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교과서 고려 수도 개경 위치 틀리고 청산리대첩 오류까지

역사교사모임 "고려 3경·청산리대첩 서술 잘못"
교육부 "지적된 사항 확인 후 반영여부 결정"

중학교 역사 국정교과서 '고려의 지방행정 구역' 지도 ⓒ News1

(서울=뉴스1) 김현정 기자 = 교육부가 지난 1월31일 공개한 국정 역사교과서 최종본에서 추가적인 오류가 발견됐다는 학계의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고려시대 지방행정구역을 나타낸 지도에서 '3경(京)'을 잘못 표기했고 수도 개경을 표시한 지도의 위치가 틀린 것으로 확인됐다. 일제강점기 무장독립투쟁 서술과 국보 228호 '천상열차분야지도 각석' 사진도 잘못된 것으로 나타났다.

7일 전국역사교사모임에 따르면 고교 한국사 국정교과서와 중학교 역사 국정교과서에 실린 '고려의 지방 행정 구역' 지도는 고려의 '3경'을 잘못 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려의 3경은 초기에 수도 개경과 서경(평양) 동경(경주)이었다가 이후 개경, 서경, 남경(지금의 서울)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교과서에는 수도 개경과 3경으로 서경, 남경, 동경을 표기했다. 또 "고려는 수도 개경 외에도 서경(평양) 동경(경주)을 두어 3경이라 했다. 후에 동경 대신 남경(양주목, 지금의 서울)을 3경 중 하나로 삼았다"는 각주 설명이 쓰여 있다.

미래엔 검정 한국사를 집필한 조왕호 대일고 교사는 "교과서에서 개경을 수도로, 나머지 서경, 남경, 동경을 3경으로 표기한 것은 명확히 잘못된 것"이라며 "각주 설명이 맞다고 해도 지도 표기가 잘못돼 학생들이 오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개경의 위치까지 틀렸다. 역사교사모임은 중학교 역사1 국정교과서 130쪽의 '거란의 침입과 강동 6주'를 설명하는 지도에서 개경의 위치가 임진강 북쪽이 아닌 남쪽으로 잘못 표기됐다고 지적했다.

청산리대첩 서술에서도 오류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고교 한국사 교과서 245쪽 모둠활동의 '예시' 부분에는 "그러던 지난주 우리 북로군정서군은 만주의 또 다른 독립군 부대인 대한독립군과 합하여 청산리의 백운평 골짜기에 매복하고 일본군을 기다렸다"고 서술돼있다. 하지만 청산리대첩의 여러 전투 중 하나인 백운평전투는 김좌진의 북로군정서군이 단독으로 참가한 전투로 대한독립군과 함께했다는 설명이 틀렸다는 게 조 교사의 주장이다.

고교 한국사 교과서 125쪽 국보 228호의 사진도 잘못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보 228호는 '천상열차분야지도 각석'으로 태조 4년에 만든 것이다. 천상열차분야지도는 고구려 천문도를 토대로 별을 관찰할 수 있도록 새긴 돌이다.

하지만 교과서에 실린 사진은 숙종 때 새로 만든 '복각 천상열차분야지도 각석'을 탁본한 사진이라는 것이 학계의 지적이다. 조한경 교과서 연구팀장은 "교과서에 실린 사진은 '천상열차분야지도'라는 글씨가 지도 상단에 적혀있지만 실제 국보는 천상열차분야지도라는 글씨가 중하단에 있는 것이 특징"이라며 "국보는 마모가 심해 탁본해도 절대 교과서와 같은 선명도가 나올 수 없다"고 설명했다.

조 팀장은 "국정교과서 최종본에서 오류가 계속해서 발견되고 있다"며 "지금부터라도 내년부터 역사교과서 국·검정 혼용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국정교과서 현장검토본에서 나온 760건의 수정사항을 최종본에 반영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최종본에서도 653건의 오류가 추가로 발견됐다는 역사학계의 주장이 제기돼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계의 오류 지적에 대해서는 검토 후 반영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올해 새학기에 연구학교를 지정하는 계획은 일정대로 추진하고 오는 10월31일까지 추가로 의견수렴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립고궁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천상열차분야지도 각석'(전국역사교사모임 제공)ⓒ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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