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임대인 선순위 자료 미제공시 중개사가 직접 조사·설명해야"

공인중개사, 임대인이 선순위 자료요구 불응하자 임차인에 구두 설명
경매 넘어가 임차인 배당 못 받아…1심 "손해배상"→2심 "책임 없어"

대법원 전경 ⓒ 뉴스1

(서울=뉴스1) 황두현 기자 = 공인중개사가 다가구주택의 임대차계약을 중개할 때 임대인이 자료 제출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직접 조사나 확인해서라도 임차인에게 선순위 권리 등을 설명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임차인 A 씨가 공인중개사를 상대로 낸 공제금 등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 씨는 2020년 4월 경기도 수원시의 다가구주택 한 호실을 보증금 1억1000만 원에 임차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같은 달 27일 전입신고를 마쳤다.

당시 해당 다가구주택에는 채권최고액 7억1500만 원의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었고, 나머지 호실에 대해 선순위 임대차 보증금 7억4000만 원이 있었다.

중개사는 A 씨와 계약 당시 임대인에 선순위 관련 자료를 요구했는데 거부당하자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에 '임대인의 자료 제출 불응으로 선순위 다수 있음을 구두로 설명함'이라고 썼다. A 씨도 이에 '구두로 설명 들음'이라고 기재했다.

이듬해 6월 다가구주택에 대한 경매절차가 진행되면서 A 씨는 선순위 채권자들에 밀려 배당금을 전혀 받지 못하자 설명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며 중개사와 협회를 상대로 8800만 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1심은 중개사의 부주의를 인정해 A 씨에 66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1심 재판부는 "임대차계약 체결에 앞서 주택 현황을 확인해 다른 임차인이 존재할 수 있음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다"며 "임대차 보증금을 제대로 반환받을 수 있는 것인지 조사·확인할 책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임차인인 A 씨도 직접 내역을 확인하지 않고 구체적인 근거 자료를 적극적으로 요청하지 않았다며 일부 책임을 인정했다.

2심은 중개사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2심 재판부는 "중개사는 계약 체결 당시 근저당 외에 선순위 임대차계약이 다수 있다고 설명함으로써 임대차보증금 회수가 어려울 수도 있음을 안내했다고 볼 수 있다"며 "다른 호실의 선순위 보증금 액수 등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등에 대한 과실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A 씨는 설명을 듣고 다른 임대차 관련 자료 제출 불응과 선순위 계약 존재 사실을 알게됐음에도 계약을 체결했다"며 "중개행위와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대법은 중개사가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은 "설령 임대인이 관련 자료 제공을 거부했더라도 다가구주택의 규모와 전체 세대수, 주변 임대차보증금 시세에 비춰 대항력과 확정일자를 취득했거나 소액임차인으로 보호받는 선순위 임대차보증금 채권이 얼마나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부동산중개 전문가로서 중개사의 역할과 공인중개사법 입법목적을 종합하면 중개사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와 신의성실로써 해당 다가구주택에 대한 선순위 임대차보증금채권이 얼마나 있을 수 있는지 조사·확인해 임차의뢰인에게 성실하게 설명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판결은 공인중개사법상 임대인이 자료요구에 불응한 경우 선순위 보증금에 대해 중개업자가 어떤 확인·설명 의무를 부담해야 하는지에 대한 첫 대법원 판단이다.

ausur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