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생을 말하다]④ "이준석에 기대감? 재미는 있을 듯"
[일문일답] "90년대생은 디지털 네이티브·탈가치 세대"
"결혼·출산 필수로 생각안해…정치 엔터테인먼트처럼 즐겨"
- 한상희 기자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개인주의적이다' '공정성에 민감하다'….
흔히 '1990년대생'의 특징을 표현한 말이다. 그들은 이에 동의할까. 또 스스로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1990년대생'에 현미경을 들이댄 1994년생이 있다. 'K를 생각한다'의 저자 임명묵씨(28)다.
임씨는 15일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1990년대생의 특징을 좀 더 구체적으로 규정했다.
그는 "90년대생을 노력해도 미래를 개선할 희망이 없는, 불안하고 불만에 가득 찬 세대, 특정한 의미나 가치를 추구하지 않는 '탈가치 세대', 어릴 적부터 정보기술(IT)에 친숙한 '디지털 네이티브'"라고 했다.
-90년대생에 대한 책들이 많이 나왔지만, 90년대생이 직접 쓴 90년대생론은 처음 아닌가. 90년대생만의 특성은 뭐라고 생각하나.
▶20대의 중요한 심리적 특징은 불안과 탈가치적인 경향이다. 계층 세습이 심해지면서 상층에선 경쟁이 심해지고, 하층에선 경쟁에 참여하지 못한 데 대한 좌절이 확산됐다. 여기에 소셜미디어(SNS)나 여러 정보 미디어가 파고들면서 계층 간의 불안감이 극대화됐다. 이게 다시 심리적 불안감을 확산시켰다.
-80년대생과 90년대생은 MZ세대로 같이 묶이지만 비슷하면서도 상당히 다른 것 같다. 90년대생만의 특징을 반영한 하나의 용어를 생각해본다면.
▶정보화, 디지털 네이티브(어린 시절부터 디지털 환경에서 성장한 세대), 그에 따른 탈가치 세대란 말도 좋아한다.
핵심은 인터넷을 언제 접했냐로 많이 갈린다. 평소에 이야기를 해봐도 80년대 후반생 연배들하고는 말이 통하고 동질감을 많이 느낀다.
그런데 85, 84, 83년생으로 내려갈수록 거리감을 많이 느끼게 된다. 00년대생들과 그 뒤는 또 우리(90년대생)와 어떻게 차이를 보일지는 또 지켜봐야 할 것이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비혼이나 저출산 문제 역시 젊은 세대의 탈가치 성향 때문이라고 봤다.
▶보통 우리가 저출산, 비혼에 대해 논의할 때 어려워진 경제적 현실에 대응해서 포기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삼포세대'(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한 세대)란 단어도 이런 차원에서 나왔다.
그런데 사실 포기가 아니라 애초부터 별로 원하지 않게 된 면이 있다. 경제적으로 힘들다고 가족을 안 만들고 자녀를 안 낳을 거면 1951년에는 한국에 사람이 태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당시에는 가족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의무로 생각했기 때문에 실천을 했다.
이에 비해 최근 주변 친구들과 대화를 해보면 결혼·출산을 다른 걸 제쳐두고 해야 될 의무로서 생각하지 않는다.
가족을 만들고는 싶어한다. 의지가 없진 않은데, 가족주의 가치 대신 지금 재밌는 현대 한국에서 사는 것. 한국에서 재밌게 살기 위해서는 돈을 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의무보다) 내 삶이 더 중요해진 것이다. 가족을 만들고 아이를 낳는 건 다음에 여유가 생겼을 때로 미루니까 출산율이 계속 떨어지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결혼·출산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지.
▶(나 역시 내 또래들과 마찬가지로) '결혼을 무조건 해야 한다' '누구라도 어떻게든 잡아서 결혼해야지' 이런 압박이나 의무는 없다. '좋은 사람 나오면 결혼할 수도 있지'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우리 땐 얼마나 못 살았는데 너희는 행복한거다'고 말하는 기성세대들이 있다. 90년대생으로서 반박한다면.
▶맞는 얘기가 어느 정도 있다. 사실 10년 20년 30년 앞에 어르신 내지 형님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이전 세대가 훨씬 더 힘들었던 건 부정할 수 없다.
그런데 사실 불행감이라는 건 객관적 조건의 문제도 있지만 주관적인 문제도 있다. 스스로가 생각하는 기준이 있고, 삶이 그 기준에 맞지 않았을 때 불일치에서 따라오는 불행이 있다.
젊은 세대로 갈수록 앞에 경험들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내 기준에선 이게 맞는건데 왜 앞의 기준을 따라서 우리가 만족감을 억지로 느껴야 해' 라는 식으로 불만을 가질 순 있다.
양쪽 다 타당한 면이 있다고 본다. 서로 이해가 필요한 것 같다.
-'요새 젊은이들은 패기가 없고 진취적이지 못하다'는 말을 하는 경우도 있다.
▶진취적이지 못한 면이 확실히 있다. 현실에서 불안정성을 감수하더라도 크게 바꿔보겠다고 나서는 도전정신이라고 해야 할까. 그러려면 본질적인 결핍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사실 우리 세대가 태어났을 때 한국은 이미 선진국이 됐고 먹고 사는 게 어려운 건 아니었다.
다만 스스로가 생각했던 삶의 기준에 못 미치니까 거기에서 불만을 느끼는 것이다. 그런 불만들의 경우 현대의 미디어나 콘텐츠들이 제공하는 대리만족 수단(웹소설, 웹툰, 드라마 등)에 몰두하면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딱히 진취적으로 무엇을 해내야겠다는 열망을 느끼기 어렵다. 사실 나도 그런 면에선 통하는 것 같기도 하다. '나태'라고 해야 하나.
-20대가 보수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동의하나.
▶보수주의를 추구한다기보단 현정부에 대한 반발, 혹은 자신들에게 가해지는 압력에 대한 반발에 가깝다고 본다. 보수주의는 사실 실천하기 어려운 가치·이념이다. 가족을 우위에 두고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책임을 다할 것을 요구하는 측면이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의 20대가 이야기하거나 소리치는 바는 '우린 그런 거 싫어'라는 감정적 반발이 크다. 따라서 20대를 전통적인 의미의 좌우나 보수 진보로 구분하는 건 맞지 않다.
-'이준석 돌풍'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지난달 이준석 대표와 (신지예 후보와의) MBC 100분 토론을 유튜브에서 직접 시청했다. 거의 5만명 가까이 토론을 보고 있는데, 후보들이 발언을 할 때마다 채팅창이 우르르 뜨는게 인터넷 방송이랑 굉장히 비슷했다.
셀럽들 간에 벌어지고 있는 싸움으로서 소비하는. 사람들이 정치를 엔터테인먼트적으로 즐기고 있는 것 같다.
이준석 대표가 본능적으로 이걸 이해한 건지 아니면 전략적으로 노린 건지는 모르겠지만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대중들이 그것에 호응해서 세력을 만들고 여론을 결집해서 변화를 이끌어내려고 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고.
이런 식의 온라인 엔터테인먼트 소비 방식이 점점 정치나 여러가지 다른 영역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많은 20, 30대 남성들이 이준석 대표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그가 한국 보수정치에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보는지.
▶그건 제가 뭐 답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재미는 있을 것 같다.
-입당 제의받은 적 있는지. 정치인들과도 교류가 있는 것 같아서.
▶아니다. 전혀 받지 않았고 앞으로도 생각없다.
-다음 대통령은 누가 될까.
▶글쎄. 여당에서는 이재명 경기도 지사가 나오고 야당에서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나와서 붙지 않을까. 그런데 한국에서는 한 달마다 세상이 너무 빨리 바뀌기 때문에 예측을 하는 게 의미가 없어 보인다.
한국은 이기는 것에 굉장히 집착하는 사회다. 누가 나왔을 때 승산이 가장 높을까로 바람이 형성되면 여론이 그쪽으로 확 몰려가는 것 같다.
-책에서 현 정부의 주축을 이루는 '586 세대'를 강하게 비판했다. 586 세대에 동의하지 않는 90년대생이 어떤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보나.
▶일단 586세대가 형성해 놓은 세계관을 깨야 한다. 사회를 단순하게 강약 선악으로 파악해 한국에 복잡하게 얽혀 있는 시스템을 '강'(强)에다 놓고, 그 시스템의 수혜를 받은 자신들을 약자, 순결한 피해자로 상정하는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한국 역사를 세계적인 맥락에서 이해하고, 사회의 약자들을 위해 급진적 정책을 해야 한다는 식의 주장과 서사들은 접어둬야 한다.
한국 사회는 지금 상층과 하층의 급속한 계층화와 경직된 교육과 노동시장 구조라는 문제에 직면해 있다. 한번 그 트랙에 들어가면 그 트랙대로 계속해서 살 수 밖에 없는, 한번 중소기업 들어가면 계속 중소기업에서 한번 대학교에 들어가면 계속 그 학벌에 얽매이는 구조다.
좀 더 유연하고 유동성이 높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현실적이고, 조심스러운 접근법이 필요하다.
임씨는 오는 8월 학부를 졸업한다. 졸업 후에는 서울대 대학원 석사 과정에 진학해 중동에 관해 공부할 예정이다. 책은 계속 쓸 계획이다. 다음 책으로는 19세기 영국과 러시아가 중앙아시아를 둘러싸고 벌인 패권 경쟁에 관한 대중 역사서를 준비 중이다.
임씨에게 장래 희망을 묻자, 지식 콘텐츠를 생산해 SNS 등을 통해 한국 사회에 재밌게 공급하고 싶다고 답했다.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 90년대생다운 답변이었다.
angela02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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