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검찰수사관이 수사 착수했다면…지휘 검사가 '수사 개시'한 것"
1심 징역형 집행유예→2심 공소기각→파기환송
"검찰수사관은 검사 수사 보조 역할"
- 문혜원 기자
(서울=뉴스1) 문혜원 기자 = 검찰수사관이 검사의 지휘를 받고 참고인 조사 등 실질적인 수사에 착수했다면 지휘 검사가 수사를 개시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마용주 대법관)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A 씨, 감사원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B 씨에 대해 공소기각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지난달 13일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대학교수였던 A 씨는 2019년 9월 대학원생 B 씨로부터 현금 3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감사원은 A 씨의 금품수수 관련 신고를 접수하고 감사를 실시했다. 그러나 B 씨는 2022년 5월부터 같은 해 7월까지 3차례에 걸쳐 감사원의 출석 요구에 정당한 사유 없이 응하지 않았고 감사원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전직 대학교수와 대학원생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고 A 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과 추징금 3000만 원, B 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1심은 지난해 2월 A 씨에 대해 "대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원은 항상 사표가 될 품성과 자질의 향상에 힘써야 하고 일반 직업인보다 높은 도덕성이 요구된다"며 "교원 사회 전체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실추시킬 우려가 있는 점에서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B 씨에 대해선 "개인지도 지도비 내지 사례비 명목으로 3000만 원을 제공해 교수 업무의 공정성과 청렴성이 훼손됐고 감사원으로부터 출석 요구를 받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응하지 않았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2심은 지난 1월 검찰청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수사·기소 분리 원칙에 위배된다며 1심을 파기하고 A 씨와 B 씨에 대해 공소기각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한 검사가 수사를 개시하면서 동시에 기소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검찰청법 제4조 제2항은 '검사는 자신이 수사 개시한 범죄에 대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앞서 감사원장은 2022년 7월 검찰총장에게 수사를 요청했고 서울중앙지검은 사건을 강력범죄수사부로 배당했다.
서울중앙지검 소속 검찰수사관은 C 검사의 지휘를 받아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고 피의자 신문조서를 작성하는 등 수사에 착수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D 검사는 피고인 조사 등 추가 수사를 한 뒤 기소를 결정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C 검사의 지휘를 받고 검찰수사관이 수사에 착수했다면 C 검사가 수사를 개시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사건을 다시 판단하라고 했다.
대법원은 "검찰수사관은 참고인 진술조서와 피의자 신문조서를 작성하는 등 실질적·구체적 수사 행위에 착수했다"며 "이로써 수사는 개시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검찰수사관의 수사는 검사의 수사를 보조할 뿐이므로 각 범죄에 대해 일차적 수사를 담당한 수사기관은 C 검사로 봐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소사실의 범죄는 C 검사가 수사 개시한 범죄이므로, D 검사가 범죄를 송치받아 추가로 수사를 하고 공소를 제기했다고 해도 '검사 자신이 수사 개시한 범죄'에 대해 공소를 제기한 것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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