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파면 1년] 달라진 사법 지형…헌재 위상 오르고 검찰청은 폐지

헌재, 신뢰·선호도↑…재판소원 '기회이자 과제'
대통령 배출한 검찰…'검찰총장' 명칭만 남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모습. ⓒ 뉴스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서한샘 기자 = 지난해 4월 4일 오전 11시 22분,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8명 전원일치 의견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했다. 12·3 비상계엄 이후 122일, 국회에서 탄핵 소추된 지 111일, 변론 종결 후 38일 만의 결론이었다.

장고 끝에 내려진 결정 이후 1년, 사법 체계 지형은 빠르게 변화했다. 헌재는 높아진 위상과 확대된 권한을 기반으로 중심 기관으로 부상했지만, 파면 대통령을 배출한 검찰은 공소청 체제로의 전환과 함께 기존 조직이 폐지되는 수순에 들어섰다.

尹 파면 뒤 높아진 신뢰·관심…헌법 연구관 경쟁률도 5년 새 최고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은 헌재 위상 변화의 신호탄으로 평가된다. 사회적·정치적 파장이 큰 사건이었음에도 재판관 전원이 같은 결론에 도달하면서 헌재 판단의 정당성과 권위가 한층 강화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실제 윤 전 대통령 파면 이후 헌재에 대한 여론의 신뢰도는 높게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여론조사 전문업체 에스티아이가 한겨레 의뢰로 전국 유권자 202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5~2026 유권자 패널조사'에 따르면, 헌재는 세 차례 이뤄진 조사에서 모두 5.2점을 기록하며 가장 신뢰도가 높은 기관으로 꼽혔다.

사회적 관심 역시 눈에 띄게 커졌다. 헌재에 따르면 견학 참가자(매년 6월~이듬해 3월 집계)는 2022년 5151명, 2023년 6425명, 2024년 3617명, 2025년 9890명으로 집계됐다. 윤 전 대통령 탄핵 심판 접수 이후 한동안 견학 프로그램이 운영되지 않으면서 2024년에는 참가자가 줄었지만, 파면 뒤 1만 명에 육박하며 크게 반등하는 흐름을 보였다.

헌재는 증가한 수요에 대응해 기존 평일 하루 2회 운영하던 견학 프로그램을 3회로 확대하고, 3~4월 시범운영을 거쳐 토요일 운영도 도입하기로 했다.

법조계 내부에서도 선호도가 높아지는 양상이다. 매년 9월께 진행되는 헌법 연구관(보) 채용 현황을 보면, 올해는 최종 9명 선발에 131명이 지원해 14.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최근 5년간 경쟁률이 2022년 13.1대 1, 2023년 9.1대 1, 2024년 10.1대 1, 2025년 9.1대 1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가장 높은 수준이다.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민원실에 재판소원 관련 안내문이 비치돼 있는 모습. 2026.3.25 ⓒ 뉴스1 이호윤 기자
재판소원 도입…커진 권한, 더 무거워진 책임

헌재의 위상 변화는 재판소원 도입에 따른 제도적 권한 확대와도 맞물려 있다.

재판소원은 기존 심판 대상에서 제외됐던 법원 재판에 대해서도 헌법소원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사법개혁 3법의 핵심 축 가운데 하나다. 일부에서는 헌재가 사실상 사법 체계 전반을 통제하는 '최종 심판기관'으로 역할을 확대했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재판소원 도입 논의가 지난해부터 정치권에서 급물살을 탄 계기 가운데 하나는 지난해 5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환송이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사법부 견제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면서 제도 도입 논의가 탄력을 받았다.

그러나 헌재는 재판소원이 최근 정치권 이슈로만 등장한 제도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법원 재판을 헌법적 통제 대상으로 포함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은 오래전부터 제기돼왔고, 재판소원 역시 헌재가 지속해서 언급한 제도라는 주장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권한 확대와 함께 헌재의 부담도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판단의 신중성과 제도 운용 역량이 더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지난달 12일 제도 도입 뒤 약 20일 만에 재판소원 청구 건수가 200건을 훌쩍 넘긴 상황에서 헌재는 연간 1만~1만5000건의 재판소원 사건이 접수될 것으로 예상한다. 재판소원 사건이 몰리면서 최종 결정이 나오기까지 최대 4~5년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안정적인 제도 안착을 위해선 사전심사 요건을 정교하게 다듬고, 인력·예산 등을 확충해 신속하게 사건을 처리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현재까지 헌재가 본안 심리에 착수한 사건은 나오지 않았다.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제도를 만들어놨으니 헌재 입장에서는 그에 맞는 성과를 보여줘야 하는 상황"이라며 "후속 절차 규정 등 현재 공백 상태로 남아있는 부분을 마련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의 모습. 2026.3.24 ⓒ 뉴스1 황기선 기자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 배출한 검찰…78년 만에 폐지 목전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을 배출하며 한때 권력의 핵심에 섰던 검찰은 정반대 상황에 처해 있다.

윤 전 대통령 파면 뒤 정권 교체와 함께 검찰 개혁은 빠르게 추진됐고, 정부조직법 개정과 공소청법 제정 등 관련 입법은 이미 마무리됐다. 검찰 권한 축소는 검경 수사권 조정과 이른바 '검수완박' 입법을 거치며 이전부터 이어져 온 흐름이지만, 정권 교체 이후 한층 속도가 붙었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오는 9월 검찰청은 정부 수립 78년 만에 폐지 수순을 밟고, 10월에는 공소청이 새로 출범할 예정이다.

새로 출범하는 공소청은 검사가 공소 유지만 담당하도록 해 수사 개입 여지를 크게 제한하는 구조로 설계됐다. 다만 보완 수사를 허용할지 여부는 향후 형사소송법 개정 논의 과정에서 확정될 전망이어서 적잖은 논란이 예상된다.

결국 기존 검찰의 흔적은 '검찰총장'이라는 명칭에만 남게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입법 과정에서는 그마저도 '공소청장'으로 명칭을 변경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지만, 헌법 개정 없이 변경할 경우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반영되면서 현행 명칭을 유지하기로 했다.

조직 내부에서도 체념하는 분위기다. 정권 교체와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로 인해 지난해에만 검사 160여 명이 사표를 제출하며 최근 10년 새 가장 큰 규모의 검찰 이탈이 나타났다. 검찰 안팎에서는 사실상 '엑소더스'가 현실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법조계 인사는 "검찰 개혁이나 사법 개혁 모두 정치권의 의도가 반영된 결과물이라는 지적도 맞지만, 조직 내부에서 자초하거나 빌미를 준 면도 없지 않다"며 "헌재든 공소청이든 새로 쥔 권한과 역할을 어떻게 행사하느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sae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