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주총 위임장 써줬다고 공동 보유자 아냐…보고 의무 없다"

"자본법상 '공동보유자' 인정되려면 확고한 의사 합치 있어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모습. 2026.3.12 ⓒ 뉴스1 이호윤 기자

(서울=뉴스1) 김민재 기자 = 주주가 제3자에게 주주총회 의결권을 일시 위임한 경우 대량보유 보고의무 대상인 '공동보유자'로 볼 수 없으므로, 보고의무 위반을 이유로 위임받은 자의 의결권을 제한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반도체 제조사 A의 주주인 법인 B 등 4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주주총회결의 무효 확인 등의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다.

앞서 A의 주주인 법인 C 등 3인은 법원의 소집 허가를 받아 2022년 11월 11일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했다. A는 코스닥 상장 회사다.

이들은 임시주총에서 의결권을 공동 행사하기로 합의하고, 다른 주주들에게 의결권 대리 행사를 권유한 뒤 위임장을 받아 표결에 참여했다.

당시 C 등 3인이 자체적으로 보유한 주식 합계는 발행주식총수(3794만 6235주)의 5%에 못 미치는 87만 2765주였다. 이후 C 측은 표결을 통해 기존 이사 해임 및 신규 이사 선임 안건 등을 가결했다.

이에 B 등 원고 측은 "위임받은 주식까지 합하면 지분율이 5%가 넘어 자본시장법상 '대량보유 보고의무'가 발생함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주주총회결의 무효 및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본인과 특별관계자(특수관계인·공동보유자 등)가 상장법인의 주식을 5% 이상 보유하게 된 경우 해당 사실을 그날로부터 5일 이내에 보고해야 한다.

원고들은 의결권 위임업무 대리인이 일부 안건의 찬반 표시를 원래의 내용과 다르게 변경해 표결에 참여한 '절차적 하자'도 있다고 주장했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원고들의 청구를 각하하거나 기각했다.

1심은 주총 안건에 찬반이 표시된 위임장을 얻은 것만으로는 대량보유 보고 의무가 없다는 금융감독원 지침을 근거로, 피고들에 의결권을 위임한 주주들까지 '대량 보유 보고 대상'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위임장 위조 의혹에 대해서도 "회사가 대리인의 자의적 의결권 행사를 알고 있었다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대리인이 주주 의사에 반해 임의로 의결권을 행사했더라도 이는 당사자 간 손해배상 문제일 뿐 의결권 행사 자체는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C 측에 의결권을 위임한 주주들까지 공동 의결권 행사를 합의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해당 의결권 위임이 이번 임시주총만을 대상으로 한 일시적 조치였으며, 주주들의 위임 철회가 자유로웠다는 점 등이 근거가 됐다.

원고 측이 위임장이 위조됐다고 주장하는 주식 수를 제외하더라도 이사 선임 안건 등의 의결정족수를 충족해 결의 자체에 하자가 없다고 봤다.

대법원 역시 원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자본시장법상 공동보유자가 되기 위해서는 의결권을 공동으로 행사하는 외형만이 아니라 의결권 등을 공동 행사한다는 '의사 합치'가 있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주주가 특정 주주총회를 위해 일시적이고 철회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제3자에게 의결권 행사를 대리하도록 위임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의결권을 공동으로 행사하는 행위를 합의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위조된 위임장에 의한 의결권 행사가 전체 결의의 효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본 원심 판단도 수긍했다.

minja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