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드는 학생에 "왜 거짓말하냐, 사기꾼" 말한 교사…대법 "아동학대 아냐"

1,2심 아동학대 인정…대법 "피해아동 행위가 교권 침해·수업방해 행위"
"인격 직접 비하 위한 행위 아닌 감정통제 못해 진정시키려 따끔한 지적"

ⓒ 뉴스1 김지영 디자이너

(서울=뉴스1) 이장호 기자 = 교사가 자신에게 큰소리치고 대드는 학생에게 부적절한 말을 했더라도 이를 곧바로 아동학대로 처벌할 수 없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오히려 학생의 행위가 교권 침해 및 다른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행위가 될 수 있는데, 이를 지적하고 제지한 것이 교사의 지도 재량 범위 내 행위로 볼 수 있다는 취지다.

7일 법조계와 교육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2심에서 벌금 200만 원과 40시간의 아동학대 치표 프로그램 이수를 명령받은 A 씨 사건에서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법에 환송했다.

한 초등학교 담임 교사로 일하던 A 씨는 2019년 6월 체육수업에서 수행평가 중 일부 항목을 하지 못했다는 학생의 항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자 이 학생은 큰 소리로 항의하면서 A 씨에게 대들었고, 이에 A 씨는 체육수업을 마친 뒤 10살 학생에게 "너 왜 거짓말해. 사기꾼. 너희들은 쟤처럼 거짓말하는 애가 되지 마라. 꼴 보기 싫어"라고 말한 뒤 반성문을 쓰게 했다.

A 씨는 같은 날 알림장 애플리케이션에 그 학생을 지칭하며 "거짓말을 그럴듯하게 꾸며서 자세히 울면서 억울하다면서 천연덕스럽게 하는 학생이 있습니다. 여러 사람이 봤다고 하는데도 끝까지 우기고 울면서 억울하다고 거짓말을 합니다"라는 글을 게시했다.

이후 학생 아버지에게 전화를 받고 화가 난 A 씨는 학생을 학교 연구실로 데려가 "너희 부모는 너 유치원 다닐 때도 난리였지? 아니 난리를 쳤겠지.”라고 말하기도 했다.

결국 A 씨는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1·2심은 교사의 행위를 모두 아동학대로 인정, 벌금 200만 원과 4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A 씨의 수업 시간 발언과 앱 게시글은 부적절하고 학생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는 행동이지만, 아동의 정신건강 발달을 저해할 정도 등에 해당하는 정서적 학대 행위거나 학대의 고의가 있었다는 사실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대법원은 "A 씨의 발언과 행위의 계기가 된 피해 아동의 행위는 교실에 있던 다른 학생들의 학습권과 담임교사인 A 씨의 교권을 침해하는 수업 방해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며 "피해 아동을 따로 분리된 장소로 불러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그 자리에서 바로 피해 아동의 잘못을 지적하고 훈계·훈육 등의 조치를 취하거나 피해 아동의 이름을 밝히지 않은 채 학부모들에게 각 가정에서 적절한 지도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안내한 것이 그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 피고인이 피해 아동에게 보인 태도와 피해 아동의 성향, 그 발언과 게시행위의 정도와 태양 및 경위 등에 비추어 보면 그러한 행위들이 피해 아동의 인격을 직접 비하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 교육적 조치 과정 중 피해 아동의 거짓말이 심각한 잘못이라는 점을 강조하다가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는 피해 아동을 따끔한 지적으로 진정시키려는 의도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전국의 교장·교감·원장·원감들 155명이 모여있는 '전국교장교감원장원감 좋은교육정책포럼'은 대법원 판결을 환영한다는 뜻을 밝히며 회와 교육부, 경찰, 아동보호전문기관, 학생들의 보호자들의 전향적인 변화를 촉구했다.

이들은 "그동안 학교 현장은 교육적 목적을 가진 최소한의 훈계나 지적조차 악의적이고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와 고소로 이어져 심각하게 어려움을 겪어왔다"며 "교육활동조차 범죄로 취급받는 비정상적인 현실 속에서 학교 구성원들은 깊은 무력감을 느껴야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판결은 교사의 생활지도를 개인적 언행만으로 평가하지 않고 수업과 교육활동의 ’전체적인 맥락‘ 속에서 판단해야 한다는 상식적인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매우 의의가 크다"며 "정당한 교육활동조차 위축시켰던 무분별한 민원과 무차별적인 아동학대 신고가 이번 판결을 계기로 더 이상 용인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ho86@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