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장 부재' 정책 시동 못 건 교육부…"'서울대 10개' 제목만 있다"

[李대통령 100일] 뼈아픈 장관 공석…임명 시급
초중등교육 정책 부족…구체적 안이나 로드맵 없어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5일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광복 80년, 국민 주권으로 미래를 세우다' 제21대 대통령 국민 임명식에 참석해 있다. (이재명 대통령 SNS. 재판매 및 DB 금지) 2025.8.16/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서울=뉴스1) 김재현 장성희 기자 = 오는 11일 이재명 대통령 취임 100일을 앞둔 가운데, 교육 분야에 대한 평가는 '물음표'다. 장관을 앞세워 개혁에 속도를 내는 다른 부처와 달리, 수장 없는 교육부는 사실상 시동도 걸지 못했기 때문이다.

핵심 공약인 '서울대 10개 만들기' 외에 이렇다 할 교육 정책이 안 보인다는 점도 숙제다. 물론 길었던 의정 갈등을 풀고, 고정적인 고등교육 예산을 확보해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위한 주춧돌을 놓은 작은 성과는 있었다.

장관 부재에 교육 정책도 희미

전문가들이 평가한 이재명 대통령 취임 100일간 교육 분야의 키워드는 '무(無)'다. 국정과제를 이끌어 가야 할 장관의 부재 탓에 정책의 첫 단추도 제대로 끼우지 못했다는 게 중론이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지난 100일 동안 교육부 단독으로 어떤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찾아보기 어렵다"라며 "그 이유는 해당 부처를 이끌어 갈 장관이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본부장도 "공약이나 국정과제를 추진하려면 이를 이끌 인적 체제가 구축돼야 하는데 100일이 다 됐음에도 장관과 그를 보좌할 인력이 부재한 상황"이라며 "그러다 보니 교육부는 현상 유지하는 데에만 그쳐 가시적인 성과나 변화를 체감하기는 어려웠다"고 말했다.

장관 공석 장기화에 따른 교육 홀대론도 제기됐다. 박남기 광주교대 명예교수는 "아직도 교육부 수장이 임명되지 않은 것은 큰 문제"라며 "교육부 장관의 능력보다는 성별·지역을 더 안배한다는 소문도 도는 등 현 정권의 어떤 우선순위에 '교육'이 들어 있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정책은 '서울대 10개 만들기'뿐?

'서울대 10개 만들기' 외에는 내세울 만한 정책이 안 보인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는 수도권 중심 대학 서열화를 완화하고 국가 균형 성장을 이루기 위해 거점 국립대 9곳을 서울대만큼 좋은 교육 환경과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이다. 이를 위해 내년 8733억 원을 시작으로 5년간 4조 원을 투입하겠다는 청사진도 이미 그렸다.

교육계 관계자는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정말 필요하고 중요한 정책"이라면서도 "초중등교육 정책 중 힘을 싣는 정책은 안 보이는 것은 아쉽다"고 했다.

주요 정책의 불명확성도 꼬집었다. 양 교수는 "제시된 교육 정책이 어떤 방식으로 바뀌는지, 어떻게 추진할 것인지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하는데 지금은 '제목'만 있다"며 "대표 공약인 서울대 10개 만들기의 경우, 앞으로 거점 국립대가 어떻게 바뀔지 구체적인 안을 통해 보여줘야 하는데 예산을 얼마나 확보했고 앞으로 얼마나 지원하는지 정도만 나와 있다"고 했다.

김 본부장도 "교총이 교원단체인 만큼 이재명 정부가 공약을 통해 교권 보호와 강화를 제시한 점은 환영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이나 로드맵이 전혀 없다는 점은 아쉽다"고 했다.

물론 성과가 아예 없던 것은 아니다. 박 명예교수는 "교육세 구조 개편을 통해 교육세 중 금융·보험업분(증세분 포함)은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고특회계)에 우선 편성하기로 한 것은 성과"라며 "그동안 고등교육 예산이 OECD 평균에 비해 늘 뒤져 있었기 때문에 선진국 수준으로 높여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점,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는 고등교육 발전에도 힘을 싣겠다는 메시지를 전한 것"이라고 했다.

의정갈등의 마침표를 찍은 점도 칭찬했다. 교육계 관계자는 "여당 주도로 갈등이 해소된 측면이 있긴 하지만, 물밑에서의 교육부 역할도 있었을 것"이라며 "의대생 복귀 특혜 논란 등 오점은 있지만 트리플링(1학기에 세 학년이 동시에 수업을 듣는 것) 등 최악의 사태를 막은 점은 인정받을 만하다"고 했다.

수장 임명 가장 시급…"교육철학 토대로 정책 펼쳐야"

전문가들은 향후 최우선 과제로 장관 임명을 꼽았다. 조속히 교육수장을 임명해 시급한 현안 해결과 산적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다만 장단기적 중요 과제에 대해서는 전문가마다 견해차를 보였다.

이보미 교사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은 "학교 밖 교사의 기본적 권리인 정치 기본권을 보장하는 입법이 추진돼 선생님들이 교육활동에 위축되지 않도록 하는 게 1순위다"라며 "학생 수 감축에 따라 교사 정원도 줄이는 기계적 논리에서 벗어나 기준을 재정립하고 서울대 10개 만들기와 별개로 초중등교육 예산도 원활하게 교육활동을 할 수 있는 수준으로 보장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

양 교수는 사교육비 및 입시 부담 경감 방안, 박 명예교수는 국가교육위원회 역할 재정립 등을 꼽았다. 김 본부장은 "교사가 행복해야 학생들도 행복하다"는 점을 들며 교권 보호·강화 방안을 강조했다.

박 명예교수는 "교육이상론에 근거한 교육정책을 펼치려 하지 말고 다양한 관점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조금은 깊이 있는 과정을 거쳐 교육 철학을 정립하고 이를 토대로 교육정책을 추진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kjh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