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조 기름값 담합' HD현대오뱅 등 정유4사 실무진·법인 무더기 기소
美·이란 전쟁 발발에 L당 30~40원 올려…총 피해 26조 추정
자영주유소에 갑질도…"국가적 혼란 틈타 국민에 피해 전가"
- 최동현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미국·이란 전쟁을 틈타 14조 원 규모의 기름값 담합 인상한 혐의를 받는 HD현대오일뱅크·GS칼텍스·SK에너지·에쓰오일(S-OIL) 등 정유 4사와 실무진들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나희석)는 6일 공정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HD현대오일뱅크 가격결정부서 부서장 A 씨를 구속기소하고, 책임매니저 B 씨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또 HD현대오일뱅크 법무실장 C 씨와 GS칼텍스 국내영업 부문장 D 씨를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아울러 HD현대오일뱅크·SK에너지·GS칼텍스·에쓰오일 4개 법인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A 씨와 B 씨는 2024년 7월부터 2026년 2월까지 SK에너지 임직원과 유가 정보를 교환한 혐의를 받는다. 특히 A 씨는 올 3월 미국·이란 전쟁이 발발하자, SK에너지 가격결정부서 부서장과 가격을 대폭 높기로 합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C 씨는 올 3월 공정거래위원회 현장조사 사실을 미리 알고 타사의 가격 정보를 취합한 자료를 삭제한 혐의(증거인멸)를, D 씨는 공정위 현장조사 전에 가격 결정 회의 자료를 공유한 사내 메신저를 삭제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 수사 결과, 올해 3월 미국·이란 전쟁 발발 직후 SK에너지는 HD현대오일뱅크보다 기름값을 리터(L)당 30~40원 높게 올리기로 담합하고, GS칼텍스와 에쓰오일이 그 담합 가격을 추종(의식적 병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이란 전쟁 발발 당시 국내 정유사들은 이미 상당한 양의 원유를 비축해둬 가격이 급등할 이유가 없었는데도, 모든 회사가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규모로 입금가를 폭등시켰다는 것이다.
HD현대오일뱅크와 SK에너지 두 회사의 직접 담합 규모는 14조 2000억 원, GS칼텍스와 에쓰오일의 의식적 병행 행위에 따른 파급 효과를 더하면 총 26조 원 상당의 경쟁제한 효과가 발생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정유업계가 미국·이란 전쟁 직후 기름값을 일시에 끌어올릴 수 있었던 배경에 '완전 과점'이라는 시장 구조와 수년간 만성적으로 이어진 담합 관행이 있었다고 봤다. 정유 4사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98.6%에 달한다. 4개 회사가 담합하면 국내 가격이 결정되는 구조다.
예컨대 한 정유사 대화방에선 지난 3월 4일 국제유가가 폭등하자 한 사람이 "오늘 가격 100원 더 올린다", "우리 올해 2조 벌 듯", "역시 전쟁으로 먹고사는 회사", "트럼프 만세" 등 대화가 오가기도 했다.
정유업계의 '자영주유소 갑질' 관행도 법의 판단을 받게 됐다.
정유 4사는 지난 2021년 1월부터 지난달까지 5년간 주유소들과 '전량구매' 방식의 공급 계약을 맺고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자사 제품만 구매하도록 한 강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정유사들이 주유소에 공급가격을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타사 제품을 공급받은 주유소에는 거액의 손해배상을 청구하거나 비용 회수, 보너스카드 중단 등 불이익을 준 것으로 봤다.
검찰은 정유업계의 '유가 담합' 피해가 국민에게 전가됐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전량 구매 및 사후정산 관행으로 자영주유소들은 더욱 저렴한 석유제품을 공급하는 다른 거래처와 거래할 기회가 전면 차단했다고 봤다.
검찰은 "국가적 혼란을 틈타 유가 교란의 중대 범죄를 범한 피고인들에게 죄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산업통상부 등 유관기관과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했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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