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이초 교사 2주기…교권5법에도 여전히 악성 민원에 무방비

교원단체, 별도 행사 없이 교권보호 입법 초점
"법 개정해 무차별 신고 막고 민원체계 바꿔야"

서이초등학교 앞에서 한 교사가 추모메시지를 써붙이고 있다. 2023.7.20/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장성희 기자 = 서이초 교사 순직 2주기를 맞은 18일, 교원단체들을 중심으로 조용한 추모와 함께 교권 보호를 위한 보완 입법 촉구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3대 교원단체는 전날(17일) 서이초 교사의 순직을 추모하고, 그의 순직이 가진 의미를 되새겼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서이초 사건은) 심각한 교실 붕괴와 교권 추락의 현실을 사회에 알리고, 권리를 내세우면서 의무와 책임을 소홀히 하는 학교 문화의 심각성을 일깨웠다"고 밝혔다.

지난해 순직 1주기엔 교총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약 일주일간 추모 기간을 운영했다. 또 전교조는 교사유가족협의회와 서초구 서이초 사거리부터 국회까지 7.18㎞ '추모걷기'를 진행했다.

하지만 올해는 별도 행사를 열기보다는 교권 보호 강화를 위한 정책적 요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서울시교육청도 별도 추모식을 개최하지 않기로 했다.

서이초 교사 순직 이후 수개월 만에 교사를 보호하기 위한 교권5법이 제정됐으나, 여전히 악성 민원 등 현장의 교권침해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인정된 교육활동 침해는 총 3925건이었다.

"사회적 타살이 계속되고 있다"는 자조까지 나온다. 전교조는 "순직 후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교사에게 민원과 업무가 집중되는 구조는 변하지 않았고, 학교 현장에서는 교권 보호 조치가 체감되지 않아 바뀐 것이 없다는 자조와 분노가 가득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교총이 서이초 2주기를 맞아 전국 유·초·중·고 교원 및 전문직 410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교원 79.3%(3254명)가 변화를 느끼지 못한다고 응답했다.

1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인근에서 열린 '제주교사 추모 교권보호 대책 요구 전국 교원 집회'에서 제주교사 동료가 추모사를 하고 있다. 2025.6.14/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특히 지난 5월 제주에서 발생한 현승준 교사의 사망은 달라지지 않은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줬다. 현 교사는 '민원으로 인해 힘들다'는 취지의 유서를 남겼는데, 이 같은 현 교사의 상황이 현장에 비일비재하다는 게 교사들의 증언이다.

이 때문에 교원단체들은 전날 성명서에서 민원대응체계를 개편해 교사들에게 가해지는 압박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권5법에서는 학교별로 민원 대응팀을 구성하도록 하는데, 학교장의 구체적인 책임이 명시되지 않아 사실상 교장의 의지에 따라 대응의 수준이 좌우된다는 설명이다.

이에 교육계에선 교육청 단위 또는 별도의 민원팀을 배치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교총의 설문조사 결과, '교육청 단위의 통합 민원팀'을 구성해야 한다는 응답이 27.5%로 나타났다. 또 '민원 대응을 전담하는 별도 인력 배치도 22.5%였다.

궁극적으로는 아동복지법 등을 개정해 교사를 향한 무차별적인 신고를 차단해야 한다는 게 교사들의 주장이다. 현행 아동복지법에선 아동의 정신건강과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 행위를 금지하는데, '정서적 학대'라는 개념이 모호해 악성 민원의 수단으로 악용돼 왔다는 지적이다

교사노조 관계자는 "현재는 단 한 번의 발언이나 행위로도 아동학대 신고가 가능하다"며 "악성 민원을 막기 위해서는 지속성, 반복성, 위협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하는 게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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