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아 출산 후 냉동고 넣어 살해…'36주 낙태' 병원장·의사 구속기소

허위 진료기록부로 사산으로 꾸며…20대 산모도 살인 혐의로 재판에
산모 527명 알선받아 14억 챙겨…검찰 "입법공백에 낙태 성행"

경기도의 한 산부인과 모습.(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2024.6.19/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황두현 기자 = 임신 36주 차 임신부에 임신중절(낙태) 수술이 이뤄진 병원 원장과 집도의가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해당 병원은 낙태를 원하는 산모 500여 명을 알선받아 14억 원이 넘는 수술비를 챙긴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김정현)는 병원장 윤 모 씨와 집도의 심 모 씨를 살인과 의료업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고 23일 밝혔다.

낙태 수술을 받은 20대 산모 권 모 씨는 살인 혐의, 병원에 환자를 소개·알선한 브로커 두 사람은 의료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

윤 씨와 심 씨는 지난해 임신 36주 차에 낙태한 경험을 유튜브에 올린 권 씨의 낙태 수술을 집도해 태아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해당 영상이 논란이 되자 보건복지부는 수사를 의뢰했고, 경찰 수사 결과 고령이던 윤 씨 대신 대학병원 의사이던 심 씨가 낙태 수술을 집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조사에 따르면 심 씨는 지난해 6월 25일 권 씨에 대해 제왕절개 수술을 하여 태아를 출산시킨 뒤 미리 준비한 사각포로 덮고 냉동고에 넣는 방법으로 살해했다.

당시 진료기록부에는 권 씨 건강에 대해 '출혈 및 복통 있음' 등 허위 사실을 기재하고 태아가 사산한 것처럼 꾸몄다. 해당 수술일에는 폐쇄회로(CC)TV도 설치하지 않았다. 수술 사실이 논란이 되자 태아의 사산 증명서를 허위로 발급해 화장대행업자 등에 보여주기도 했다.

경찰은 지난해 10월 윤 씨와 심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에서 기각되자 올해 6월 범죄사실과 증거를 재특정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해 신병을 확보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관련자들을 재조사해 병원 경영에 어려움을 겪은 윤 씨와 낙태 수술을 통해 이득을 올리기로 마음먹고 범행을 벌인 사실을 규명했다.

윤 씨는 수년 전 입원실·수술실·회복실을 폐쇄하는 허가를 받은 뒤에도 2022년 8월~2024년 7월 입원실 3개와 수술실 1개를 운영하며 낙태 환자들만 입원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심 씨는 건당 수십만 원의 사례를 받고 낙태 수술을 집도했다.

이 기간 브로커를 통해 낙태를 원하는 산모 527명을 알선받아 14억 6000만 원의 수술비를 취득하고, 브로커들은 3억 1200만 원의 이득을 챙겼다.

현행 모자보건법상 임신 24주를 넘는 낙태는 불법이다. 하지만 2019년 4월 형법상 낙태죄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처벌 규정은 없는 상태다.

이를 틈타 일부 산부인과와 브로커들이 임신 고주차의 태아들에 대해 고액의 수술비를 받고 수술을 알선·집도하는 등 무분별한 낙태 수술이 성행한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검찰은 "경제적 동기로 생명을 경시하며 저지른 반인륜적 범죄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범죄 수익금이 전액 추징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ausur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