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은정 리더십 시험대…'세관 마약 수사 외압' 의혹 성과 주목
李 대통령 '세관 마약 수사 외압 의혹' 관련 백해룡 파견 핀셋 지시
동부지검, 대검에 '수사팀 증원' 공문…'잠행' 속 수사 급물살 주목
- 권진영 기자, 김종훈 기자
(서울=뉴스1) 권진영 김종훈 기자
"저에 대한, 수사팀에 대한 우려 잘 알고 있습니다. 독배든, 성배든 주어진 일 마다치 않고 잘 감당해 보겠습니다."-임은정 동부지검장 페이스북(2025.08.22)
'세관 마약 수사 외압 의혹' 수사를 지휘하는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이재명 대통령이 수사 외압을 처음 폭로한 백해룡 경정을 검경 합동수사팀(합수팀)에 파견하라는 '핀셋 지시'를 내리면서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세관 마약 밀수 의혹은 2023년 1월 말레이시아 국적 피의자들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다량의 필로폰을 밀수한 사건과 관련해 서울 영등포경찰서에서 인천 세관 공무원 연루 진술을 확보해 수사하던 중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과 경찰, 관세청 고위 간부들이 사건 은폐를 위해 외압을 행사했다는 내용이다.
당시 영등포서 형사2과장이던 백 경정은 수사를 이끌고 있었으나, 2023년 10월 중간 수사 언론 브리핑을 앞두고 당시 서울경찰청 생활안전과장이었던 조병노 경무관으로부터 '관세청 관련 문구 삭제'를 요청하는 전화를 받았고, 영등포서장이었던 김찬수 총경으로부터는 '용산에서 알고 있다.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며 외압 의혹을 주장했다.
이후 진상 규명 요구가 커지면서 국회에서는 특별검사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던 가운데, 대검찰청은 지난 6월 검경 합수팀을 꾸리고 수사에 나섰다. 대검 합수팀은 같은달 23일 인천공항세관과 세관 직원 주거지 등 10여곳을 압수수색한 이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수사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대검은 지난 8월 22일 "신속한 의사결정이 필요하고 수사 과정의 공정성을 한층 객관적으로 담보"한다는 이유로 임 지검장에게 합수팀의 수사 지휘권을 넘겼다.
같은 날 합수팀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 마약조직범죄수사실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이는 등 관련 의혹 수사에 속도를 내는 듯했다.
그러나 이후로는 수사 진행상황이 외부로 알려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전 정권의 각종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특검팀들에 비해 수사 성과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오는 이유다.
다만 해당 수사에 정통한 인사들의 전언에 따르면 현재 합수팀은 주말과 휴일을 반납한 채 매일 야근을 하며 수사에 전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합수팀의 "철저한 수사"를 당부했다. 백 경정 파견과 함께 임 지검장에게 "필요시 수사검사를 추가해 각종 의혹에 대해 실체적 진실을 철저히 밝히고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성역 없이 독자적으로 엄정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이 특정 사건 수사를 언급하며 인사와 관련해 구체적인 지시까지 내린 것은 세간의 높은 주목도만큼 수사에 박차를 가하라는 의중으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의 이례적인 힘 싣기에 임 지검장이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임 지검장의 리더십이 흔들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일각에는 임 지검장의 수사 의지를 문제 삼는 목소리도 있다. '나는 꼼수다' 출신 시사평론가 김용민 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임 지검장이) 좀처럼 움직이지 않으니, 결국 대통령이 직접 백 경정의 파견을 지시하는 모양새가 되고 말았다"며 "마약 범죄를 발본색원하겠다는 진정한 의지가 있는지 국민들이 점점 의심하기 시작했다"고 책임을 물었다.
백 경정의 합수팀 합류 수순에 견제구도 날아든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백 경정은) 제가 알지도 못하는 마약수사를 덮었다고 턱도 없는 거짓말을 반복해서 제가 직접 형사고소하고 민사상 손해배상도 청구한 사람"이라며 "대통령이 마약을 척결해야지 마약으로 정치하면 안 된다"고 적었다.
실제 백 경정이 합수팀 수사에 합류하기 위해서는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을 통해 수사 지휘권을 발동해야 한다. 대통령실 역시 이 대통령의 지시는 정 장관에게 내려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동부지검은 전날 대검에 수사팀 증원 여부와 규모를 정해달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다만, 백 경정이 합수팀에 합류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백 경정은 뉴스1과 통화에서 "지금의 합수팀은 내가 불법 단체라고 규정했기 때문에 그곳에 들어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새로운 수사팀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realk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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