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민주주의 나라가 독재를"…故김재규 육성 파일 재심서 공개
봉지욱 전 기자 증인신문…군사재판 녹음테이프 제출
김재규 측 "공판조서는 내용 축약…거사 동기 핵심 빠져 있어"
- 박혜연 기자
(서울=뉴스1) 박혜연 기자 = 10·26 사건 당시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총격을 가한 고(故)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이 군사법원에서 당시 진술한 육성 녹음이 공개됐다.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이재권 박주영 송미경)는 24일 오후 김 전 부장의 내란 목적 살인 등 혐의 재심 3차 공판기일을 열고 10·26 사건의 법정 녹음테이프를 입수한 봉지욱 전 JTBC 기자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 중에는 봉 전 기자가 변호인을 통해 제출한 녹음파일이 재생됐다. 녹음파일 중에는 김 전 부장이 생전 군사법원에서 최후 진술로 박정희 전 대통령의 긴급조치 9호를 비판하는 내용의 육성이 담긴 것도 있었다.
김 전 부장은 최후 진술에서 "자유민주주의를 해야 할 나라가 자유민주주의를 하지 않고 독재를 하는데 원칙적으로 정부가 독재라는, 해서는 안 될 일을 저질러 놓고, 자유민주주의하라는 사람을 처벌하니 적반하장격이 돼 버렸다"고 말했다.
해당 녹음파일은 봉 전 기자가 동아일보 기자 출신인 김재홍 전 방송통신위원으로부터 입수한 법정 녹음테이프를 재녹음해 디지털 파일로 변환한 것이다. 이날 봉 전 기자는 녹음테이프 50여 개가 든 상자를 법정에 들고 나오기도 했다.
봉 전 기자는 지난 2020년 5월 JTBC 탐사기획팀에 근무할 당시 128시간 분량의 10·26 군사재판 1심과 2심 녹음테이프를 입수해 보도한 바 있다.
김 전 부장 측 변호인은 "3~4분가량 상당히 많은 분량인데 당시 공판조서에는 내용이 축약돼 있다"며 "피고인이 주장하는 이 사건 거사의 동기라고 할 수 있는 부마 사태(부마민주항쟁)에 대한 의견 등이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봉 전 기자는 "공판조서에 (진술을) 누락하거나 왜곡하고 비틀거나 심지어 반대되는 내용을 써놨더라"며 "김재규 피고인은 지금 자유민주주의를 회복하지 않으면 내년 4~5월경 시민들의 거센 저항이 일어날 거라 예언하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봉 전 기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총격했는데 살인 동기가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것이라는 보도가 나가거나 김재규 전 부장이 우발적으로 한 게 아니고 여러 차례 준비했지만 실패하는 등 차츰차츰 진행한 것이 자세히 알려지면 10·26은 내란이 아니고 민주주의 회복, 민주화 운동의 기폭제가 될 가능성이 꽤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hy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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