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점 관두고 만나는 대가로 월 500만원…돈 안 주자 "사모님 찾아간다"
재판부 "호의적인 약속에 불과"…벌금 400만원·집유 2년
- 소봄이 기자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주점에서 알게 된 50대 남성에게 매달 500만 원을 받기로 했다가 돈을 받지 못하자 "사모님을 찾아가겠다"며 돈을 요구한 종업원이 벌금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형사11단독 서영효 부장판사는 최근 공갈미수 혐의로 기소된 A 씨(47)에게 벌금 400만 원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서울 강남구의 한 주점에서 종업원으로 일하던 A 씨는 2024년 12월 손님으로 온 50대 남성 B 씨를 알게 됐다.
두 사람은 이후 주점 밖에서도 개인적으로 만남을 이어갔다. A 씨는 지난해 1월부터 4월까지 B 씨와 따로 만날 때마다 50만 원씩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A 씨는 주점에 출근하지 않고 B 씨를 개인적으로 만나는 대가로 매달 500만 원을 받기로 했지만, B 씨가 돈을 보내지 않자 배우자에게 두 사람의 관계를 알리겠다는 취지로 돈을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A 씨는 "오빠가 가게 쉬라고 얘기해서 쉬었는데 카드값 연체돼서 힘들다"며 "15일에 500만 원 주신다고 하셨는데 오늘 100만 원 입금해 주시면 감사히 쓰겠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B 씨가 돈을 보내지 않자 A 씨는 "많이 바쁘시면 이번 주에 제가 댁 근처로 찾아뵐까요? 아니면 사모님하고 같이 뵐까요?", "저도 사모님 찾아뵙겠습니다" 등 4회에 걸쳐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나 B 씨가 돈을 건네지 않으면서 A 씨의 범행은 미수에 그쳤다.
A 씨는 재판 과정에서 "B 씨가 약속한 돈을 요구한 정당한 권리 행사였고 공갈할 의도도 없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두 사람 사이에 월 500만 원을 지원한다는 취지의 대화가 오간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이는 확정적인 지급 약속이라기보다 법적 구속력이 없는 호의적인 약속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설령 법적 효력이 있는 약속이었다고 보더라도 배우자를 언급하며 돈을 요구한 것은 정당한 권리 행사의 범위를 넘어섰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A 씨가 B 씨의 집 근처로 찾아가거나 배우자와 만나겠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반복해서 보낸 데 대해 "약속한 돈 500만 원을 주지 않을 경우 피해자의 신상에 관한 것을 배우자에게 전부 알리겠다는 뜻이 내포돼 있다"며 "문자메시지 전체 맥락을 고려하면 결코 '농담'조로 보낸 의미로는 읽히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두 사람이 주점 밖에서 개인적인 만남을 지속하며 돈을 주고받아 온 관계였고, 이후 월 500만 원의 지급 여부를 두고 다투는 과정에서 범행이 발생한 점 등을 고려해 "처벌 가치 내지 그 필요성이 극히 미미하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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