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조 원대 밀가루·설탕 담합 적발 성과…檢 수사 배경엔 '리니언시' 제도

4조원대 밀가루·3조원대 설탕 담합 사건
1순위 자진 신청자는 기소 면제·2순위는 구형량 절반 감면

29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설탕이 진열되어 있다. 2026.1.29/뉴스1 ⓒ News1 최지환 기자

(서울=뉴스1) 송송이 기자 = 최근 식품업계에서 발생한 설탕과 밀가루 등의 수조 원대 담합 사건에 대한 수사와 기소가 이어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진척을 내지 못하던 수사가 검찰의 '리니언시 제도'(자진신고 감면제도)를 통해 급물살을 탔다.

리니언시 제도는 외부에서 전모를 파악하기 어려운 담합 사건에서 자진 신고한 기업에 기소를 면제해 주거나 형량을 감면해 주는 제도인데, 두 사건에서 이 제도가 실질적 효과를 보인 것으로 평가된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지난 22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를 받는 대한제분, 사조동아원의 전현직 고위급 임원 4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구속영장은 모두 기각됐으나, 피의자들이 4조 원 대의 밀가루 가격 담합 혐의를 인정하면서 담합 구조와 경위가 상당 부분 드러나게 됐다.

이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청구서에는 밀가루 담합과 관련한 회의록, 의사록, 녹취 등 자료가 포함됐고, 검찰은 리니언시를 바탕으로 혐의를 특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중앙지검은 또 앞서 지난해 11월 26일에는 CJ제일제당과 삼양사 대표급 임원 2명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CJ 제일제당 대표급인 전 한국식품총괄 A 씨와 삼양사 전 대표이사 B 씨, 두 업체의 임원 4명과 실무자 5명, 법인 2명을 3조 원대 설탕 담합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지난해 12월 이재명 대통령이 진행한 부처별 업무보고에서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검찰의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로 이 사건을 언급하면서, 리니언시 제도를 통해 구속 기소에까지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기업들의 담합 사건은 리니언시 제도를 통해 수사가 시작되는 경향이 높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최근 기업들의 담합 사건들에 대한 수사가 계속되고 있는데, 대체로 이런 사건들은 리니언시 제도를 통해 수사가 진행되는 것이 많다"고 말했다.

1978년 미국에서 처음 시작된 리니언시 제도는 EU와 OECD 회원국 전체가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97년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통해 처음 도입했다.

대검찰청은 2020년 '카르텔 사건 형벌감면 및 수사절차에 관한 지침'을 제정하고, 1순위 형벌감면 신청자는 기소를 면제하고, 2순위 신청자는 구형량을 절반으로 감면하도록 하고 있다.

검찰이 최근 담합 사건들에서 이룬 성과에도 불구하고, '면죄부 남발'이라는 비판도 꾸준히 제기된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리니언시 자체는 담합 같은 은밀한 범죄를 캐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쓸 수밖에 없다"면서도 "정작 판을 짠 플레이어까지 자수 한 번으로 기소를 면제받거나 형량을 줄이도록 하는 건 면죄부를 부여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mark83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