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사업자만 노린 '그놈 목소리'…캄보디아 노쇼 사기조직 재판行(종합)

캄보디아 실시간 국제 공조로 40일 만에 검거자 韓 송환
병원·군부대 사칭…가짜 명함·공문으로 대리구매 유도해 38억 편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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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 전국의 군부대·대학·병원을 사칭하며 국내 소상공인 215명을 상대로 38억 원을 뜯어낸 범죄조직 일당이 무더기로 검거돼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동부지검 보이스피싱범죄 합동수사부(부장검사 김보성·합수부)는 15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캄보디아를 거점으로 활동한 노쇼 사기 일당 23명을 범죄단체 가입 및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군부대와 병원·대학 직원을 사칭해 식당 등을 예약하고 와인 등 물품을 대리 구매하도록 유도했다. 일부러 업주가 판매하지 않는 특수 품목을 요구해 대리구매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연출한 것이다.

업주가 대리구매를 시도하면 해당 품목을 취급하는 판매상으로 가장한 또다른 유인책이 접근해 발주를 받았다. 업주 입장에서는 대리구매에 쓴 물품 금액만큼 손해를 보는 셈이다. 노쇼 사기 일당은 대리구매에 1000만 원 단위의 큰돈을 쓰기 어려운 소상공인들의 심리를 이용해 목표 사기 금액을 조정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했다.

캄보디아를 거점으로 국내 소상공인들에게 대리구매 사기를 친 일당들의 내부지침 갈무리. 피해자의 심리적 마지노선을 분석해 범죄수익 상한선을 설정하려 한 정황이 나타나 있다. (동부지검 제공)

조직원들은 사칭할 기관을 먼저 설정하고 일대 식당·철물점·가구점 등 개인사업자가 운영하는 업체들을 목록화해 집중 공략했다. 사칭 기관은 전국구 병원·대학·군부대 등 다양했으며 한 기관으로 편중되지 않게끔 범죄 시나리오를 지속적으로 변경했다. 피해자를 속이기 위해 정교하게 제작된 모조 명함과 공문서를 활용하기도 했다.

해당 조직은 2025년 5월부터 11월까지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의 한 카지노 건물을 거점으로 활동한 것으로 파악됐다. 조직은 외국인 총책→한국인 총괄→팀장→유인책의 위계를 갖췄다. 한국인 총책부터 말단 유인책까지는 전원 한국인으로 확인됐으며 국내에도 팀원 모집책·통장 유통책을 두는 등 기업형으로 운영됐다.

동부지검 보이스피싱범죄합수부가 제공한 노쇼 사기 일당 조직도 갈무리

감금·폭행 등 가혹행위는 일어나지 않았으며 대부분의 조직원이 자발적으로 범죄 행위임을 인식하고 사기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거된 23명 중 보이스피싱 사기 관련 동종전과가 있는 이는 11명, 대포 통장 등 범행 도구를 제공한 전력이 있는 이는 2명으로 집계됐다.

캄보디아에서 붙잡힌 조직원은 총 17명으로 지난 11월 13일부터 12월 21일까지 약 40일 동안 국내 송환이 이뤄졌다. 합수부는 국내 송환 과정은 현지 당국의 협조에 따라 좌우되는 부분이 많다며 "외교적인 부분이 많아 작용했기 때문에 신속히 송환될 수 있었다"고 했다. 실제로 이번 노쇼 사기 일당 검거는 우리 정부와 캄보디아 경찰이 공동으로 참여한 '코리아 전담반'이 출범한 뒤 거둔 첫 성과다.

하지만 노쇼 사기 범죄 조직 완전 소탕까지는 추가적인 수사와 현지 경찰의 공조가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합수부는 "외국인 총책이 한국인 총괄을 한 명만 두고 있는 것은 아닐 것"이라며 "이런 경제 단체들은 하부 조직으로 여러 개를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공기관은 물품 대리 구매나 대리 결제를 절대로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하고 주의해야 한다"고 신신당부했다.

realk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