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봉제 임용 뒤 연봉제로 취업규칙 변경…대법 "적용 가능"
1·2심, 불리한 취업규칙 불가 판단했지만…대법서 뒤집혀
"개별 계약 때 구체적 조건 정하지 않았다면…연봉제 적용해야"
- 류석우 기자
(서울=뉴스1) 류석우 기자 = 취업규칙이 불리하게 변경될 경우 근로자의 개별 동의가 없는 한 유리한 근로계약의 내용이 우선 적용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개별 근로계약서에서 구체적으로 조건을 정하지 않았다면 취업규칙상 변경된 규정이 불리하더라도 적용되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대학교수 A씨가 학교법인 영신학원 측을 상대로 낸 임금소송에서 영신학원 측이 A씨에게 약 36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지법에 환송했다고 8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A씨는 지난 1994년 대불대(현 세한대) 조교수로 임용된 이후 2005년 4월 정교수로 승진했다.
영신학원 측은 호봉제를 유지하다 지난 1999년 연봉제 급여지급 규정을 제정해 2000년부터 시행했다. 아울러 연봉제를 적용해 임금을 지급해왔다.
A씨는 이에 영신학원을 상대로 연봉제 시행은 취업규칙의 불이익한 변경이고,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를 받지 않아 무효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그간 4차례에 걸쳐 호봉제를 적용한 임금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그간 A씨의 청구를 모두 받아들였다.
이에 영신학원 측은 지난 2017년 연봉제 급여지급 규정에 대한 전임교원 찬반투표를 실시했고, 과반수의 찬성으로 가결됐다.
그러나 A씨는 연봉제 취업규칙 변경 이후인 2017년부터 2018년 사이에도 기존 호봉제에 따라 지급받아야 할 급여액과 실제 지급받은 급여액과의 차액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 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재판부는 "취업규칙에 정한 내용보다 근로계약에 정한 조건이 근로자에게 유리한 것인 때에는 당연히 근로계약에 정한 근로조건이 취업규칙보다 우선해 유효하게 적용된다"고 판단했다.
이어 "영신학원 측의 주장대로 2017년 연봉제 변경 동의가 적법하다고 하더라도, 유리한 근로계약에 우선해 불리하게 변경된 취업규칙은 적용되지 않는다"며 A씨에게 연봉제 규정은 적용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2심도 영신학원 측의 항소를 기각하며 A씨의 손을 들어줬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도 1심 판단과 마찬가지로 취업규칙이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된 경우 집단 동의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개별 근로계약 부분에 우선하는 효력을 갖지 못한다고 봤다.
그러나 개별 근로계약에서 조건에 관해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는 경우에는 취업규칙 등에서 정하는 근로조건이 근로자에게 적용된다고 판단했다.
실제 A씨는 조교수 임용 이후 재임용됐을 때나, 2005년 정교수로 승진 임용될 당시 학교법인 영신학원 측과 별도로 임용계약서를 작성하거나 임금 등 근로조건에 관해 새로운 약정을 체결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A씨가 1994년 임용된 이후 규정한 바에 따라 급여를 지급받기로 한 것 외에 별도로 임용계약서를 작성하거나 임금 등 근로조건에 관해 약정을 체결하지 않았다"며 "취업규칙상 변경된 연봉제 규정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심의 판단에는 취업규칙과 개별 근로계약의 우열관계,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광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
sewryu@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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