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 정책쟁점 그것이 알고싶다 (7) 교육개혁 ‘철학·마스터플랜’ 실종

공교육 정상화·사교육비 절감·반값등록금 실현, ‘합창’만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가 1일 오후 경남 창원과 충북 제천을 각각 방문해 유권자들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News1 오대일·박정호 기자

교육열이 가장 뜨거운 국가로 한국을 꼽는데는 큰 이견이 없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교육개혁을 추진하며 수차례 한국의 교육열을 언급한 바 있다. 한국의 높은 교육열은 미국 인기 애니메이션 ‘심슨가족’의 풍자 소재로 쓰이는 등 세계인의 입방아에 오르내린다.

그런만큼 대선 주자들이 들고 나온 교육정책은 표심을 좌우할 변수로 읽히기에 무리가 없다. 학부모들은 사교육비 절감, 대학생들은 등록금 인하, 교육계는 좌표 잃은 공교육 정상화 등의 기대감을 갖고 19일 치러질 제18대 대선을 지켜보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내건 교육공약은 그동안 보혁의 이념적 거대 담론에 휘둘려 온 한계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두 후보는 공교육 정상화, 반값등록금 실현 등을 합창하며 위기의 교육을 살릴 수 있는 여러 비장의 무기로 유권자들의 표심을 흔들고 있다.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가 2일 오후 강원도 춘천시 온의동에서 열린 집중유세에서 연설을 마친 뒤 지지자들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우고 있다. © News1 이종덕 기자

◇ 朴 “학생 개개인의 소질과 끼를 일깨우는 교육”

박근혜 후보는 7월 중순과 지난달 21일 두 차례 교육공약 발표에서 입시위주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 개개인의 소질과 끼를 일깨우는 교육을 강조했다.

박 후보는 학생들의 학원 의존도를 낮추고 학교교육 강화 실천대안을 골자로 한 공교육 강화 방안과 교과서 혁명, 중학교 자유학기제 도입 등 획기적인 개혁안을 내놨다.

고교 무상교육 추진, 공평한 기회가 주어지는 교육을 실현하겠다는 대목에서는 과거 ‘경쟁력이냐 형평성이냐’의 보혁 이념이 더 이상 교육의 미래가치를 논하기에는 녹록지 않음을 보여준다.

물론 교육 기회의 불평등, 입시 위주의 교육 등에 대한 박 후보의 불편한 시선은 교육의 자율화·다양화가 가져다 준 부작용을 없애고 경쟁력을 더욱 견고히 하자는 뜻으로 풀이될 수 있다.

최대 관심사인 공교육 정상화, 사교육비 절감, 대학등록금 문제 등은 문재인 후보와 인식이 유사하고 해결책도 대동소이하다. 특목고, 학업성취도평가(일제고사) 등 세부 각론에서는 차이점이 있다.

우선 ‘공교육정상화촉진특별법’을 제정해 공교육을 정상화한다는 방안이 눈길을 끈다. 이 특별법은 사교육비 절감을 위한 방안과도 맞닿아 있다.

초·중·고교에서 치르는 각종 시험과 입시에서 학교 교육과정을 넘어서는 출제를 금지하고 이를 어기면 강력한 불이익 조치를 취하겠다는 내용이다.

방과 후 프로그램을 무료로 제공하고 ‘온종일 학교’를 운영하는 등 사교육비 절감대책은 맞벌이 부부 등 학부모들의 관심을 불러 모은다.

방과 후 집에서 방치되는 초등학생을 학교가 5시까지는 방과 후 프로그램, 이후 밤 10시까지 무료 돌봄 등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구상이다.

맞벌이 부모를 위한 보육 성격이 강해 이들에게는 희소식이다.

이를 위해 ‘방과 후 학교운영 및 교육복지지원법’ 입법도 추진할 계획이어서 향후 제시될 구체적인 로드맵에 기대를 갖게 한다.

반값등록금 실현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방향이 비슷하지만 대학 회계투명성과 국가 장학금 확충을 통한 재원조달 방안과 적용 방법에는 차이가 있다.

박 후보는 모든 대학생에게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게 아니라 소득계층별로 차등화된 형태로 2014년까지 단계적으로 반값등록금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소득 1~2분위는 등록금 전액 지원, 3~4분위는 75%, 5~7분위는 50%, 8분위는 25% 등을 차등 지원한다. 소득분위에 따라 차등 감액하는 ‘선별적’ 지원방식이다.

이밖에 초등학교 체육전담교사 확보, 중·고교 1인 1예술·스포츠 도입, 신규교사 OECD 수준으로 채용 확대, 대학입시 단순화, 대학별 취업지원시스템 구축 지원, 평생학습체계 구축 등도 공약에 포함됐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가 2일 오후 인천 남구 신세계백화점 인천점 앞 광장에서 열린 집중유세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News1 양동욱 기자

◇ 文 “쉼표가 있는 교육으로 양극화 해소·형평성 확립”

문재인 후보는 지난달 5일 교육정책 발표에서 ‘쉼표가 있는 교육’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공교육 강화, 교육양극화 해소 등 교육의 형평성 확립을 강조했다.

고교 서열화를 조장하는 경쟁 위주의 정책을 수정하고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12년 무상교육을 취임 즉시 실시해 공교육 토대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공교육 정상화 방안으로 외국어고·국제고·자사고를 단계적으로 없애 일반고로 전환한다는 계획이 눈에 띈다. 특목고를 포함한 현 고교체제를 유지하겠다는 박 후보와는 대조를 보인다.

고교학점제를 도입해 학생들의 수월성 교육을 강화한다는 내용도 공교육 정상화 방안의 핵심이다.

학생들의 진로와 특성, 학력 편차를 고려한 과목선택 이수제로 학습선택권을 부여한다는 취지다.

‘쉼표가 있는 교육-행복한 중2 프로젝트’ 공약은 파격적으로 다가온다.

아일랜드의 전환학년(Transition Year) 제도를 벤치마킹해 모든 중학교 2학년생들이 통상의 교과과정에서 벗어나 진로를 찾는다는 내용이다.

교육 출발선을 공정하게 만든다는 정책은 ‘교육의 평등’ 가치로 해석할 수 있다.

모든 0~5세 아동의 무상보육·교육 실현, 공립 유치원 확대, 취학 전 1년의 유치원 과정 의무교육 편입 등이 주요 골자다.

또 취학연령 단축, 초등학교 5년 단축 등 학제 개편 검토에 대한 광범위한 의견 수렴 및 공론화를 위해 정치적 중립이 보장되는 ‘국가교육위원회’를 설립할 계획도 제시했다.

현재 전국단위 일제고사를 초등학교만 폐지하고 중·고교는 유지하겠다는 박 후보와는 달리 표집조사로 전환해 교사별 평가를 도입하고 획일적 시험을 없애겠다는 점은 차별성이 돋보인다.

대학입시 개선을 통한 교육 불평등 극복정책도 진보적 교육가치를 잘 대변해 준다.

3000여개가 넘는 대학입시 전형을 수능, 내신, 특기적성, 기회균등 선발 등 4가지로 단순화하고 수능은 고교 교육과정 내에서만 출제토록 했다.

또 기회균형전형 중 저소득층·다문화가정 자녀, 특수교육대상자 등은 정원 내 선발로 두고 그 비율은 국가교육위원회에서 일정 기간마다 시대상황을 반영해 정하도록 했다.

최대 관심사인 반값등록금은 박 후보의 공약과 달리 집권 즉시 국공립대에 적용하고 2014년에는 사립대로 확대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2014년 모든 사립대학으로 반값등록금을 실시하면 부실대학에 부당한 지원이 될 수 있는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 대학의 재정개혁 등을 병행해서 정하겠다는 방침도 세웠다.

이밖에 일몰 후 사교육 금지, 문화활동에 대한 권리기준이 포함된 ‘아동교육복지기본법’ 제정,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전문상담교사 배치, 교육과 돌봄을 함께 책임지는 ‘에듀케어시스템’ 구축 등도 눈여겨 볼만하다.

◇ 공교육 불만 해소·사교육비 절감…유권자의 선택은

시대변화의 흐름을 재빠르게 읽지 못하는 교육시스템부터 공교육에 대한 불만, 막대한 사교육비 등까지 당면한 교육현안의 문제는 뿌리가 깊고 학부모·교육계의 한숨도 깊다.

교육전문가들은 과거 교육정책들이 줄줄이 실패했던 이유를 정치적 이념 갈등에 사로잡힌 채 교육의 미래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철학의 부재 때문이라고 한 목소리를 낸다.

또 철학이 담긴 정책공약이 발표되면 으레 구체적인 추진방법, 재원조달 방안 등을 담은 ‘마스터플랜’을 내놓아야 하지만 원론적인 수준에 그치는 현실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로 인해 입시위주 교육과 대학 서열화, 학력차별 사회가 더욱 견고해지고 사교육 시장은 계속 팽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증권가는 사교육 시장이 올해에만 36조원 규모에 이른다고 예측했다.

최근 교육시민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시민 5만명의 설문조사 내용을 토대로 후보 공약을 검증해 본 결과 두 후보 모두 사교육 대책이 낙제점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각 후보들의 공약에 대한 대책 완성도를 학점기준 A부터 F까지 평가했지만 ‘매우 적절하게 반영’(A)한 후보는 없고 공약의 구체성과 실현의지도 약한 것으로 진단했다.

그러나 두 대선 후보들은 스스로 당면한 교육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확신한다.

사교육 문제, 공교육 위기 등은 유권자들의 선택을 좌우할 큰 변수인 만큼 표심이 어디로 향할지 주목된다.

jepo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