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범 피고인이 증인으로 허위증언…위증 처벌 못해"…대법 판단과 배치
1심 '남산3억 사건 위증' 혐의 이백순·신상훈 무죄…"증인 안돼"
"다른 피고인 증인 될 수 없어" …'위증죄 처벌가능' 대법과 배치
- 이장호 기자
(서울=뉴스1) 이장호 기자 = 피고인이 공범인 다른 피고인의 증인으로 나와 허위의 증언을 했더라도 위증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법원 하급심 판결이 나왔다.
피고인이 다른 피고인의 증인으로 나와 허위 증언을 할 경우 위증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와는 정반대의 판결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8단독 최창훈 부장판사는 9일 이른바 '남산 3억원' 사건과 관련해 위증한 혐의로 기소된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과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남산 3억원 사건'은 이명박 전 대통령 취임식 직전인 2008년 2월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이 전 은행장을 시켜 서울 남산자유센터 주차장에서 이 전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한나라당 의원 측에 현금 3억원을 당선축하금으로 전달했다는 의혹이다.
이 전 은행장과 신 전 사장은 신한은행 자금 2억6100만원을 횡령하는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2017년 대법원에서 각각 징역1년6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2000만원이 확정됐다.
이와 관련 이들은 3억원 전달에 주도적으로 기여했는데도 신한은행 고소 직전까지 몰랐다고 부인하는 등 자신들 재판에서 각각 상대방 혐의의 증인으로 나와 위증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러나 최 부장판사는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최 부장판사는 "우리 대법원은 공범 관계에 있는 공동 피고인의 경우에도 변론을 분리해 증인으로 신문할 수 있고, 허위증언을 한 경우에 위증죄로 처벌할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 부장판사는 "이 같은 판시는 동의하기 어렵다"며 "공범 관계에 있는 공동 피고인은 공동 피고인에 대해서 증인이 될 수 없다"며 대법원 판결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최 부장판사는 "판례에 따르면 공범인 공동 피고인의 진술은 다른 공동피곤에 대해서 증거로 쓸 수 있다"며 "따라서 공동피고인은 피고인 신문 과정에서 반대신문을 할 기회가 충분히 보장되기 때문에 피고인으로서 진술과 증인으로서 진술에 증거 가치상 차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공범인 공동피고인을 다른 공동피고인에 대한 증인으로 신문해야 할 실익이 무엇인지 생각하기 어렵다"며 " 공동피고인의 진술이 다른 공동피고인에 대해 증거로 사용될 수 있음에도 증인으로 신문하는 재판 실무가 어떤 연유로 생겼는지 알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후적으로 위증이라는 형사처벌로 불이익을 가하겠다는 압박을 줘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할 폐단을 낳는다는 일각의 시각을 경청할 필요가 있다"며 "법원은 형사소송법상 재판실무를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므로, 공범인 공동피고인을 증인신문하는 것은 재고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 부장판사는 또 다른 피고인의 범죄사실에 대한 부분에만 증인신문이 한정돼야 하지만,실무에서는 증인으로 선 피고인의 혐의에 관해서도 신문을 받는 경우가 다반사고 그 경계도 모호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대법원이 진술거부권을 고지받은 상태에서 진술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허위의 진술을 할 경우 자기부죄거부 권리(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하는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지만, 이는 자기부죄거부 권리를 실질적으로 유명무실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전 은행장과 신 전 사장이 앞서 함께 공범으로 기소된 횡령 혐의 등 재판에서 서로 상대방의 증인으로 선 것은 증인적격이 없다고 판단,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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