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평의원회 '주춤'…개방형이사 선임 '발목'
연세대·고려대 등 평의원회 설치한다지만…
이화여대, 평의원 4명 중 3명 학장 선출 '시끌'
"'우리 결정 오류 없다' 폐쇄적 의사결정 귀결"
- 박응진 기자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고려대, 연세대, 성균관대 등 대학들이 여전히 대학평의원회를 설치하지 않아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개방형 이사 선임도 함께 늦어지고 있다.
교육부는 2005년 개정된 사립학교법에 따라 교원과 직원, 학생 등 대표들로 구성되는 평의원회를 설치해 학칙 제·개정, 대학발전계획 등을 심의토록 했다.
평의원회는 학교운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영입해야 하는 개방형 이사제의 사전단계이기도 하다.
각 사립대학은 평의원회를 통해 이사 정수의 4분의 1을 개방이사추천위원회에서 추천한 외부인사로 채워야 한다.
그러나 고려대, 연세대, 성균관대, 이화여대 등 4개 대학에서는 개방형 이사 선임이 8년째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고려대 등 3개 대학은 개방형 이사제 도입을 반영하는 내용으로 정관 등을 개정했지만 사전단계인 대학평의원회를 구성조차 하고 있지 않는 실정이다.
고려대의 경우 지난 6월 교육부의 페널티 적용시점 전에 신임이사 승인을 받았다.
고려대 관계자는 "최근 논란 이후 평의원회 구성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사립학교법 개정 직후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던 것에 대해서는 정확한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하루 아침에 평의원회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올해 안에 설치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연세대도 수년 전 정관에 평의원 구성비율을 정한 이후 진전된 게 없다.
연세대 관계자는 "기독교 학교인 연세대는 설립 이후부터 외부 종교단체 인사 등을 이사로 선임해 오는 등 사실상 개방형 이사제를 추진하고 있다"면서 "최근 논란으로 평의원회 구성 논의가 지난해보다 활발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대학들의 이같은 평의원회 설치 움직임에도 학내외 시선은 싸늘하다.
법인과 대학의 독단적인 운영에 제동을 걸 수 있는 평의원회 설치를 미루고 있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고려대와 연세대 학생 등은 서명운동, 집회 등을 열어 학교 정관에 명시된 대로 평의원회를 설치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고려대·연세대 총학생회는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평의원회 설립을 촉구했다.
이들은 "평의원회가 없는 사학은 학생과 소통없이 일방적으로 대학 주요 사항을 결정한다"며 "교육부는 비민주적 대학 운영이 근절되도록 보다 적극적인 제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세대의 한 교수는 "연세대가 외부 인사들을 이사회에 참여시키고 있다고 해도 학생, 노조 등의 의견을 온전히 전달할 수 없기 때문에 엄격한 의미에서 개방형 이사로 볼 수 없다"며 "연세대는 최근까지 개방형 이사제를 도입할 의지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교육부 페널티 때문에 평의원회를 설치한 후 개방형 이사 선임 작업에 나선 나머지 대학들도 비판을 받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지난달 이화여대 평교수 모임인 교수협의회는 "교수 평의원 선출과정과 결과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며 이들에 대한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서울서부지법에 냈다.
교수협은 학교 측이 선출방식에 대한 공론화없이 평의원 선거를 진행했고 평의원 4명 중 3명이 교무위원인 학장으로 채워져 민주적 대학운영을 위한 평의회 도입 취지를 훼손했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한 사립대 교수는 "대학 행정당국을 감시하기 위해 평의원을 선출하는 것인데 행정업무를 맡는 학장들이 교수라는 이유로 평의원으로 선출되는 것은 넌센스"라며 "소위 명문이라는 대학들의 교수사회가 어떠한 수준인지 알 수 있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외부 인사들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는 각 대학 이사회는 '우리 결정에는 오류가 없다'는 폐쇄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밖에 없다"며 "이러한 이사회에 대한 견제를 위해 개방형 이사가 필요한 것이고 이를 위한 평의원회 설치가 절실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5월 평의원회 설치 의무를 위반한 연세대 등 7개 사립대에 평의원회를 구성하지 않을 경우 대학법인 이사회의 신규 임원 취임 승인을 보류하겠다고 통보했다.
가령 이사 정수가 8명이면 절반을 갓 넘는 5명까지만 승인하겠다는 제재 방침이다.
이후 백석대는 6월, 홍익대는 7월, 영산대는 8월, 이화여대는 9월 등에 각각 평의원회를 설치했다.
pej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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