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립자 사망에 늦깎이 학생 배움터 사라질라…일성여중고 살리기 한목소리
평생교육법상 개인설립 시설은 설립자 사망시 법인 전환해야
서울시교육감 후보들, 법 개정·재정지원 확대 등 대책 약속
- 조수빈 기자
(서울=뉴스1) 조수빈 기자 = 서울의 대표적인 학력인정 평생교육시설인 일성여자중고등학교가 설립자 별세로 존폐 기로에 섰다. 현행법상 법인 전환 없이는 지속 운영이 어려운 상황에 놓이면서 서울시교육감 선거 후보들도 잇따라 지원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11일 교육계에 따르면 일성여중고 설립자인 이선재 선생은 지난 10일 별세했다. 일성여중고는 1963년 개교 이후 배움의 기회를 놓친 성인 학습자와 고령층을 위한 교육기관 역할을 해왔으며 지금까지 약 6만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매년 최고령 수능 응시자를 배출하는 학교로도 알려져 있다.
문제는 현행 평생교육법상 학력인정 평생교육시설의 설립 주체가 학교법인이나 공익재단법인으로 제한된다는 점이다. 2007년 평생교육법 개정 이후 개인이 설립한 시설은 설립자 사망이나 유고 시 법인으로 전환해야 운영을 이어갈 수 있다. 법인 전환을 위해서는 교사·교지 확보와 함께 출연재산 기준 10억원 이상의 현금 등을 갖춰야 한다.
다만 서울시교육청은 당장 폐쇄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재학생의 학습권 보호가 최우선인 만큼 재산상속자에게 한시적으로 시설 운영을 허용하는 방식으로 안정적인 학사 운영을 지원할 예정"이라며 "법인 전환 의사가 있으면 관련 서류 검토를 거쳐 한시적 지위 승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청에 따르면 법인 전환을 위한 한시적 운영 기간은 최대 3년까지 인정된다. 재학생 졸업과 법인 설립에 필요한 행정 처리 기간 등을 고려한 조치다. 다만 상속자가 법인 전환 의사가 없을 경우 신입생 모집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년제 과정인 일성여중고는 현 체제가 유지될 경우 2028년 졸업생 배출 이후 운영 중단 가능성도 거론된다.
서울에는 현재 학력인정 평생교육시설 9곳이 있다. 이 가운데 서울자동차고와 한림예고 2곳은 법인 형태이며 일성여중고를 포함한 7곳은 개인 설치 형태다. 이 중 청량정보고는 법인화를 진행 중이지만 일부 시설은 설립자가 고령인 것으로 알려져 유사 사례가 반복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서울시교육감 예비후보들도 일성여중고 지원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근식 서울시교육감 예비후보 측은 "일성여중고 같은 평생교육시설은 헌법이 보장하는 교육 기본권을 실천하며 우리 사회의 배움의 한을 풀어준 소중한 자산"이라며 "설립 주체 전환 등 제도적 한계로 배움의 터전이 사라지지 않도록 교육청 차원의 행정 지원을 강화하고 법제화 추진을 포함한 다각적인 구제책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또 조전혁 예비후보는 "평생을 봉사로 헌신해 온 개인에게 막대한 자본이 필요한 법인 전환 조건을 들이미는 것은 지나치게 경직되고 가혹한 처사"라며 "교육청 차원의 전담 TF를 구성해 법인 전환 지원 방안을 즉각 강구할 것이며 국회와 관련 부처와 협력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평생교육법 개정을 촉구하겠다"고 했다.
윤호상 예비후보는 "서울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한 시민이 단 한 명도 없게 하겠다는 것이 목표"라며 "앞서 성지중고등학교도 법인화 실패로 폐교 수순을 밟았다. 일성여중고 역시 폐교를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만중 예비후보는 "평생 배움의 기회를 놓친 시민들에게 다시 일어설 길을 열어준 일성여중고가 낡은 법과 무책임한 행정 때문에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한 것은 정책 실패"라며 "법인 전환 특례 도입과 재정 지원 확대, 시설 기준 합리화 등 실질적인 대안을 즉각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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