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연금공단 손배 대위 행사, 전액 아닌 책임 비율만 회수" 판례 변경

상계 후 공제→공제 후 상계 방식 변경…사고 피해자 배상 우선 취지
"국민연금 사회보장적 성격 고려…피해자 불리한 해석 정당화 불가"

대법원 전경 ⓒ 뉴스1

(서울=뉴스1) 황두현 기자 = 국민연금공단(이하 공단)이 사고 피해자에게 장애연금을 지급한 후 가해자에게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신 행사할 경우 가해자로부터 연금 전액이 아닌 책임 비율만큼만 회수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가 나왔다.

연금 지급액을 돌려받을 수 있는 범위는 전액이라고 본 종전 판례를 변경한 것이다. 이에 따라 피해자가 받는 금액은 늘지만 공단은 지출한 장애연금액을 모두 회수할 수 없게 된다. 그러나 대법원은 국민연금의 사회보장적 성격상 일부 금액은 공단이 부담해야 한다고 봤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20일 전원일치 의견으로 공단이 A 조합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심의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유지했다.

2016년 1월 A 씨는 택시를 운전하며 신호등이 없는 교차로를 지나던 중 오토바이와 부딪혔다. 이 사고로 사지마비 부상을 입은 오토바이 운전자 B 씨는 해당 택시가 속한 조합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남은 B 씨의 생애 중 얻을 것으로 예상되는 소득과 치료비, 간병비 등을 고려해 조합 측이 6억 9100만 원과 지연 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단했다. B 씨에게 장애연금을 지급한 공단은 이를 돌려받기 위해 2심에서 원고로 소송에 참여했다.

2심은 공단의 손해배상청구권 대위 범위는 장애연금 전액(2650만 원)이 아닌 가해자의 책임비율인 60%에 해당하는 1590만 원이라고 판단했다.

공단은 법원이 택한 '공제 후 상계' 방식이 아닌 2007년 대법원 판례인 '상계 후 공제' 방식에 따라 장애연금 전액이 대위 범위에 포함되어야 한다며 상고했다.

공제 후 상계 방식에 따르면 가해자의 총 배상액 중 공단이 장애연금으로 지급한 액수가 먼저 공제돼 피해자에게 지급된다. 반면 상계 후 공제로 하면 총 배상액 중 피해자의 과실 비율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공단과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지급하게 된다.

대법원은 공제 후 상계 방식이 정당하다고 봤다. 공단의 손해배상청구권 대위 범위는 가해자의 손해배상액을 한도로 한 연금액 중 가해자의 책임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제한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이에 따르면 공단이 피해자에게 지급한 장애연금 중 1590만 원을 제외한 나머지 1060만 원은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

대법원은 "국민연금법 문언만으로 대위 범위를 반드시 공단이 부담한 연금 급여액 전액으로 보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며 (공단의) 재정 확보를 위해 피해자에게 가장 불리한 해석이 정당화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공단의 손해배상청구권 대위 범위를 두고 연금 지급액 전액이라고 판단한 2007년 대법원 판례가 변경됐다.

대법원 관계자는 "최근 건강보험과 산재보험 판결에서 공제 후 상계설을 채택했다"며 "공단의 대위 범위를 합리적으로 제한하고 피해자가 추가적인 손해를 돌려받을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ausur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