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해외도피' 윤석열·조태용·박성재 등 6명 전원 1심 무죄(종합)

"도피 의사 인정 어려워…출금 해제 지시·공모 증거 없다"
尹 형사재판 중 2번째 전부 무죄…尹측 "특검 승복해야"

윤석열 전 대통령/뉴스1 DB

(서울=뉴스1) 장시온 한수현 기자 = 채해병 순직사건 수사외압 의혹으로 수사 대상이 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호주대사로 임명해 해외로 도피시킨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함께 기소된 조태용 전 국가안보실장과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피고인 6명 전원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조형우)는 11일 범인도피 및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윤 전 대통령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순직해병 특검팀(특별검사 이명현)은 윤 전 대통령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었다.

함께 기소된 조 전 국가안보실장과 박 전 법무부 장관, 심우정 전 법무부 차관, 장호진 전 국가안보실장, 이시원 전 대통령비서실 공직기강비서관 등 나머지 5명도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윤 전 대통령이 피고인 신분인 형사 사건에서 기소 내용 전부에 대해 무죄가 선고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채해병 수사외압 의혹에 대한 공수처의 수사선상에 오른 이 전 장관을 호주대사로 임명하고 나머지 피고인들은 인사검증과 출국금지 해제 등에 가담해 범인 도피에 관여했다고 보고 이들을 기소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이같은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먼저 윤 전 대통령의 핵심혐의인 범인도피 혐의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에게 이 전 장관을 해외로 도피시키려는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윤 전 대통령이 2023년 9월 이 전 장관 호주대사 임명을 논의한 뒤 같은 해 11월 임명을 지시했는데, 그 후 이 전 장관이 실제 호주대사로 임명된 직후인 2024년 3월 5일에야 출국금지 사실을 알게 됐다는 것이다.

출국금지를 미리 알고 이를 무력화하기 위해 대사 임명을 추진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대사 임명이 논의된 2023년 9월 당시에는 이 전 장관이 공수처에 고발된 상태였을 뿐 이듬해 1월까지 공수처의 실질적인 수사가 사실상 없었다는 점도 판단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당시 이 전 장관을 '공수처에 고발돼 논란이 되는 사람' 정도로 인식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형사처벌 가능성이 구체화된 범죄자로 인식하면서 공수처 수사를 막을 의도로 대사 임명을 지시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헌법상 대통령의 인사권에 따라 정책적·정무적 판단으로 국방 협력이 중요한 호주에 전직 국방부 장관인 이 전 장관을 대사로 임명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짚었다.

재판부는 나아가 윤 전 대통령의 의사와 상관없이 대사 임명 행위 그 자체만 보더라도 형법상 범인도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형법상 '도피하게 하는 행위'라는 것은 범인의 소재를 발견하지 못하게 하거나 은닉에 준할 정도로 발견을 어렵게 만드는 행위인데, 해외 대사라는 자리는 신분과 소재가 공식적으로 공개된다는 것이다.

순직해병 특검팀 이명현 특별검사. 2025.11.28 ⓒ 뉴스1 안은나 기자

재판부는 범인도피 혐의로 함께 기소된 나머지 피고인들이 윤 전 대통령과 공모해 이 전 장관을 도피시켰다는 특검팀의 주장도 모두 배척했다.

조 전 실장의 경우 대통령의 임명 의사를 외교부에 전달한 데 그쳤고, 장 전 실장 역시 임명 절차를 부당하게 서두르거나 인사검증·출국금지 해제 등에 관여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봤다.

이 전 비서관에 대해서도 인사검증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하거나 검증 방향을 지시한 사실이 인정되지 않고, 이 전 장관에 대한 고발 및 공수처 수사 내용이 검증 과정에서 은폐됐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 해제를 둘러싼 윤 전 대통령과 박성재 전 장관, 심우정 전 차관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역시 증거 부족을 이유로 무죄 판단했다.

박 전 장관이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하라는 취지의 발언을 하기 전부터 이미 법무부 내부에서 해제가 타당하다는 의견이 많았고, 심 전 차관 역시 관련 내용을 보고 받았을 뿐 박 전 장관과 공모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윤 전 대통령과 조 전 실장, 장 전 실장에게 적용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도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선고 후 입장문을 내고 "이번 판결은 정치적 구호나 수사기관의 주장에 휩쓸리지 않고 법과 기록을 토대로 사건을 객관적으로 판단한 올바른 판결"이라며 "채해병 특검 역시 무리한 형사재판을 이어가기보다 무죄 판결의 법리와 의미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이어 특검팀을 향해 "이번 판결을 승복하고 항소를 포기하는 게 마땅하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판결문을 분석한 뒤 항소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2023년 9월 조 전 실장과 이 전 장관의 호주대사 임명을 논의한 뒤 같은 해 11월에 대사 임명을 지시하고, 이후 법무부·외교부·국가안보실·대통령실 인사들이 인사 검증과 출국금지 해제 등에 가담해 이 전 장관을 해외로 도피시켰다고 보고 기소했다.

박 전 장관과 심 전 차관은 윤 전 대통령과 공모해 공수처에서 수사하는 '순직해병 수사 외압 의혹 사건' 피의자인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하는 과정에 관여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도 적용됐다.

조 전 실장과 장 전 실장은 윤 전 대통령과 함께 이 전 장관의 대사 임명 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혐의가 적용됐다.

zionwkd@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