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HD현대중 사내하청 교섭의무 없다"…하청노조 패소 확정(종합)
"노란봉투법 전 사건엔 구 노조법 적용"…원청 사용자성 법리 유지
- 서한샘 기자, 김종훈 기자
(서울=뉴스1) 서한샘 김종훈 기자 =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원청회사인 HD현대중공업이 사내하청 노동조합의 단체교섭 요구에 응할 의무가 없다고 판단했다. 지난 2017년 소송이 제기된 지 9년, 대법원에 사건이 접수된 지 7년 6개월 만의 결론이다.
대법원은 이 사건이 이른바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개정 노동조합법 시행 전 교섭 거부를 둘러싼 분쟁인 만큼 구 노동조합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봤다. 구 노동조합법 아래에서는 단체교섭 의무를 지는 사용자를 명시적·묵시적 근로계약 관계가 있는 자로 본 기존 법리를 유지한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21일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가 HD현대중공업을 상대로 낸 단체교섭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앞서 하청노조는 원청인 HD현대중공업이 하청 근로자들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하는 지위에 있다며 2016년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그러나 HD현대중공업이 이에 응하지 않자, 2017년 1월 원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쟁점은 원청회사인 HD현대중공업이 사내 하청노조의 노조 활동, 산업안전, 고용보장 등에 관한 단체교섭 요구에 응할 의무가 있는지였다.
지난 2018년 4월 1심은 노조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같은 해 11월 2심 역시 1심과 같은 판단을 내렸다.
원심은 HD현대중공업과 사내하청 노동자 사이에 묵시적 근로계약 관계가 성립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하청업체들이 독립된 급여체계와 취업규칙, 인사관리 규정을 두고 근로자 채용 여부와 규모를 자체 결정했으며 근태 관리와 징계 문제에서도 실질적·독자적인 권한을 행사했다는 이유에서다. 실질적인 업무지시권을 행사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원심은 대법원 판례상 원청이 하청 노동자의 기본적 근로조건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하는 경우 부당노동행위 구제명령의 대상인 '사용자'로 볼 수 있다는 점은 전제로 뒀다.
다만 부당노동행위 구제명령의 대상인 사용자와 단체교섭 의무를 지는 사용자를 동일하게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원청이 하청노조 활동을 방해할 경우 부당노동행위 책임을 질 수는 있어도, 그 사정만으로 단체협약을 체결해야 할 교섭 상대방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
대법원 역시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봤다. 대법원은 대법관 8인의 다수 의견으로 "구 노동조합법이 적용되는 사안에서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 관한 종전 법리는 타당하므로 유지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단체교섭은 근로계약 등 계약 관계에 관한 근로조건의 유지·개선 등을 위한 단체협약 체결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며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의 범위는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의 개별 근로계약 관계 존재 여부와 밀접한 관련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원청회사가 사내 하청노조에 대해 지배·개입하지 않을 의무 등 소극적 의무를 부담하는 것을 넘어서 적극적으로 단체협약 체결을 위해 단체교섭에 응할 의무까지 부담한다고 해석하는 것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노란봉투법의 내용·경위도 판단 근거로 들었다. 대법원은 "입법자는 대법원 종전 법리를 존중하는 전제에서 사용자 개념을 확대하기 위해 후문을 추가하는 내용으로 입법적 결단한 것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이 같은 다수 의견에 대해 이흥구·오경미·신숙희·마용주 대법관은 원청이 하청 노동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다면, 구 노동조합법 아래에서도 단체교섭 의무를 지는 사용자로 봐야 한다면서 반대 의견을 냈다.
이들은 단체교섭권이 노동3권의 핵심이라고 강조하면서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는 헌법이 노동3권을 직접적으로 보장하는 취지와 목적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또 노란봉투법은 완전히 새로운 입법이라기보다 하급심과 노동위원회의 해석 흐름을 명확히 한 것이라고 봤다.
이번 판결은 노란봉투법 시행 전 사건에는 구 노동조합법상 기존 사용자성 법리가 적용된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다만 대법원도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사건에서는 노동3권의 실효적 보장이라는 입법 목적에 맞게 '실질적·구체적 지배·결정' 요건을 해석해야 한다고 밝힌 만큼, 개정법상 사용자 범위를 둘러싼 다툼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날 판결 직후 금속노조는 "이날 판결은 개정 노동조합법 취지에 역행하는 결정이다. 이미 사회는 노동조건에 대해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하는 자가 사용자라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며 "대법원은 시대적 요구와 노동 현장의 현실을 따라가지 못했다"고 규탄했다.
sae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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