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운동 30년…"할머니들 아픔 얼마나 치유됐을까"

[정의연 논란이 남긴 숙제]② ‘피해자 중심주의’ 현실
"피해자도 모르는 '배상' 초점…30년전 지향점 되새겨야"

12일 서울 마포구 위안부 피해자 쉼터 ‘평화의 우리집' 앞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0.6.12/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이승환 박종홍 기자 =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들과 정대협(정의기억연대 전신)은 함께 숱한 만남과 연대를 거치면서 피해자들도 변하고 우리도 변하면서 우리의 운동을 변화시켰다."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013년 이화여자대학교 젠더법학연구소를 통해 발표한 글의 일부 내용이다. 윤 의원이 당시 직함이었던 '정대협 상임대표' 자격으로 특별 기고한 글이다. 제목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진실, 정의, 배상실현과 재발 방지를 위하여'다.

그로부터 7년이 지난 2020년, 윤 의원이 '피해자와 함께 변화시켰다'는 '위안부' 운동은 격렬한 논란과 비판을 불러 일으켰다. 그가 이사장을 지냈던 정의연은 회계부정과 기부금 횡령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이까지 발생했다.

◇정의연 '위안부' 운동 대변…"의문 들었다"

'제국의 위안부' 저자 박유하 세종대 교수는 올해 정의연을 둘러싼 논란 전부터 '위안부' 운동에 문제를 제기해왔다. 최근 한 언론은 "15년 전부터 정대협 비판한 교수"라고 그를 소개했다.

박 교수는 이에 앞서 2016년 1월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위안부 문제가 20년 이상 해결되지 않는 이유를 고민했다"며 "지원단체의 운동 방식이 옳았는가 의문이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지원단체 대변인들의 생각이 할머니들의 생각처럼 알려졌지만 목소리를 내기 꺼리는 할머니들도 많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단체의 대의가 크게 의심받지 않던 시기였다. 학계와 언론도 정의연을 비롯한 '위안부' 피해자 단체를 겨냥해 비판하는 데 지나치게 신중했다. 정의연의 활동은 사실상 '위안부' 운동 전체를 대변하는 분위기였다.

박 교수는 최근 <뉴스1>과의 통화에서 "'원점'으로 돌아가 '위안부' 운동 방식을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위안부'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바탕으로 운동 방식을 정해야 했는데 지원단체가 과연 '위안부'를 제대로 이해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했다.

박 교수는 "정의연의 기본적인 운동 내용과 방식에 문제가 많다고 생각해왔다"고도 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6일 오전 대구 중구 서문로 희움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에서 열린 '대구·경북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추모의 날' 행사에 참석해 먼저 세상 떠난 할머니들 앞에서 울분을 토로하고 있다. 2020.6.6/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위안부' 문제를 정확하게 이해하려면 피해자 얘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지원단체 대변인들의 생각이 할머니들의 생각'처럼 받아들여지는 건 아닌지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의 사례는 시사적이다. 그는 기부금 의혹을 폭로하며 윤 의원을 직설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이 할머니는 정의연의 수요집회를 향해 "없애야 한다. 참가한 이들이 낸 성금이 어디에 쓰이는지 모른다"며 "할머니들한테 성금을 지원한 적 없다"고 주장했다.

이 할머니의 이런 행보를 놓고 갑론을박이 여전하다. "법원 판단이 나오기 전까지 할머니의 주장을 '사실'로 간주해선 안 된다"는 의견도 팽팽하다. 그렇다고 해도, 이 할머니가 정의연의 '위안부' 운동 과정에서 소외감을 느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의연 '위안부' 운동 과잉 대표, 정리 필요"

윤 의원의 기고 글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진실, 정의, 배상실현과 재발방지를 위하여'에서는 구절 하나가 눈에 띈다. "조직화된 여성운동이 90년대에 들어와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공동과제로 함께 대응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위안부' 피해자들이 한국의 여성운동의 중심으로 들어온 것이다"는 대목이다.

'위안부' 피해자가 여성운동의 중심으로 들어섰다고 해도 그 운동의 주체가 되지 못했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렵다.

박 교수는 "'위안부' 문제 해결 운동의 목적은 일본의 사죄와 보상을 통한 피해 할머니의 '마음의 평화'였을 텐데 정의연의 활동은 할머니들조차 해당 내용을 제대로 잘 모르셨던 '법적 배상'에 초점이 맞춰졌다"고 말했다.

윤상철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도 비슷한 의견을 제시했다. 윤 교수는 "'위안부' 운동은 단체가 아닌 피해자 중심으로 진행돼야 한다"며 "정의연 자체가 '위안부' 운동을 과잉 대표한 측면이 있고 또 그런 식으로 확장했기 때문에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윤 교수 역시 '위안부' 피해자 중심의 운동을 강조했다. 그는 "생존한 피해 할머니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방향으로 지원 단체가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면서도 "현 상태의 정의연이 이를 수행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2020.6.12/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윤 의원은 정대협 총무 시절인 1997년 한국논단에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운동의 현주소'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 "우리 민족이 그들('위안부' 피해자)의 아픔을 치유하고 감싸야 한다. 이를 통해, 늦긴 했지만 피해 할머니들이 어렵고 힘든 삶의 질고와 상처를 치유하고, 진정한 의미에서의 해방을 실현시킬 수 있어야 한다."

윤 의원이 해당 글 마지막 문단에서 촉구한 '위안부' 운동의 지향점이다. 지난 30여년 동안 한국의 '위안부' 운동에는 진정성이 있었던 걸까?

시민들은 정의연과 윤 의원, 정부, 그리고 우리 사회에 아프게 묻고 있다.

mrl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