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다고 적성검사 놓치면…나도 모르게 '무면허 운전자'

서울시 지난해에만 적성검사 놓쳐 운전면허 취소 약 4만명
"우편등기 문제점도…잊을까 걱정되면 정보공개 동의해야"

(서울=뉴스1) 맹선호 기자 = # 의류매장을 운영하는 김서원씨(53·여)는 지난달 24일 오후 2시쯤 도봉운전면허시험장을 찾았다. 그는 "작년 12월쯤 강북구의 한 영화관 뒤편 일방통행 길을 잘못 들어 딱지를 뗐다"며 "면허증을 내니 갱신 기간이 지났다고 경찰이 알려줬다"고 말했다. 이날 그는 적성검사를 보고 과태료 고지서를 받았다.

# 같은 날 남양주에서 서울 도봉구까지 찾아온 양모씨(61·회사원)도 적성검사를 받았다. 그는 "3월 초 초등학교 동창과 놀러 가려 12인승 승합차를 렌트하러 갔다가 적성검사 기간을 놓친 사실을 알게 됐다"며 "렌트하다가 알게 돼 다행"이라며 안도했다.

두 사람은 다행히 적성검사 갱신 기간이 지난 지 얼마 되지 않아 과태료만 냈다. 갱신만료일부터 1년이 지나면 과태료 수준이 아니라 면허가 취소된다.

경찰청에 따르면 적성검사를 받지 않아 면허가 취소된 사람이 2015년 전국에서 총 4만246명에 달한다. 이는 전체 면허 취소된 20만3769명의 약 20%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처럼 적성검사를 받지 않아 면허취소를 당한 사람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2013년 2만5290명, 2014년 3만5300명, 2015년 4만246명이었다. 지난 1~2월에만 8879명이 같은 이유로 면허가 취소됐다.

서울 시내 일선 경찰서 관계자는 "적성검사 기간을 놓쳐 무면허운전자가 된 사람을 한 달에 5건 이상 본다"며 "고의로 무면허 운전을 하는 사람보다 몰라서 무면허운전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서울 마포구 서부운전면허시험장을 찾은 시민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1종 면허 소지자…갱신 만료일 1년 지나면 면허 취소

적성검사 기간이 지났다고 무조건 면허가 취소되는 건 아니다.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1종 면허 소지자는 적성검사 만료일 다음 날부터 1년이 지나도록 정기적성검사(도로교통공단 시행)를 받지 않으면 면허가 취소된다.

적성검사 기간이 지난 후 1년간은 취소유예 기간이다. 김씨나 양씨처럼 취소유예 기간에 적성검사를 받으면 과태료만 내면 된다.

과태료는 기본 3만원(1종면허)과 2만원(2종면허)이다. 도봉운전면허시험장 관계자는 "과태료 고지서를 받고 10일 이내에 지불하면 사전납부제도의 혜택이 적용된다"며 "각각 20%씩 할인돼 1종 면허 소지자는 2만4000원, 2종 면허 소지자는 1만6000원을 납부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김 씨와 양 씨는 사전납부제도의 혜택을 받아 2만4000원만 냈다.

◇적성검사 기간과 방법은?…1종 면허 10년 되는 해, 나이·면허 차이도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2011년 12월9일 이후 운전면허 취득자는 합격한 날부터 10년이 되는 해에 1종 면허 소지자는 적성검사를 받아야 한다.

65세 이상의 경우 5년마다 갱신해야 하며 70세 이상 운전자는 2종 면허를 소지해도 적성검사를 받아야 한다. 전국 면허시험장 또는 경찰서 교통민원부에서 절차를 밟을 수 있다.

곽종상 도로교통공단 면허지원부 서무팀장은 "2종 면허 소지자는 신체검사가 필요 없다"며 "취소유예 기간 동안 1종 보통 면허 소지자는 시력검사, 1종 대형 면허 소지자는 신체검사까지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신체검사에서 이상이 없으면 면허를 갱신할 수 있다. 곽 팀장은 "2년 내 건강검진을 받은 기록이 있으면 신체검사를 대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체검사만 필요한 건 취소유예 기간까지 뿐이다. 유예기간이 지나 실제로 면허가 취소됐을 때는 적성시험 안내를 확인하지 못해 몰랐다고 해도 학과시험까지 별도로 치러야 한다.

서울 마포구 서부운전면허시험장에서 장내기능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안 그래도 바쁜데…적성검사 기간 언제, 어디서 확인하나?

가장 간편한 방법은 운전면허증. 운전면허증에는 면허 갱신 기간이 기록돼 있다. 물론 이처럼 간단한 일이지만 깜빡하고 놓친 사람이 해마다 수만명에 이른다.

적성검사를 관리하는 도로교통공단은 최대 8회 시험 안내를 한다. 도로교통공단은 운전면허 갱신 종료일 각각 4개월, 2개월 전에 우편으로 두 차례 사전안내한다.

하지만 실제 참여율은 저조하다. 오재현 도로교통공단 면허민원처 차장은 "보통 4개월 전 1차 안내를 하고 2달 후 2차 안내 명단을 뽑아보면 적성검사를 받은 비중이 10%도 안 된다"고 토로했다.

운전면허시험장에서 만난 김씨도 "우편 통지를 확인했지만 깜빡했다"며 "문자로 보냈으면 좋았을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물론 공단이 문자메시지 안내를 하지 않는 건 아니다. 이메일과 휴대전화 메시지로도 총 6회 안내문을 발송한다.

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통지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메일이나 휴대전화번호 등 개인정보 제공에 사전에 동의해야 사전안내를 받을 수 있다.

만료일이 지나 취소날짜가 가까워지면 주소지 기준 지방경찰청에서 면허 취소 통지를 한다.

경찰청 관계자는 "취소유예기간이 끝나기 두 달 보름 전쯤우편으로 1차 통지를 하고 일주일 후 등기로 2차 통지를 한다"며 "수신인 부재나 전입 신고한 경우에만 3차 통지를 한다"고 밝혔다. 이후 취소유예 기간이 지나면 그때 면허가 취소된다.

이 소식을 들은 김씨는 "그래도 면허가 취소되기 전에 알게 돼 다행"이라며 "다른 사람은 기간을 잘 챙겨서 이런 실수를 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교통 경찰 관계자도 "적성검사 갱신 기간을 확인해 시민들이 불이익을 당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경찰청 면허계 관계자도 "시민들이 면허증을 한 번 취득하면 평생 간다고 착각한다"며 "도로교통공단 홈페이지(http://www.koroad.or.kr)나 이파인(교통범칙금 인터넷 납부 및 교통조사예약 시스템·http://www.efine.go.kr) 홈페이지에서 운전면허서비스신청을 하면 휴대전화나 이메일로 안내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ddakb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