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부금 개편에 학교 현장 '긴장'…운영비·시설비 조정 불가피
인건비 등 경직성 경비 높아…교육사업·시설투자부터 타격
예산처 반박…"학생 수 줄고 방만 재정 운용 문제, 개편 필요"
- 조수빈 기자
(서울=뉴스1) 조수빈 기자 = 정부가 내국세의 20.79%를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으로 자동 배분하는 현행 구조를 바꾸는 개편을 추진하면서 학교 현장은 교육 여건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교직원 인건비 등 고정지출을 줄이기 어려운 교육재정 특성상 재원이 줄면 학교운영비와 교육사업, 노후시설 개선 등부터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20일 교육계에 따르면 정부는 내국세의 20.79%를 교육교부금으로 배분하는 현행 내국세 연동제를 개편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최근 3개년 평균 경상성장률과 학령인구 변화율 등을 반영해 교육교부금 규모를 산출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논의 중인 새 산식을 적용하면 내년도 교육교부금은 올해 추가경정예산 기준 76조 4000억 원보다 약 5% 늘어난 80조 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반면 현행 내국세 연동 방식을 유지하면 100조 원 안팎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새 산식을 적용해도 교육교부금 총액이 올해보다 줄어드는 것은 아니지만 기존 제도를 유지할 때보다 교육청의 재정 여력은 많이 감소한다.
문제는 현재 교육재정의 지출 구조다. 전체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교직원 인건비 등 경직성 경비는 단기간에 줄이기 어렵다. 결국 학교운영비와 교수학습활동, 교육사업, 시설투자 등 상대적으로 조정이 가능한 분야부터 예산을 줄이거나 사업을 미룰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서울시교육청의 2025년 전체 예산은 전년보다 3503억 원 감소했지만 인건비는 오히려 1788억 원 증가했다. 반면 학교운영비는 253억 원, 교육사업비는 489억 원 줄었고 교수학습활동지원 예산은 1304억 원 감소했다.
세입 감소분을 적립해 둔 기금으로 메우기도 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올해 보통교부금이 약 4000억 원 감소하고 인건비가 약 3000억 원 증가하는 데 대응해 통합교육재정안정화기금 2800억 원을 투입했다. 시설 분야에도 교육시설환경개선기금 5351억 원을 사용했다.
이 같은 방식도 재정 감소 땐 한계가 있다. 기금은 한정돼 있는 만큼 세입 감소가 이어지면 학교운영비와 교육사업비, 시설비 등을 추가로 줄여야 할 가능성이 커진다.
학교 현장에서는 이미 노후시설과 냉방비 부담을 호소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교사노조에 따르면 비가 오면 천장에서 물이 새 양동이를 놓고 수업하거나 방충망을 설치하지 못해 교실에 말벌이 들어오는 학교가 있다. 냉방비 부담으로 한여름에도 에어컨 가동을 제한하는 학교가 있다는 증언도 나온다.
특히 재정 여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지방 학교일수록 타격이 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교육프로그램이나 시설 개선이 줄어들면 지역 간 교육 여건 격차가 커질 수 있어서다.
이 때문에 교육계는 교육교부금 개편에 반발하고 있다. 교육부는 현행 20.79% 연동 방식에 버금가는 교육재정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장치를 교육교부금법에 명문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교육감협의회는 시도교육청의 의견 수렴이 충분하지 않았다며 공식 협의체 구성을 요구하고 있다.
교원단체들도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경희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대변인은 "교직원·학생 복지비와 맞춤형 복지비, 교원 명예퇴직수당처럼 예산 감축의 영향이 즉각 드러나지 않는 항목부터 줄어들 수 있다"며 "학급 수를 축소할 경우 과밀학급이 늘어나 학생들의 학습 환경이 악화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장승혁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 대변인도 "다문화교육 대상자와 특수교육 대상자, 기초학력 미달학생 등이 늘고 있어 개별화·맞춤형 교육을 위한 재정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기획예산처는 학령인구 감소와 교육재정의 비효율적 운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육교부금 개편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학생 수는 빠르게 줄고 있는데도 내국세와 연동해 교육교부금이 자동으로 늘어나는 현행 구조는 맞지 않다는 것이다. 넉넉한 재정 덕분에 일부 시도교육청이 공짜 태블릿이나 현금성 지원에 교육교부금을 사용하는 등 선심성 행정 논란이 불거진 것도 개편 논의에 불을 지폈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학령인구가 급속히 감소했는데 교육교부금은 천문학적으로 올라가다 보니 방만하게 쓰는 지역도 있고 국회와 감사원에서도 제도 개선을 하라고 했다"며 "이번 기회에 학령인구 감소분을 반영해서 새롭게 제도를 만들자는 것"이라고 했다.
ch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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