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사법' 대외신인도 추락할라…외국 법관도 "법왜곡죄, 충격적"

[법왜곡죄 두달] ①재판 독립성 침해 시 투자 신뢰에 악영향
법치지수 19위에도 '독립성 평가'는 변수…"신뢰 깎을 수도"

편집자주 ...오는 12일 법왜곡죄가 시행된지 두 달이 된다. 고의적 재판·수사 왜곡을 통제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됐지만, 시행 초기부터 판사·검사 등에 대한 고소·고발이 이어지면서 사법 독립 침해와 재판 위축 우려가 커지고 있다. 법왜곡죄가 법조 현장에 가져온 변화와 남은 과제를 총 3편의 기사로 짚어본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 뉴스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서한샘 한수현 김종훈 기자 = 한국의 법치 수준이 10년째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하는 가운데, 법왜곡죄 도입이 'K-사법'의 신인도에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재판 판단을 형사 책임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해당 법이 외국인 투자와 사법 독립성에 대한 평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해외 상사법계 "충격적"…韓 투자 신뢰 악영향 우려

법왜곡죄는 판사·검사 등이 권한을 이용해 법령을 잘못 적용하거나 왜곡할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자격 정지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지난 3월 12일 시행 뒤 지난달 27일까지 경찰에 접수된 법왜곡죄 고발 건수는 239건, 피고발인은 3272명에 달한다.

그간 한국 사법은 투자 환경 측면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아왔다. 미국 국무부는 2025년 한국 투자 환경 보고서에서 한국 법원이 외국인 투자자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건에서 독립적이며 정부 간섭을 받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법왜곡죄로 인해 법관의 재판 판단이 고소·고발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국제적으로 확산할 경우, 한국 법원에 대한 신뢰는 흔들릴 수 있다.

실제 해외 법조계에서도 이런 우려가 전달됐다. 법원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3월 대법원을 방문한 영국 상사법원 판사 포함 복수의 영미법계·영연방 국가 법관들이 한국의 법왜곡죄 도입 소식에 "충격적"이라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재판의 독립성이 침해될 경우 한국의 투자 신뢰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를 함께 표명했다고 한다. 법왜곡죄 도입을 앞두고 한국 법원이 국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거나 다른 국가 법관들과 머리를 맞대지 않은 데 대한 의문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서는 이 같은 반응이 영미법계와 한국의 사법 구조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본다. 영미법계에서는 판결, 법률해석, 증거 판단 등 재판 행위에 대해 광범위한 사법 면책이 인정된다. 뇌물수수나 증거 조작 등 별도 범죄에 대해서는 형사책임을 질 수 있지만, 판결 내용 자체를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는 데는 매우 신중하다.

물론 법왜곡죄가 모든 법관 판단을 처벌 대상으로 삼는 것은 아니다. 고의로 법을 왜곡해 특정인에게 이익이나 불이익을 줄 목적이 있는 경우에만 처벌하며, 합리적 법 해석은 처벌 대상에서 제외된다. 고의적 재판 왜곡을 통제하고 사법 책임성을 강화한다는 입법 취지도 있다.

그러나 실제 사건에서 '오판'과 '고의적 왜곡'을 구분하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 문제다. 되레 법관이 자신의 판단으로 향후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인식하면,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에서 방어적 판단을 하거나, 형사재판 기피 현상이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해외 투자자나 상사법계 입장에서는 이런 위축 가능성 자체가 불확실성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셈이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 법원 깃발이 휘날리는 모습. 2026.3.12 ⓒ 뉴스1 이호윤 기자
법치 지수 19위라지만…사법 독립성 평가에도 변수

법왜곡죄의 파장은 투자 환경에 그치지 않는다. 입법부가 주도한 해당 법안의 도입 자체가 사법 독립성에 대한 국제 평가 지표를 끌어내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세계정의프로젝트(WJP)의 2025년 법치주의 지수에서 한국은 143개국 중 19위로 외형상 양호한 성적을 거뒀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추이를 보면 2015년 0.79점(1점 만점)이었던 법치 지수는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진 2016년 이후 0.72~0.73점대로 내려간 뒤 줄곧 0.73~0.74점 사이에 갇혀있다.

세부 지표에서는 취약성이 더 두드러진다. '사법부가 행정부 권력을 효과적으로 견제하는지' 묻는 항목에서 한국은 0.61점을 받아 고소득 국가 51개국 중 34위에 그쳤다. '형사 사법이 정부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로운지'를 묻는 지표에서는 27위였다.

법조계에서는 입법을 통해 재판 판단을 형사 책임의 영역으로 끌어들인 법왜곡죄가 향후 이 지표들을 평가하는 과정에서 부정적인 신호로 읽힐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 같은 우려는 전 세계적으로 사법부 독립 문제가 법치주의의 핵심 의제로 부상하는 흐름과도 맞물린다. WJP는 2025년 보고서에서 전 세계 68% 국가의 법치주의가 후퇴했다고 진단하면서 사법부의 행정부 견제 기능이 다수 국가에서 약화했다고 짚었다.

유럽사법평의회네트워크(ENCJ)도 프랑스·헝가리·몰도바·루마니아 등에서 정치 행위자들에 의한 법관 압박과 위협이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국제 사회 논의가 법관을 외부 위협으로부터 보호하는 데 집중되는 상황에서 한국은 재판 판단에 대한 형사처벌 가능성을 열어놓는 방향을 택한 것"이라며 "처벌 사례가 얼마나 나오는지보다 판결 불복이 곧바로 법관 고발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든 것 자체가 사법 독립성에 대한 국제적 신뢰를 깎을 수 있다"고 말했다.

sae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