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수선집, 루이비통 이겼다…대법 "가방 리폼, 상표권 침해 아니다"(종합)

"판매 아닌 개인 사용땐 불법 아니다" 기준 첫 제시
'1500만원 배상' 루이비통 일부 승소한 2심 파기환송

프랑스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 매장의 모습. 2025.4.16 ⓒ 뉴스1 김도우 기자

(서울=뉴스1) 서한샘 기자 = 루이비통 가방을 해체해 새로운 가방·지갑으로 제작했더라도 가방 소유자의 개인적 사용을 목적으로 한 리폼은 원칙적으로 상표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첫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26일 루이비통이 리폼업자 A 씨를 상대로 낸 상표권 침해 금지 등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특허법원에 돌려보냈다.

대법은 우선 상표권 침해가 성립하려면 상표법상 '상표의 사용'에 해당해야 한다는 점을 전제로 들었다.

그러면서 리폼 제품이 거래 시장에서 유통되지 않고 개인적 용도로만 사용되는 한, 제품에 상표를 표시하는 행위는 '상표의 사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는 리폼업자가 소유자 요청을 받아 리폼한 뒤 다시 반환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판시했다.

다만 "형식적으로는 소유자 요청에 따라 개인적 사용을 위해 리폼 서비스를 제공한 것으로 보이더라도, 실질적으로 리폼업자가 리폼 과정을 지배·주도하면서 제품을 자신의 상품처럼 생산·판매해 거래시장에서 유통되게 했다고 평가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상표권 침해가 성립할 수 있다"면서 예외를 뒀다.

대법은 이러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는 △리폼 요청의 경위와 목적 △제품 형태와 개수에 관한 최종 의사결정 주체 △리폼업자가 받은 대가의 성격 △리폼에 사용된 재료의 출처와 비중 △제품의 소유관계 등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관한 증명책임은 상표권자에게 있다고 봤다.

또 소유자가 거래시장에서 유통되게 할 목적으로 리폼을 요청하는 등 리폼업자 행위에 관여했다면, 공동 법적 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는 내용도 명시했다.

이에 따라 대법은 이 사건에 대해 "리폼업자인 A 씨는 가방 소유자들의 개인적 사용을 목적으로 그 소유자들로부터 리폼 요청을 받아 그에 따른 리폼 행위를 하고 리폼 제품을 그 소유자에게 반환했다"며 "원칙적으로 상표법상 '상표의 사용'이 있다고 할 수 없다. A 씨의 리폼 행위는 루이비통의 상표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지난 2022년 루이비통은 상표가 찍힌 루이비통 가방을 해체해 새로운 가방·지갑 등을 제작한 리폼업자 A 씨를 상대로 상표권 침해 금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1·2심은 루이비통의 주장을 받아들여 A 씨가 루이비통 원단을 사용한 리폼 가방·지갑을 제조해서는 안 된다고 판결했다. 이와 함께 A 씨가 루이비통에 1500만 원을 배상하라고 명령했다.

원심은 A 씨의 리폼 제품이 '상품'에 해당하고 교환가치가 있다고 봤다.

제품 원단에 표시된 상표를 활용해 리폼한 행위에 관해선 "리폼 후 제품 출처가 마치 상표권자인 루이비통인 것처럼 표시한 것이므로 '상품에 상표를 표시하는 행위'를 한 것"이라면서 "또 리폼 후 제품을 리폼 주문자에게 인도했으므로 '상품 인도' 행위를 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 A 씨가 개인적으로 가방을 개조한 것이 아니라, 사업자등록을 하고 리폼업을 영위하면서 리폼한 점을 들어 상표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봤다.

대법은 지난해 12월 이 사건에 관한 공개 변론을 열고 루이비통 측과 리폼업자 측 주장을 각각 뒷받침하는 전문가 의견을 청취했다.

이번 판결로 대법원은 가방 소유자의 개인적 사용을 목적으로 한 리폼업자의 리폼 행위가 원칙적으로 상표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지만,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예외적으로 상표권 침해가 성립할 수 있다는 법리를 최초로 선언했다.

이는 해외에서도 엇갈리는 명품 리폼의 법적 평가에 일정한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서도 명품 브랜드 상품의 리폼 행위를 상표권 침해라고 보는 판결과 공정 이용(저작권자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저작물을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이라고 보는 판결이 엇갈리고 있다.

sae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