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윤 상사중재원장 "K-중재, 아시아 허브로…내년 대법관 출신 영입"
신현윤 대한상사중재원장 취임 첫 인터뷰
- 이훈철 기자
(서울=뉴스1) 이훈철 기자 = 신현윤 대한상사중재원 원장은 "내년에 대법관 출신 상임중재인 영입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 원장은 지난달 31일 뉴스1과 진행한 취임 후 첫 언론 인터뷰를 통해 K-중재산업 활성화 방안으로 추진 중인 대법관 출신 상임중재인 영입 프로젝트를 설명하며 이같이 밝혔다.
법학자 출신으로 지난해 12월 중순 취임한 신 원장은 해외에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각광받는 중재산업이 국내에서 침체된 이유에 대해 정부의 무관심 속 방치와 홍보 부족 등을 꼽았다. 정부 지원과 표준중재계약서 확대, 법원연계형 중재제도 도입, 관련 법 개정 필요성도 언급했다.
신 원장은 이를 통해 우리나라를 아시아 중재의 허브로 키워 해외 기관 및 기업의 국제중재사건을 유치하고 중재산업을 법률서비스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다음은 신 원장과 일문일답.
과거 중재원은 기업 진흥을 목적으로 하는 상공부 산하 소속으로 분류돼 있어서 정부의 무관심 속에 사실상 방치돼 있었다. 법무부로 소속이 이관되면서 현재 중재산업진흥을 위한 기본계획을 수립하여 중재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다.
중재 저변 확산도 아쉽다. 국내 민사본안소송이 매년 80만 건에 달하는 데 비해 국내 중재 사건 수가 기껏해야 400건 미만을 밑돌고 있는 것은 중재의 저변 확산에 성공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국제중재의 경우도 우리나라가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고 국제중재시장에서 큰 소비자임에도 중재원의 국제중재 건수가 연간 50건 미만으로 심각한 불균형 상태에 있다.
중재 저변의 확대를 위해서는 국가적 차원의 체계적인 지원과 협력이 함께 이루어져야 가능하다. 가장 큰 중재 수요자인 공공기관과 공기업을 관할하는 다른 정부 부처의 적극적인 지원과 유기적 협력이 함께 해야 그 실현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지난 5월 1조4000억 원 규모의 UAE 바라카 원전 추가 공사대금을 둘러싼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 간의 분쟁이 런던국제중재법원(LCIA)에 중재신청되는 일이 있었다. 막대한 국가지원과 국민 세금으로 성장해온 국내 공기업과 그 자회사 간의 중재마저 해외 중재기관에 의존함으로써 막대한 외화를 낭비하는 모습을 보니 씁쓸한 생각마저 든다. 이는 우리 중재원의 국제중재 경쟁력이 그만큼 높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지만 국내 공기업이나 공공기관 간의 중재마저 해외 중재기관에 맡기는 관행은 확실히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중재원은 국제중재규칙의 혁신적인 개정작업을 현재 진행하고 있는데 곧 마무리될 것 같다. 그동안 국내 기업의 소규모 해외거래에 치중하던 방식을 탈피하여 대규모 국제거래 사건 유치를 위해 국제중재의 관행에 맞추어 심판정(court) 도입 등 조직과 운영체계를 획기적으로 전환하고 관리요금 등을 합리적으로 개편해 가격경쟁력을 갖추도록 했다. 이를 위해 서울대 로스쿨 원장을 역임하신 장승화 교수께서 중재원 국제중재센터 의장을 맡아 동분서주하고 있다. 매년 해외 전문가와의 협력 및 국제교류 프로그램 등을 통해 글로벌 네트워크도 강화해 나가고 있다. 올해에도 10월 말에 국제중재센터 주관으로 'Seoul ADR Festival'이나 'Asia Civil Law Summit'과 같은 행사를 개최하여 우리 국제중재의 위상을 높이고 해외 중재기관의 각종 행사에서 홍보부스를 운영하는 등 국제중재 유치를 위해 애를 쓰고 있다.
미국을 비롯하여 영국, 프랑스, 홍콩 등은 이미 중재가 상당히 활성화돼 있다. 싱가포르의 경우 전폭적인 국가적 지원에 힘입어 이제 국제중재의 허브로 자리잡아 많은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다. 우리도 중재의 특성과 장점을 활용하여 중재 저변을 확대하고, 우리 실정에 맞는 중재시스템을 구축한다면 가까운 시일 내에 적어도 아시아를 대표하는 선도적 중재기관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K-중재산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중재원의 내부역량을 강화와 유관단체 홍보도 필요하겠지만 중재 저변 확대를 위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중재 이용률이 확대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계약서에 표준중재조항 삽입 또는 표준중재계약서 보급이 권장되어야 할 것이다. 이는 특히 공공기관이나 공기업 등 공공부문에서부터 실천되어야 하며 갑을관계에 있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보호를 위해서도 매우 필요한 일이다. 법적 근거로 되는 국가예산법이나 하도급법을 비롯한 각종 갑을관계법 개정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내년쯤엔 대법관 출신 상임중재인 영입의 윤곽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상임중재인을 영입하려는 취지는 대법관을 포함한 고위 법관이 정년 후 취업제한 기간 중 중재의 심리와 판단을 상시 담당하도록 함으로써 오랜 기간 법관으로서 축적된 전문적 지식과 경험이 중재에 활용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특히 단심으로 끝나는 중재의 특성상 이들 상임중재인에 의해 중재가 이루어지면 그 신뢰도가 더욱 높아지고 장기간의 소송에 따른 막대한 법률비용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다. 중재의 저변을 확대하는 데도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민·상사분쟁이 지속적 증가에도 불구하고 가용 자원의 한계로 법원의 부담이 누적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여 차제에 법원연계형 중재제도 도입을 한번 논의할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법무부는 지난해 12월 중재산업 진흥과 분쟁해결 역량 강화를 목표로 하는 제2차 '중재산업 진흥 기본계획'(2024~2028)을 수립한 바 있다. 중재원은 법무부의 기본계획에서 나타난 정책적 의지와 사회적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5개년 발전계획과 세부시행계획'을 마련하여 구체적 추진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추진전략인 '중재산업 기반 강화'를 위해 정부의 예산지원으로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전자중재 시스템을 신속히 구축하여 사건처리 역량 및 업무 전반의 생산성을 극대화할 계획이다. 특히 공공부문의 중재 이용률 확대에 심혈을 기울이고, 법원, 정부 및 유관기관과의 협조체제를 강화할 예정이다. 곧 이루어질 국제중재규칙 개정을 계기로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중재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많은 국내외 많은 기업의 국제중재 접근성을 제고하고, 본격적으로 국제중재 유치작업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중재는 중재인에 의해 신속하고 전문적인 판정이 가능하며 단심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소송(3심) 대비 2.5배 이상 신속하고, 비용도 최대 90% 절감할 수 있다. 무엇보다 비공개로 심리가 진행되기 때문에 기업과 개인의 비밀 유지에 탁월하다. 그럼에도 중재 이용률이 저조한 것은 중재제도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중재친화적 사회환경 조성을 위해 민·관 합동 세미나, 주요 경제단체와의 공청회, 간담회를 주기적으로 실시하고, 중재 수요의 발굴을 위해 기업, 사업자단체 및 국제중재기관 등과의 소통을 강화하려고 한다. 중재 활용도가 높은 대·중소기업, 정부 부처, 공공기관, 공기업의 계약담당자, 사내변호사, 경영진을 상대로 계약시 중재조항 삽입을 권유하거나 표준중재계약서를 보급하는 밀착형 홍보계획을 실행할 예정이다. 그 밖에 중재원 견학이나 모의 중재대회 개최와 같은 체험프로그램 등 전통적인 방식과 함께 인터넷, SNS 등의 매체를 활용한 디지털 홍보방식도 병행할 계획입니다.
boazho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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