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변론 끝나자 변호인 목 찌른 피고인…칫솔 흉기로 '묻지마 범죄'
[사건의재구성]갈등 없던 국선변호인 기습…교도관 제지로 살인미수
출소 13일 만에 재범…복역 중에도 24차례 징벌
- 권준언 기자
(서울=뉴스1) 권준언 기자 = 2024년 8월 어느 날 오전 11시쯤 대전지법의 한 법정.
공무집행방해 사건으로 항소심 재판을 받던 A 씨의 오른쪽에는 국선변호인 B 씨가 앉아 있었다.
B 씨가 최후변론을 마쳤다. 그때 A 씨가 오른손을 허리춤으로 가져갔다. 그가 꺼낸 것은 교도소에서 지급받은 칫솔이었다. 손잡이 끝부분은 날카롭게 갈려 있었다.
A 씨는 곧바로 칫솔을 들고 B 씨의 왼쪽 목을 한 차례 찔렀다. 갑작스러운 공격을 받은 B 씨는 손으로 A 씨를 밀쳐냈다.
법정에 있던 교도관들도 달려들어 A 씨를 제압했다. 범행은 더 이어지지 않았다.
두 사람 사이에 특별한 갈등이나 불화는 없었다. B 씨의 변론 내용에 불만을 품은 것도 아니었다.
A 씨는 범행 도구를 이날 아침부터 준비했다. 재판 시작 약 세 시간 전, A 씨는 대전교도소 수용실에 있었다.
오전 8시쯤 A 씨는 화장실 교도소에서 지급받은 칫솔 손잡이를 바닥에 갈아 날카롭게 만들었다. 이후 칫솔을 신발 깔창 밑에 숨겨 법원으로 향했다.
오전 9시 30분쯤 대전지법 수감자 대기실에 도착해서는 칫솔을 다시 꺼내 바지 오른쪽 허리춤에 숨겼다.
그 상태로 법정에 들어간 A 씨는 B 씨가 최후변론을 마치자 범행했다. B 씨는 왼쪽 목에 약 10일간 치료가 필요한 상처를 입었다.
A 씨가 범행을 준비한 이유는 변호인에 대한 원망 때문이 아니었다. 당시 A 씨는 공황장애 등에 대한 약을 복용하다 처방 일을 놓쳐 약을 먹지 못하고 있었다. 범행 이틀 전부터는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
그러던 중 "다른 사람들은 행복해 보이는데 나는 왜 이렇게 힘든지 모르겠다. 누구 하나 찌르고 나도 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재판부는 A 씨가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별다른 이유 없이 범행 도구를 준비한 뒤 불특정인을 상대로 범행했다고 판단했다.
A 씨는 2008년부터 공갈과 폭행, 상해, 사기, 성폭력 범죄, 절도, 공무집행방해, 마약 범죄 등으로 모두 15차례 형사처벌을 받았다. 이 가운데 5차례는 징역형의 실형이었다.
복역 중에도 다른 수용자와 싸우거나 입실을 거부하는 등의 행동으로 24차례 금치 처분을 받았다.
A 씨는 2024년 3월 14일 형 집행과 노역을 모두 마쳤지만 13일 뒤 다시 공무집행방해 범행을 저질렀다.
이 사건으로 구속돼 재판받던 중 자신의 국선변호인을 공격한 것이다.
대전지법 형사13부는 지난해 1월 8일 A 씨에게 살인미수 혐의로 징역 8년을 선고하고 출소 후 1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를 부착하도록 명령했다. 항소심은 같은 해 6월 징역 7년 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을 구체적인 목적이나 동기 없이 불특정인을 상대로 저지른 이른바 '묻지마 범죄'로 봤다.
재판부는 "사회구성원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갑작스러운 범행에 적절하게 대처하기도 어려워 사회적으로 큰 불안감을 일으키므로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A 씨가 여러 차례 복역과 출소를 되풀이하고도 누범기간에 다시 범행한 점 등을 들어 "규범의식이 매우 박약한 상태로 피고인에게서 개전의 정이나 준법 의지를 도저히 찾아보기 어렵다"고 질타했다.
B 씨는 A 씨의 엄벌을 탄원했다. 재판부도 B 씨가 최후변론을 마친 뒤 자신이 변호한 피고인에게 무방비 상태에서 기습 공격을 당해 상당한 신체적 고통과 정신적 충격을 받았을 것으로 봤다.
이어 향후 국선변호인 업무를 수행하면서도 "자신이 변호할 피고인들의 돌발 행동에 대한 두려움 등으로 인해 업무 수행이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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