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高' 광남고 또 수능 만점…왕정건 군 "전쟁 보며 의사 꿈, 응급의학과 갈 것"

걸어서 5분 일반고 선택…"만점 비결은 '수업 집중'"
서울대 의대 지망…"분쟁지역에 도움 되고 싶어"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표가 배부된 5일 오전 서울 광진구 광남고등학교에서 '수능 만점자' 왕정건 학생이 성적표를 확인하며 친구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공동취재)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조수빈 장성희 기자 = "좋아하는 문구 중에 박노해 시인의 '몸의 중심은 심장이 아니라 아픈 곳'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 말처럼 아픈 사람이 있는 곳에서 일하고 싶어요."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전 영역 만점을 받은 서울 광진구 광남고 왕정건 군(18)은 성적표를 받아 본 5일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소감을 밝혔다. 응급의학과 진학을 꿈꾸는 왕 군은 장차 중동이나 아프리카 등 분쟁 지역에서 활동하는 의사가 되는 것이 목표다.

광남고는 일반고이지만 왕 군이 만점을 받으면서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수능 만점자를 배출한 학교가 됐다. 왕 군은 과학탐구 영역에서 화학Ⅱ, 지구과학Ⅰ을 선택했다.

왕 군은 "영어가 어려워서 만점이 나올 줄 몰랐는데 결과가 좋았다"며 "선생님들께 감사드린다"고 했다. 왕 군은 어려웠던 문제로 영어 24번을 꼽기도 했다. 올해 특히 어려운 과목으로 꼽혔던 국어는 판소리 지문이 생소했다고 답했다.

왕 군은 특목고나 자사고 대신 집에서 걸어서 5분 거리인 광남고를 1지망으로 선택했다. 컨디션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는 "고1과 고3 때 수학 선생님께서 수업뿐 아니라 인생에서 중요한 조언도 많이 해주셨다"며 "공부뿐 아니라 가치관까지 배울 수 있는 학교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왕 군은 수능 만점의 비결로 '수업 시간 집중'을 꼽았다. 그는 "선생님 수업만 잘 따라가도 수능과 내신 준비가 충분하다"며 "수업 시간에 자지만 않으면 점수는 자연히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8월 건강 문제로 한 달간 병원에 입원했지만 공부를 멈추지 않았다. 교사들은 왕 군이 수업뿐 아니라 동아리와 교과 학생 멘토링, 독서활동 등 다양한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한 학생이었다고 평가했다. 수능이 끝났지만 왕 군의 독서는 계속됐다. 왕 군은 이날 인터뷰에도 요즘 읽고 있는 책 '듄의 메시아'를 가지고 왔다.

왕 군은 의학동아리 활동을 통해 의약품 실험, 당뇨병 환자를 위한 식단 설계 등 실제 의료와 관련된 탐구 활동을 해왔다.

초등학교 때부터 의사를 꿈꿨다는 왕 군의 1지망 대학은 서울대 의대다. 그는 "국내 최고의 인프라뿐 아니라 교수님들께서 전해주시는 의료인의 가치관을 배우고 싶다"며 "의술뿐 아니라 의료 정신까지 함께 익히고 싶어 지원했다"고 말했다.

지망과는 응급의학과다. 왕 군은 "아프리카나 중동 등 분쟁 지역에서 도움이 되는 의사가 되는 것이 목표"라며 "좋아하는 문구 중에 박노해 시인의 '몸의 중심은 심장이 아니라 아픈 곳'이라는 말이 있는데 아픈 사람이 있는 곳이 중요하다고 느꼈다"고 했다. 이를 위해 그는 프랑스어와 아랍어도 공부했다.

최재일 광남고 교장은 "광남고 진로탐색 프로그램은 진로에 맞는 프로그램을 짜서 공부도 하면서 인터뷰, 봉사활동 등의 활동을 할 수 있게 지원한다"며 "활동은 보고서 형태로 만들어 축적한 후 생활기록부에 담을 수 있도록 하는 등 진로 연계 활동이 상당히 잘 되어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을 위한 학습 환경도 갖춰져 있다. 광남고 자습실은 자정까지 개방되며, 교사와 광남고 출신 졸업생들이 감독을 맡는다.

한편 이날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발표에 따르면 수능 만점자는 총 5명이며 재학생이 4명 졸업생(재수생)이 1명이다. 만점자 중 1명은 사회탐구, 4명은 과학탐구를 선택했다. 지난해 수능 만점자는 재학생 4명, 졸업생 7명 등 총 11명이었다. 올해 역대급 '불수능'이었던 만큼 만점자는 한 자릿수로 감소했다.

ch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