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 들었다는 이유만으로 '상관모욕' 아냐"…대법, 26년 만에 판례 변경

"종전 판례 해석론 따르면 죄형법정주의 어긋나"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전경. ⓒ 뉴스1

(서울=뉴스1) 문혜원 기자 = 단순히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에서 상관을 모욕했다는 이유만으로는 '군형법상 상관모욕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이 22일 나왔다. 기존 판례를 26년 만에 뒤집은 것이다.

여러 사람이 알 수 있게 모욕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문서, 도화 또는 우상을 공시하거나 연설하는 것'에 해당하거나 그에 상응하는 정도의 방법으로 모욕해야 상관모욕죄가 성립한다는 의미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대법관 이흥구)는 이날 오후 2시 상관모욕죄로 기소된 A 씨의 상고심에서 유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또 상관모욕죄는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에서 상관을 모욕함으로써 성립한다고 판단한 1999년 11월 대법원 판례를 변경했다.

해군 소속 함정에서 전탐장으로 근무하던 A 씨는 2019년 10월 기지로 입항하던 중 함정 조타실에서 입항과 관련해 상관에게 여러 차례 의견을 제시했다.

그럼에도 상관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A 씨는 화가 나 하사 3인이 듣고 있는 가운데 "여기 지휘관 엉망이다. 권고도 듣지 않는다"라고 말하면서 착용하고 있던 헤드셋을 벗어 책상에 집어던져 상관을 모욕한 혐의로 기소됐다.

하급심에서는 유죄가 선고됐다. 1심은 A 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2심도 A 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면서 항소를 기각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A 씨의 손을 들어주고 기존 판례를 변경했다. 대법원은 "군인 3명 앞에 나서서 일방적, 공개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물리적 공간이나 가상공간 등에서 여러 군인에게 반복적,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거나 확산될 만한 방법으로 표현되지도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A 씨의 행위는 '문서, 도화 또는 우상을 공시하거나 연설하는 것 또는 이에 상응하는 정도의 공연한 방법'으로 상관을 모욕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며 상관모욕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종전 대법원 판례의 해석론에 따르면 '공연하지 않은 방법'으로 상관을 공연히 모욕한 경우까지 군형법 제64조 제2항의 적용대상으로 보는 결과가 된다"며 "이는 '공연한 방법'의 의미를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해석한 것으로 죄형법정주의의 내용인 확장해석금지 원칙에 어긋난다"고 했다.

천대엽·오석준·엄상필·신숙희·박영재 등 대법관 5명은 별개의견으로 "상관모욕죄의 처벌범위를 합리적으로 제한하고자 하는 다수의견의 취지에 뜻을 같이한다"면서도 "처벌범위를 합리적으로 제한함에 있어 보호법익에 대한 침해 여부가 가장 중요한 기준이 돼야 한다"고 했다.

이어 "부하인 군인이 업무 수행 중 불특정 또는 다수의 군인들이 듣고 있는 가운데 여성 상관을 성적 대상으로 삼아 음란하게 표현하는 경우 등과 같이 군형법을 통해 규율하여야 할 필요성이 매우 큰 경우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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