멧돼지 포획, 민간엽사에 무보수 봉사만 요구…예산도 없어

'돼지콜레라' 日은 포획 국비지원 마리당 10만원
민간엽사 단체들 "포획-행정 인력 구분 필요"

멧돼지 출몰 신고가 접수된 시내를 포수와 사냥개들이 수색을 하고 있다. (자료사진) 2019.9.26/뉴스1

(세종=뉴스1) 김혜지 기자 = 정부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감염원으로 지목된 야생멧돼지 개체수 조절을 '무보수 봉사직'인 민간엽사들에게 의지하고 있어 포획 업무를 정부 차원에서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의 경우 ASF가 발병하지는 않았지만 돼지콜레라 방역을 위해 멧돼지 개체수 조절에 국비를 투입하고 포획단원 대다수를 지자체 직원으로 관리 중이다.

21일 환경부와 엽사단체 등에 따르면 정부는 ASF 확산 방지를 위해 지난 14일부터 인천·서울·북한강 이북 7개 시·군을 경계지역으로 설정하고 멧돼지 전면 제거를 목표로 집중 포획을 실시하고 있다.

포획에 참여한 민간엽사들에게는 지자체 별로 마리당 3만~20만원의 포획보상금을 지급하고 있으나,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은 없다.

환경부 관계자는 "멧돼지 포획보상금을 마리당 10만원씩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지만 아직 기획재정부와 협의가 되지 않았다"며 "지금은 지자체에서 지방비를 이용해 보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SF 발병 이전에는 상황이 더 나빴다. 사살한 멧돼지의 ASF 감염 확인을 위한 시료 채취·보관 등 비용을 엽사나 민간단체가 도맡았기 때문이다.

강원 화천군에서 민간 엽사들이 야생멧돼지 포획에 앞서 총기를 점검하고 있다. 2019.10.5/뉴스1

일본에서는 2012년부터 멧돼지·사슴 등 지정관리조수 포획보상금을 국가에서 보조하고 있다. 현행 국가 보조금은 마리당 최대 9000엔(약 9만7900원) 수준이다.

일본 환경성은 지난 8월 멧돼지 개체수 조절과 포획 강화를 위한 내년도 예산으로 약 30억엔(약 326억원)을 국회에 요구하기도 했다. 이는 올해보다 2배 늘어난 규모로, 산간 지역의 멧돼지 서식 밀도를 낮춰 돼지콜레라 확산을 억제하고 감염 경로 조사를 확대하기 위해서다.

이처럼 우리나라 엽사들은 멧돼지 포획을 '무보수 봉사직'으로 인식한 채 활동하고 있다.

한 민간엽사단체 관계자는 "군이 보유한 총은 고정된 피사체를 쏘는 데 특화돼 있다"며 "멧돼지는 사냥이 시작되면 시속 50㎞ 정도로 움직이기 때문에 오발 사고 등의 위험이 있다. 결국은 엽총을 오랜 기간 쏴 온 엽사들이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군과 경찰, 소방만으로 멧돼지 개체수 조절이 힘든 현실을 감안하면 정부에서 포획 전담 조직이나 인력을 구성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멧돼지 피해가 심각한 일본의 일부 지자체는 2014년부터 포획단원 대다수를 비정규직 공무원에 해당하는 촉탁직원(嘱託職員)으로서 관리하고 있다.

이 민간엽사단체 관계자는 "서울시 같은 규모에서는 전담 직원이 1~2명 정도 필요하지만 지금은 야생동물 또는 자연생태와 관련해 지원하는 많은 사업 중 하나로 (멧돼지 포획업무를) 다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행정인력 대부분은 멧돼지와 실제로 맞닥뜨려 보지 못했기 때문에 포획인력과는 괴리가 크다"며 "지금껏 정부에선 멧돼지 단 한 종을 대상으로 전문적으로 연구해야 한다는 심각성을 별반 느끼지 못했지만, 이번 ASF 사태를 계기로 달라져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반면 환경부는 정부에 포획 전담 조직을 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환경부 관계자는 "이미 지자체가 포획단을 운영하고 있고 민간엽사협회 등이 활동하고 있는 데다가 포획단의 인력 충원도 원활하다"고 말했다.

icef0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