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하, '오적' 필화 사건 선고유예 판결 이유는

김지하 시인. © News1 손형주 기자
김지하 시인. © News1 손형주 기자

민청학련 사건과 '오적' 필화 사건으로 7년여간 옥살이를 한 시인 김지하씨(72)가 재심 끝에 민청학련 사건에 대해 무죄를 인정받았지만 '오적' 사건에 대해서는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다.

'오적' 필화 사건이란 김씨가 지난 1970년 봄 사회를 '상류계급의 오적(五賊)'과 '서민계급의 오적'으로 구분한 뒤 상류계급의 사치스러운 생활상과 부정부패를 묘사한 시 '오적'을 월간지 '사상계'에 게재했다는 이유로 반공법 위반 혐의로 100일간 투옥된 사건이다.

이후 김씨는 1974년 민청학련 사건을 배후 조종한 혐의로 다시 구속돼 비상보통군법회의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다.

다행히 국내외 구명운동으로 형집행정지를 받고 10개월만에 풀려났지만 사건의 진상을 알리는 글을 써 김씨는 6년간 옥살이를 해야했다.

김씨는 지난 2010년 11월 서울중앙지법에 재심을 청구했고 법원에서 지난해 10월31일 재심 결정을 내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부장판사 이원범)는 "민청학련 사건과 관련해 수사과정에서 고문, 가혹행위 등 제출 자료는 재심사유로 인정되지만 반공법 위반 혐의까지는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김씨의 공소사실 가운데 일부 범죄사실에 대해서만 재심청구의 이유가 있는 것으로 인정된 경우에도 전부에 대하여 재심개시 결정을 해야한다"며 두 사건을 병합해 재심개시 결정을 내렸다.

첫 재심 공판 이후 한달여 만인 4일 진행된 선고 공판에서 재판부는 민청학련 사건과 관련된 대통령긴급조치제4호위반의 점, 국가보안법위반의 점, 내란선동의 점 등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오적' 필화 사건 관련 반공법위반의 점에 대해서는 재심사유를 인정할 만한 자료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유죄를 유지했다.

재판부는 이날 "민청학련 관련 공소사실이 무죄임을 밝혀 뒤늦게나마 잘못을 바로잡았지만 '오적' 관련 공소사실에 대해서는 재심법원의 심리범위에 관한 법리상 한계로 유죄가 인정됐다"며 "유무죄 판단은 그대로 유지할 수 밖에 없지만 법정 최하형인 징역 1월에 대한 선고유예 판결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김씨의 창작활동이 헌법상 보장된 예술과 표현의 자유에서 본질적 영역에 속하는 것으로서 정상적인 헌법상 기본권 행사였음을 분명히 한다"며 사실상 무죄로 판단했다.

junoo568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