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피자파티' "광장 이용할 권리" vs "사람 도리 져버린 것"

'보수 청년' 600여명 피자 100판 나눠 먹으며 "광화문 광장 시민에게"
유족, 지켜보던 시민들 "유족 조롱하는 짓, 제정신이 아니다"

6일 저녁 7시 광화문광장에서 ´세월호 문화제´가 열리고 있다. ⓒ News1

(서울=뉴스1) 박현우 기자 = 6일 오후 6시50분쯤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 이순신 동상 근처.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세월호 문화제' 준비가 한창이었다. 미리 자리 잡고 앉은 세월호 유족들은 무대를 바라보며 추모 공연이 시작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무대 왼편 끝 관객석에선 중학생 정도의 소년이 플라스틱 그릇에 담긴 육개장을 먹고 있었다. 소년은 육개장 그릇을 무대에 걸린 '세월호 참사 유가족 단식 46일째 특별법을 제정하라'라는 문구가 쓰인 현수막과 함께 나오도록 들고 사진을 찍으며 앉아있던 유족과 시민의 사진을 찍기도 했다.

지나가던 시민이 소년이 먹고 있던 육개장을 가리키며 "좀 전에 '세월호 농성'을 반대하는 의미로 나눠준 것"이라며 "특정 사이트에 '조롱'을 목적으로 올리기 위해 사진을 찍는 것일 수도 있다"고 몇몇 유족에게 귀띔했다.

유족들은 순간 놀라는 모습을 보였지만 "냅둬라. 애가 뭘 알겠냐"며 육개장 먹는 소년을 이제는 볼 수 없는 자식 보듯이 바라봤다.

머지 않아 최근 한 음악 프로그램에 나와 유명세를 떨친 가수 강허달림씨의 무대를 시작으로 문화제가 시작됐다. 무대는 마임 공연, 시낭송 등으로 이어졌다.

한 시간 전인 오후 6시쯤 광화문광장에선 '애국·보수성향 젊은이들'과 시민 600여명(경찰추산)이 모여 피자 100판을 나눠 먹었다.

자비로 이들에게 피자를 제공한 50대 사업가 이모씨는 "몇년간 허위 단식 장소로 사용된 광화문광장을 가족·청년들이 와서 즐길 수 있도록 돌려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취지를 설명했다.

피자를 나눠먹은 '보수 청년'들과 시민들은 6시20분쯤 이씨의 제안으로 다같이 애국가를 부르기도 했다.

이 모습을 보던 일부 세월호 유족들과 피자를 먹던 시민들 사이에서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피자를 먹던 시민 중 몇몇이 유족을 향해 "유족이 벼슬이냐"고 외치기도 했다.

충돌이 있었던 유족은 농성장으로 돌아가며 "제정신인지 의심스럽다. 나이라도 먹은 사람들이 그러면 그러려니라도 하겠는데 젊은 친구들이 굳이 여기와서 저럴 필요가 있나 싶다"며 "농성을 하는 게 유족만을 위해서 하는 게 아니고 더 이상 대한민국에 세월호 참사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게 하자고 하는건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6일 오후 6시에 보수 성향 젊은이와 시민 600여명이 모여 피자, 육개장 등을 나눠먹었다. ⓒ News1

'피자판'이 끝난 뒤에는 같은 장소에서 일부 시민들이 준비해온 육개장과 밥을 보수 성향 청년들, 시민들과 나눠먹었다.

육개장을 받아 먹던 박모(24·대학생)씨는 "세월호 유족 등이 수사·기소권 있는 특별법을 원하는데 그건 사법권 체계를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그게 일반적인 생각인 것 같고 그걸 표출하고자 하는 권리로서, 사법권과 3권 분립을 유지하자는 취지로 이런 행사를 하는 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지인과 함께 육개장을 받아가던 박모(31)씨도 "광화문광장은 대한민국 온 국민이 이용할 수 있는 광장이기 때문에 당연히 (육개장을)먹어도 된다고 생각한다"며 "단식하는 분들도 있지만 그렇다고 먹으면 안되는 건 아니고 그 분들은 그 분대로, 우리는 우리대로 행동을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를 지켜보는 시민들은 대부분 눈살을 찌푸렸다.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친구를 만나기로 했다 모든 과정을 지켜봤다던 설모(40)씨는 "아무리 타락했기로서니 저건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며 "세월호 유족은 약자다. 약자를 저런식으로 조롱하는 건 정상이 아니다"고 질타했다.

근처를 지나던 정모(19·재수생)군도 "저런 행위는 조롱의 의미가 있는데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배려를 할 수도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며 "저들(세월호 유족)도 피해자인데 같은 사람으로서 이해할만한 상황인데 그런 배려조차 없어서 아쉽다"고 말했다.

해당 장소에서 지난주까지 진행됐던 미사에 참석하기 위해 나왔다던 서모(47·여)씨는 "대한민국을 이끌어 갈 젊은 사람들이 저런식으로 개성을 표현하고 저렇게까지밖에 생각을 못한다는게 그냥 슬프다"며 "빈정거림에도 도리가 있어야 하는데 사람의 목숨을 가지고 희화화하는 건 인간의 도리를 져버린 것"이라고 꾸짖었다.

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