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계획에 추가근무 수당 제외…대법 "기망 행위로 단정 못해"

수입 허위기재로 회생계획 인가…"일시 수입도 반영하는지 몰라" 주장
1·2심 유죄 판단 대법서 뒤집혀…"회생인가와 관련 보이지 않아"

서울 서초구 대법원. 2025.6.9/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박혜연 기자 = 회생절차 중 추가근무 수당을 회생계획안에 기재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는 회생계획 인가 결정을 내리는 법원을 기망한 행위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회생절차에서 사기죄 성립에 관해 대법원이 명시적으로 법리를 설시한 첫 사례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지난달 12일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수의사 A 씨를 유죄로 판단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대구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A 씨는 동물병원을 운영하던 중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도하다 상당한 채무를 지게 되면서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 2017년 10월 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받았다. A 씨는 회생계획안 및 월간보고서 등을 제출하면서 월 수입란에 440만 원 상당의 동물병원 월 급여만 기재하고 아내 명의 계좌로 받은 추가근무 수당(월 160여만 원 상당)은 제외했다.

검찰은 A 씨가 법원을 기망해 2018년 2월 회생계획인가 결정을 받고 이어 같은 해 7월 회생절차 종결 결정을 받아 채권자 31명에 대한 채무 11억7427만 원 중 7억3531만 원을 면제받아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보고 기소했다.

1심은 A 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고 2심도 유죄를 인정해 A 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허위의 재산 관계를 기초로 한 회생계획인가 결정으로 피고인이 실제 면책받을 수 있었던 채무액을 초과해 면책받은 이상 누락된 추정 소득 금액이 아니라 면책금 전체에 대해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추가 수당이 일시적인 수입이라 따로 회생계획안이나 월간보고서에 반영 또는 기재해야 하는지 몰랐다"는 A 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대법원은 "추가 수당에 대한 법률적 평가를 잘못해 기재하지 않았을 여지가 있다"며 "추가 수당을 법원에 사실대로 알렸다고 하더라도 추가 수당의 성격이나 금액 등을 고려했을 때 장래 추정 소득이나 회생 계획의 변제율이 반드시 변경됐으리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파산을 전제로 한 청산 배당액 3억4086만 원에 추가 수당을 모두 더하더라도 A 씨의 회생계획안은 채권자들에 대해 그보다 더 많은 금액을 분배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대법원은 "추가 수당을 반영 또는 기재하지 않은 것이 객관적으로 회생인가 결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거나 이로 인해 회생인가 결정 여부 및 그 내용이 달라질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를 사기죄의 기망행위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원심 판단에는 회생절차에서 사기죄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파기 환송 이유를 밝혔다.

hypar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