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고 사태가 던진 숙제는 '혐오 놀이'…교육계 "민주시민교육 필요"

혐오 구호 논란 후속 과제…"역사교육 넘어 시민교육 바꿔야"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과 교사노동조합연맹 조합원들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배재고 사태 규탄 교실에 스며든 혐오와 조롱, 범사회적 대응방안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6.7.2 ⓒ 뉴스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조수빈 기자 = 배재고 학생들이 청룡기 고교야구대회에서 광주를 비하하는 의미의 "스타벅스 가야지" 구호를 외친 사건을 계기로 학교 민주시민교육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교육학계에서는 갈등이나 논쟁을 민주적으로 해결하는 역량을 기르는 방향으로 시민교육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제언을 내놨다.

5일 교육계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한국교육개발원(KEDI)과 한국교육학회가 공동 개최한 교육정책포럼 '시민교육의 방향과 과제' 토론에서 참석자들은 사회갈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시민교육의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논란은 지난달 29일 청룡기 고교야구대회에서 배재고 야구부 학생 선수 일부가 광주일고를 향해 "가야지, 가야지, 스타벅스 가야지", "탱크 데이" 등의 구호를 외친 사실이 알려지면서 불거졌다.

이에 서울시교육청은 다음 달까지 운동부를 운영하는 관내 학교를 대상으로 특별점검을 실시하고, 학교체육진흥회와 함께 혐오 표현 금지와 건전한 응원 문화 교육자료를 개발·보급하기로 했다. 배재고도 전교생을 대상으로 역사·시민교육을 실시하는 등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했다.

하지만 교육계에서는 이번 사건이 일부 학생의 일탈을 넘어 학교 현장에 퍼진 '혐오의 놀이화'를 드러낸 사례라는 지적도 나온다. 입시 중심의 역사교육과 논쟁적인 사회 문제를 다루기 어려운 교실 환경으로 인해 민주시민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문제의식 속에서 학계는 시민교육의 규범과 제도부터 손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희현 한국교육개발원 선임연구위원은 "헌법적 가치 중심 시민교육은 교육과정과 수업 모형으로만 실현되기 어렵고 교사의 전문적인 실천을 가능하게 하는 제도적 조건이 필요하다"며 "학생의 시민교육권과 교사의 교육활동 자율성과 책임이 균형을 이루는 법적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구섭 전남대 교수는 "보이텔스바흐 합의 원칙이 일정한 한계를 내재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 상황에 맞는 원칙 개발이 필요하다"며 "독일에서 보이텔스바흐 합의가 정치교육을 하는 교사를 보호하는 역할을 했듯 우리도 정치적 중립성과 편향성 논란을 줄이고 적극적으로 시민교육을 실행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윤경 현천고 교사는 "갈등 자체는 민주주의의 병리가 아니라 조건"이라며 "학생들이 서로 다른 가치와 의견을 민주적으로 다룰 수 있도록 공통의 언어와 규칙을 길러주는 것이 시민교육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은 교사노동조합연맹, 서울교사노동조합, 전남광주교사노동조합, 중등교사노동조합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배재고 사태는 반역사와 조롱·혐오 문화의 상징"이라며 "교사의 교육활동을 보장하고 범정부 시민역사교육 태스크포스(TF)를 구축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ch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