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급 400원 올리려 공부 방해' 그 대학생 "나도 약자, 도울 여유 없다"
청소노동자 시위 관련 발언 논란되자 입장글
"학생 수업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진행해야"
- 소봄이 기자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대학 내 청소노동자 집회와 관련 서강대 남학생이 "시급 400원 올려달라고 공부를 방해한다"고 발언해 뭇매를 맞고 있다.
26일 트위터에는 '시급 400원'이 주요 이슈 키워드(핵심어)로 올라왔다. 이는 지난 24일 KBS 뉴스 보도에서 나온 서강대 2학년 백모씨의 발언 내용이다.
앞서 KBS 측은 청소노동자 집회와 관련 대학생들의 생각을 직접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인터뷰에 응한 백씨는 "(학생 수십 명이) 한 시간에 150만원을 쓰고 수업을 듣고 있는 건데 시급 400원 올려 달라고 공부를 방해하는 것은 좀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후 해당 내용이 갈무리돼 트위터로 퍼졌고 누리꾼들의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이들은 "한국 교육이 낳은 괴물", "학습권 침해 운운하기 전에 노동자 생존권 침해하는 사용자 측에 대한 비판이 먼저여야 한다", "정말 멍청하고 몰염치한 발언", "약자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 "남학생 논리에 눈과 귀를 의심했다" 등 공분했다.
이에 대해 백씨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직접 입장을 전했다. 그는 "내 생각은 변함없다. 시끄럽게 시위하는 청소 노동자들을 지지할 수 없다"고 운을 뗐다.
백씨는 "연세대 청소노동자 집회가 우리 학교 상황도 아니고 내 인생이 더 급했기 때문에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며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청소 노동자들이 시끄럽게 시위하는 것은 결국 시급 인상을 요구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본인들의 월급 수준을 향상하기 위해 학생들의 피해를 감수하는 것으로 느껴졌기 때문에, 그 부분에 관해 지적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수업 1시간에 150만원'이라고 주장한 것에 대해 백씨는 "연세대 공대의 등록금이 700만원 수준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 기준으로 수업 차수와 과목 수를 계산해보면 시간당 3만원 정도의 수업료를 지불하고 수업을 듣고 있는 것"이라며 "그러나 청소 노동자들은 400원의 추가 수당을 위해 인당 3만원을 지급하는 수업을 방해한다는 것이 이해 가지 않는다고 표현하고 싶었고, 수업 듣는 인원을 대강 계산해서 150만원이라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청소 노동자들의 총인원을 계산에 넣지 않은 것은 실수라고 인정했다.
백씨의 주장은 청소 노동자들이 학생들의 수업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시위를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학교를 구성하는 주체가 학교, 학생, 청소 노동자라면 청소 노동자와 학생 사이가 멀어지는 것이 청소 노동자들에게도 분명 이득이 아닐 것"이라며 "학생들은 청소 노동자들의 권리를 책임질 의무가 없다. 내가 어느 정도의 사회적 위치에 있는데 약자를 방관하는 것은 문제가 있지만, 내 삶도 이어가기 힘든데 다른 사람들의 임금 인상을 의무적으로 도와야 하는 것은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 "그 사람들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다. 나도 학자금 대출이 1000만원 있고, 한 달 뒤면 1500만원의 대출금이 생긴다"며 "물론 부모님 덕분에 의식주에는 문제가 없지만 통신비, 교통비만 받는 수준이기 때문에 과외비 75만원이 내 수입의 전부다. 하지만 난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백씨는 이번 인터뷰에서 △자본주의에 찌들고 정의감 없는 대학생 △남자들의 사회 문제에 관한 무관심 △명문대생의 학벌 우월주의가 작용했다고 평했다.
먼저 그는 "난 사회적으로 우위에 있는 사람이 상대적인 약자를 돕는 것은 좋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5월에 헌혈한 이후로 헌혈 일정을 계속 잡고 있고 6월에는 마포구 장애인 시설에서 봉사활동 했다"면서도 "청소노동자들이 대학생보다 상대적으로 약자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결국 청소 노동자들과 학교의 갈등에서 피해 보는 건 비싼 돈을 내고 수업 듣는 학생들"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남들에게 피해 주는 것을 사회적 약자라는 이유만으로 정당화해주는 것이 얼마나 관대한 것인지 모르겠다.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의 돈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들'은 그 임금 인상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게 될까?"라고 했다.
또 백씨는 KBS 보도 행태를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어디서 확인한 지 모르는 통계 자료를 대강 제시하고, 서강대 남학생과 이화여대생을 대조시켜 남녀갈등을 불러일으켰다"며 "난 사회 문제보다는 경제, 국제적 문제에 관심이 많고 내 일이 아니면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그러나 이건 '나'라나는 사람에 국한된 것뿐이지, 남자와 여자를 일반화해서 갈등을 만들어내는 게 맞는 건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끝으로 백씨는 "소수자를 이렇게나 배려하는 사람들이 왜 소수 의견은 기를 쓰고 짓밟으려는지 잘 모르겠다"면서 "사실 바이든이나 미국 민주당을 보며 왜 이렇게 자본주의 사회에 경제를 버리고 보편적으로 올바른 가치에 집중할까라는 생각을 정말 많이 갖고 있었는데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고 글을 마무리했다.
동시에 "인터뷰에 관심 가지신 분들 감사하다. 이번 일로 뭔가 되게 많이 느꼈다"며 "서강대 모든 재학생에게 미안하다"고 덧붙였다.
sb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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