부터 14일까지 회원 10만3743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한 결과, '적극적인 단체행동이 필요하다'라는 응답이 98.6%(10만3743명)에 달했다. 단체행동 방식은 면허증 반납 운동 64.1%(6만7408명), 1인 1정당 가입하기 클린정치 캠페인은 79.6%(8만3772명)이 찬성 의사를 보였다.

병원 근로자 신분인 간호사 여건상 단체행동에 나서려면 부담이 크다. 당장 최후의 수단인 파업을 하는 것보다 간호법 제정안에 대한 여론전과 명분을 쌓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내부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간호협회 간호사들이 지난 12일 오후 서울 동화면세점 앞 세종대로에서 열린 국제간호사의 날 기념 집회에서 피켓을 들고 간호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중재안은 계속 거부…2023년 총선 이후 재추진 가능성

윤 대통령이 간호법을 거부할 경우 이번 21대 국회에서 간호법이 또다시 국회 문턱을 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간호계가 정부와 여당이 제시한 중재안을 받아들이는 방안이 있지만, 간호법이 공식적으로 거부된 상황에서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

앞서 국민의힘과 정부, 대통령실은 지난 9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 간호법의 이름을 '간호사 처우 등에 관한 법률'로 바꾸고 제1조 조항의 '지역사회' 문구를 지운 중재안을 마련했다. 간호법 반대 측 요구를 일부 반영한 셈이다.

김영경 간협 회장은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하면 그에 따라 단체행동에 나설 것"이라며 "현재 단체행동 수위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는 2023년 총선 이후에 또다시 간호법 제정을 추진하는 게 현실적이라는 반응도 많다. 간호계 한 관계자는 "정부와 여당은 간호법에 대해 한쪽 의견만 듣고 간호사에 대해 나쁜 이야기를 많이 했다"며 "그렇다고 간호법이 포기할 수 있는 성격은 전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을 종합할 때 간호사 면허증을 반납해 항의를 표시한 뒤 간호법 제정에 필요한 장기전에 돌입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 간호사 면허 보유자는 약 50만명이다. 이는 보건복지의료연대(의료연대) 약 100만명의 2분의 1 수준이지만, 단합력 측면에선 간호계는 다른 단체를 능가한다. 간호계도 이런 자신들의 강점을 십분 활용하는 쪽으로 움직임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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