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촬영' 황의조 2심도 집행유예…"물의 죄송, 축구 전념"(종합)

"피해자 극심한 고통"…휴대폰 녹화 기능 이용 촬영엔 무죄 유지
황의조 "물의 죄송"…피해자 측 "2차 피해 양형 반영 안 돼, 개탄"

'불법 촬영' 혐의를 받는 축구선수 황의조(33·알라니아스포르)가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1심과 같은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후 법정을 나서고 있다. 2025.9.4/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서한샘 박혜연 기자 = '불법 촬영' 혐의를 받는 전 국가대표 축구선수 황의조(33·알란야스포르)가 2심에서도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3부(부장판사 조정래 진현지 안희길)은 4일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를 받는 황의조에게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피고인의 촬영 범행과 다른 사람의 반포 등 행위로 인해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며 "촬영과 반포 행위의 법정형에 차이가 없는 점과 촬영물 내용이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점을 비춰보면 피고인에 대한 비난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된다"고 지적했다.

다만 황의조가 피해자와 영상 통화 도중 휴대전화 녹화 기능을 이용해 피해자 모습을 촬영한 행위를 무죄로 본 1심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피해자가 영상통화 녹화 사정을 알지 못했고, 그런 사정을 알았다면 자기 모습을 촬영하지 않았을 것임을 보더라도 피해자에게 녹화한다는 점을 고지하지 않은 점이 성매매처벌법에 정하는 위계에 해당하는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성매매처벌법이 규정하는 '위계에 의한 음란물 촬영'은 성매매 행위와 관련을 두고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양형에 관해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 못했다. 수사 단계에서 범행을 부인했고, 당시 입장문 표명 과정에서 피해자 정보 일부를 암시하는 내용을 언급했다"면서 "이는 피해자를 배려하지 못한 행위로 불리한 양형 요소"라고 지적했다.

황의조가 2억 원을 공탁한 점에 관해선 "공탁금을 수령하지 않겠다는 피해자 의사가 표명됐으므로 합의나 피해회복에 준하는 양형 요소로는 볼 수 없다"면서도 "기습 공탁이었다고는 보기 어렵고, (촬영물) 삭제 작업 등을 계속 진행해 추가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노력하는 점에 비춰보면 양형 요소로 참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불법 촬영' 혐의를 받는 축구선수 황의조(33·알라니아스포르). 2025.9.4/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법정에서 선고를 들은 황의조는 이마를 쓸어내린 뒤 아무 말 없이 퇴정했다.

황의조는 법원을 나서면서 "물의를 일으킨 점 정말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많은 축구 팬들에게도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짧은 소감을 말했다.

황의조 측 변호인이 전한 사과문에도 이 같은 내용과 함께 '앞으로는 오직 축구에 전념하고 더 성숙해져서 축구 팬과 저를 응원해 주시는 모든 분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사회에 조금이나마 보답할 수 있는 길을 찾아 실천하겠다'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다만 황의조는 '국가대표로 다시 선발되고 싶다고 했는데 입장 다시 한번 밝혀달라', '상고도 할 건가' 등 취재진 질문에는 일절 답하지 않은 채 법원을 빠져나갔다.

피해자 측은 "어째서 법원이 이 지경이 됐나 개탄하게 된다"면서 아쉬움을 표했다. 피해자 측 변호사인 이은의 변호사는 "1심은 2차 피해 부분이 황의조 때문이 아니라 황의조 형수 때문이라고 표현하고, 황의조도 피해자이기 때문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했다"며 "오늘 판결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이야기하면서도 피해자의 2차 피해가 양형 요소로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선고 전 황의조 측이 4억 원의 합의금을 제시했다고 밝히면서 "피해자가 원하는 합의가 있는 게 아니라고 분명히 말했는데 (황의조 측의) 서면에서는 피해자가 거액을 요구한 꽃뱀이라도 된 것처럼 이야기하고 금액을 맞추지 못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는 식의 표현이 있었다"며 "이래도 되는 건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의조는 상대방 여성 2명의 동의 없이 여러 차례에 걸쳐 영상을 촬영하거나 영상통화를 녹화한 혐의를 받는다.

이 사건은 2023년 6월 한 여성이 스스로 황의조의 전 연인이라고 주장하며 사생활 폭로 글을 올린 것에서 시작됐다. 황의조는 해당 사진과 영상 등이 허위라고 주장하며 경찰에 고소장을 냈다. 이후 경찰은 해당 사건을 수사하던 중 황의조의 불법 촬영 정황을 포착하고 그를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했다.

수사 단계에서 혐의를 계속 부인하던 황의조는 지난해 10월 열린 1심 첫 공판에서 돌연 혐의를 인정했다.

지난 2월 1심은 황의조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200시간의 사회봉사, 40시간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수강을 명령했다.

1심은 황의조가 기습 공탁한 2억 원을 양형에 유리한 정상으로 고려했다. 또 황의조가 영상통화 중 피해자 나체를 촬영한 혐의에 대해서는 "사람의 신체를 직접 촬영한 게 아니라 영상을 촬영했기 때문에 (범행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 무죄를 선고했다.

한편 황의조의 전 연인이라고 주장하며 협박한 인물로 밝혀진 친형수 이 모 씨는 사생활 영상을 유포하고 협박한 혐의로 지난해 9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이 확정됐다.

sae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