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틀막'인가 '가짜뉴스 퇴치'인가…與허위조작정보 근절법 여전히 논란

오늘 본회의 상정 후 내일 처리 예정…위헌 논란 상당 부분 해소했지만
징벌적 손해배상 우려 여전…"언론 자유 위축·정권 편향적 언론 득세"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9회국회(정기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제5차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김현 소위원장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5.12.8/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이승환 임세원 기자 = 더불어민주당의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수정안이 23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는 가운데 법안을 둘러싼 논란이 사그라질지 주목된다.

단순 실수·오인·착오로 생산한 허위·조작 정보의 유통은 처벌하지 않은 방향으로 법안이 수정돼 위헌 논란의 상당 부분은 해소될 것이라는 평이 많다.

다만 법 취지가 왜곡돼 언론의 권력 감기 기능을 약화하거나 정권 편향적인 언론이 득세할 것이라는 우려가 여전하다. 야권에서는 '입틀막 법'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과방위안→법사위안→과방위안?…혼선 극심

23일 정치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민주당은 전날 의원총회를 열고 정보통신망법(허위·조작정보 근절법) '원포인트' 수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이 법안은 23일 본회의에 상정돼 이튿날(24일) 표결에 부쳐질 예정이다.

이번 수정안의 핵심은 허위·조작 정보의 구성 요건을 명확하게 한 것이다. 허위·조작 정보임을 알고도 유통했다면 처벌하고, 단순 실수·오인·착오로 해당 내용을 사실이라 믿고 유통했다면 처벌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취지의 내용이 반영됐다.

애초 지난 10일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서 해당 법안을 처리할 당시 단순 실수·오인·착오로 생산한 허위 정보의 유통은 배액배상 대상에서 제외했다. 헌법상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18일 법제사법위원회 심사 과정에서 단순 허위 정보 유통을 금지하는 '허위정보 유통 금지' 조항이 추가됐다. 이에 따라 허위 정보임을 몰랐어도 해당 내용을 유통했다면 처벌될 가능성이 열렸다.

대통령실과 여당 지도부가 공감대를 이룬 과방위안이 법사위가 뒤집으면서 혼선이 극에 달했다. 대통령실은 민주당 지도부와 정책위를 통해 강한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헌 논란이 소환한 미네르바 판결…"허위 정보도 표현의 자유 속해"

법사위안은 이른바 '미네르바 판결'을 소환하며 위헌 논란에 휩쌓였다. 미네르바는 30대 남성 박 모 씨가 2008년 다음 아고라에서 활동할 당시 쓰던 필명이다.

박 씨는 '정부가 금융기관에 달러 매수를 금지하는 긴급공문을 발송했고 외환보유액 부족으로 환전업무를 중단했다'는 글을 다음 아고라에 올렸으나 해당 내용은 허위였다.

결국 박 씨는 2009년 1월 긴급 체포돼 전기통신기본법 47조 1항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전기통신기본법 47조 1항은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전기통신설비를 이용해 공공연히 허위의 통신(인터넷)을 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됐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박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고 약 100일 만에 석방된 그는 '전기통신기본법 47조 1항'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는 2010년 12월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리며 박 씨의 손을 들어줬다.

헌법상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공익'이라는 불명확하고 추상적인 규정으로 제한할 수 없다는 것이 사유였다. 다수의 재판관은 허위사실 또한 표현의 자유 영역에 속해 보호받아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언론 권력 감시 기능 억압" vs "피해자 실질 구제 계기"

'미네르바 판결'을 근거로 위헌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확산하자 민주당은 사실상 '과방위안'으로 회귀하는 수정안을 마련했다. 위헌 논란을 차단하려는 조처로,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다만 이 법안은 발의 당시부터 일종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입하는 취지로 해석됐다.

법안의 핵심 내용은 허위·조작 정보에 따른 손해액이 증명 또는 인정된다면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배액·배상 책임을 가해자에게 부과한다는 것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허위·조작 정보 근절법이 가짜 뉴스가 범람하는 온라인상 정보의 신뢰도를 높이고 피해자를 실질적으로 구제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그러나 권력자가 이 법을 악용해 언론의 권력 감시 기능을 억압하거나 정권에 우호적인 언론을 부추길 것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언론의 비판 보도에 대한 정치인이나 대기업의 보복 소송 제한 요건이 너무 추상적인 점도 논란거리다. 내용 일부만 허위여도 허위정보로 규정되지만 이는 법원 판례와 배치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정부가 가짜뉴스를 어떻게 하겠다며 직접 나서는 것보다 언론 스스로 팩트체크(사실관계 확인)나 크로스 체크(교차 검증) 기능을 강화해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더 필요하다"며 "정부의 입맛에 맞는 언론만 살아남고 정부의 눈치를 보며 보도하는 것이 제대로 된 언론이라 할 수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mrl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