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한 간섭" 안 된다는 조희대, '대법관 제청' 입장 표명은 언제
법원의날 기념사 "법원, 정치권력 등 부당한 간섭 받지 않아야"
이번주 입장 표명 없을 듯…버티기? 결국 '추천위 재구성' 관측
- 박응진 기자, 이장호 기자
(서울=뉴스1) 박응진 이장호 기자 = 조희대 대법원장이 대법관 제청 문제를 놓고 장고에 들어간 모습이다. 이번 주에는 이재명 대통령의 해외 순방 등이 있었고, 제20차 아시아·태평양 대법원장 회의 등이 예정돼 있는 다음 주에도 조 대법원장의 입장 표명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조 대법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2층 중앙홀에서 개최된 제12회 '대한민국 법원의 날' 행사에서 기념사를 통해 "헌법상 독립된 국가기관인 법원이 다른 국가기관이나 정치권력, 사회 세력은 물론 소송당사자로부터도 부당한 간섭이나 영향을 받지 않고 오직 헌법과 법률에 따라 중립적이고 공정하게 재판할 때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온전히 보장하고 법치주의를 실현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대법관 제청 문제를 둘러싸고 청와대와 여권 등을 향한 메시지로 해석된다. 다만 기념사에서 대법관 제청 등 현안에 관해 직접적인 발언은 하지 않았다.
앞서 청와대는 지난 7일 퇴임한 이흥구 전 대법관의 후임으로 제청된 김성수 서울고법 부장판사에 대해선 국회에 임명동의안을 제출했지만, 지난 3월 퇴임한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으로 제청된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에 대해선 임명동의안을 제출하지 않았다.
그간 대법관 인선 시에는 대법원장이 임명권자인 대통령과 사전 조율을 거쳐 공감대가 형성된 뒤 대면 제청하는 게 관행이었는데, 조 대법원장이 사전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손 부장판사에 대해 서면 제청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지난달 28일 청와대로부터 재제청을 요청받은 조 대법원장은 당초 지난주 관련 입장을 발표할 계획이었으나, 지난달 30일 조 대법원장이 갑작스럽게 부친상을 당하면서 입장 표명 시점이 미뤄지게 됐다. 이에 청와대는 조의를 표했고, 대법관 제청을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도 수면 아래로 가라앉게 됐다.
이번 주에는 6일 프랑스 국빈 방문에 나선 이재명 대통령이 10일 귀국하는 등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없는 상황에서 조 대법원장이 입장 표명을 하지는 않을 거란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14일 김성수 대법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16~19일 아태 대법원장 회의가 있는 다음 주도 상황은 녹록지 않다.
쟁점은 조 대법원장이 손 부장판사를 제외한 나머지 후보자 3명 중 1명을 재제청할지, 법과 관례에 따라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를 다시 꾸려 처음부터 절차를 다시 밟을지다.
이와 관련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신속한 재제청 절차를 진행하길 바란다"는 입장을 발표하며 조 대법원장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조 대법원장의 대법관 후보자 제청 지연을 겨냥해 후보자 추천과 제청에 법정기한을 두는 내용의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이는 사실상 추천위를 새로 꾸릴 필요 없이 이미 추천된 김민기 서울고법 고법판사, 박순영 서울고법 고법판사, 윤성식 서울고법 부장판사 중 재제청하라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으로 해석됐다. 당초 청와대는 김 고법 판사를 염두에 두고 있었으나 조 대법원장과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조 대법원장의 장고는 일종의 '버티기'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나머지 후보자 3명 중 1명을 재제청하라는 무언의 압박을 거둬들이라는 뜻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한 현직 판사는 "조 대법원장이 부친상을 당한 뒤 경황이 없었을 텐데, 대통령의 해외 순방과 인사청문회, 국제회의 등도 있어 입장 표명 시점이 미뤄지는 것 아닌가 싶다"며 "조 대법원장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아직 미지수"라고 말했다.
또 다른 판사는 "장고하는 건 여러 가지를 모두 고려하고 있다는 것 아니겠느냐"면서 "다음 주 인사청문회와 국제회의, 그다음 주는 추석 연휴라서 국정감사 전 발표 등으로 예상했던 것보다 늦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법원 내에서는 조 대법원장이 현행 법원조직법에 따라 후보 추천위를 재구성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야권에서도 "대통령이 거부하고 여당이 후보군을 지정하며 대법원장이 그중 한 사람을 제청하는 방식은 명백한 위헌"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에서 추천위 재구성으로 '제청 2라운드'가 진행될 경우 청와대·여당과 대법원 사이의 갈등 수위는 한층 고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pej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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