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완전 분리냐, 보완 허용이냐"…'보완수사권' 존폐에 쏠린 눈

[검찰청 폐지 D-10개월]③'보완수사권' 세부 입법 핵심 쟁점으로
與 "검사 수사 개입 원천 배제" vs 정부 "경찰 수사 완전무결 아냐"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모습. 2025.9.25/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서울=뉴스1) 황두현 기자 = 오는 10월 검찰청 폐지를 골자로 한 정부조직법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정치권과 법조계의 시선은 '검사의 보완수사권 존폐' 여부에 쏠려 있다.

수사·기소의 완전 분리를 주장하는 더불어민주당과 사건 처리 지연에 따른 국민의 사법 피해를 우려하는 법무부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어 보완수사권은 후속 입법 과정에서 최대 쟁점이 될 전망이다.

2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9월 26일 국회를 통과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핵심은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수사기관 신설을 통해 물리적으로 분할하는 내용이다.

검찰이 맡던 수사는 행정안전부 산하에 신설되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기존 경찰이 전담하고, 검찰은 법무부 소속 공소청으로 전환해 기소 여부 결정과 공소유지만 맡는 식이다.

이재명 대통령 공약인 수사·기소 분리가 사실상 확정됐지만 세부 내용을 두고는 정부와 정치권 간 온도 차가 확연하다. 중수청이나 경찰의 미진한 수사에 검사가 보완 수사를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할지 말지, 이른바 보완수사권 폐지 논란이다.

수사 관여 시 유죄 확증편향 우려…"검사, 선수 아닌 심판자 역할"

민주당 등 검찰개혁을 강하게 주장하는 이들은 직접 수사권을 폐지하더라도 보완수사권이 남는다면 검사가 수사에 개입할 여지가 여전하다고 본다.

검사가 수사에 관여하게 되면 유죄를 위한 확증편향을 갖게 되고, 결국 무리하게 수사 결과를 짜 맞추는 과거 검찰의 과오를 되풀이할 수 있다는 논리다. 사실상 보완수사를 통해 수사를 지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검사는 수사 지휘 계통에 있는 '선수'가 아니라 기록만으로 법적 정당성을 따지는 '심판자' 역할에만 충실해야 한다는 게 검찰개혁 강경파들의 주장이다.

법률 전문가인 검사가 필요하다는 일각의 반론에도 검사의 직접 수사는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보완이 필요하면 지시가 아닌 요청을 해야 한다고 반박한다.

민주당 검찰정상화 특별위원회도 최근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전면 박탈하는 내용의 공소청법 초안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에 따르면 보완수사 요구에 대해서도 공소청법이 아닌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협력 준칙 등 하위 법령을 개정해야 한다고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 2025.11.27/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수사권 조정 후 사건 핑퐁 심각 지적…법무장관 "국민 억울함 없도록 해야"

반면 검찰 등 법조계에서는 보완수사권을 폐지하면 다시 수사기관에 이첩하는 사례가 빈번해져 사건 처리가 수개월에서 수년씩 늦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2020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법조계 안팎에서는 검찰이 직접 수사하지 못하는 사건은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청하고, 경찰은 송치한 사건을 다시 돌려받자 이를 방치하는 사례가 빈번해져 '핑퐁' 현상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2020년 검찰이 처리한 사건 중 3개월 넘게 처리되지 않은 장기 미제 사건은 7.5%(175만 8122건 중 23만 3613건)에서 지난해 9.2%(97만 5128건 중 10만 6137건)로 늘었다.

더군다나 보이스피싱, 금융사기 등 범행 수법이 복잡한 사건에서 수사와 기소 시스템 간 협력이 단절되면 범죄 대응 역량이 떨어질 뿐 아니라, 기소 이후 재판 단계에서도 공소 유지 역량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보완수사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해 온 법무부는 최근 보완수사를 통해 실체를 규명한 77건의 사례를 담은 '검찰 보완수사 우수사례집'을 이례적으로 발간했다.

사례집에는 미성년 가해자들이 또래 피해자를 집단 강간·성학대했음에도 경찰이 주요 혐의를 불송치한 뒤, 검찰이 보완수사로 실체를 규명한 '여중생 집단성폭력 사건', 묻지마 폭행 사건으로 기소됐으나 재판 단계에서 검찰이 성폭행 범행이라는 사실을 밝혀낸 '부산 돌려차기 사건' 등의 진실 규명 과정이 생생하게 실렸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발간사에서 "경찰 수사가 완전무결하다고 보장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라며 "검찰의 보완수사는 말 그대로 국민이 억울함이 없도록 보완하는 기능으로 작동해야 한다"며 보완수사 존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문가 입장도 갈려…"보완수사 요구도 안 돼" vs "공소권 행사 필수요소"

보완수사권 존폐 여부는 수사 기소 분리 후 형사사법체계 방향을 결정하는 만큼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이달 초 검찰개혁추진단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김남준 법무법인 시민 변호사는 "보완수사권을 인정하면 현재와 같은 수사-기소-영장청구 구조가 유지된다"며 반대하는 입장을 냈다.

반면 김상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사의 핵심적 기능인 공소권을 정상적으로 행사하기 위한 필수 요소"라며 "보완수사권 박탈 시 경찰이 작성한 기록에만 의존한다"고 했다.

다만 지난 22일 추진단 자문위원 다수가 참석한 토론회에서는 "직접수사권의 하나인 보완수사권도 허용해서는 안 된다"(황문규 교수), "보완수사 요구조차도 안 된다"(한동수 변호사) 등의 강한 입장이 나오기도 했다.

보완수사권 폐지 등 형사사법체계 개편을 논의 중인 국무총리실 산하 검찰개혁추진단에서는 당초 지난해 안으로 중수청법·공소청법 입법이 추진될 것으로 관측됐으나 기관 사이 권한 배분과 조직 구성, 인력 재배치 등 세부 쟁점 조율이 이어지고 있다.

ausur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