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멘스 "복제 프로그램으로 48억 손해"…법원 "대한상의 책임 아냐"
지멘스, 대한상공회의소 등 상대 민사소송서 '원고일부 승소'
법원 "대한상공회의소 주된 임무 아냐…주의의무도 다해"
- 김규빈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독일 전기·전자업체가 대한상공회의소 산하 훈련기관에서 불법복제 프로그램을 사용해 피해를 봤다며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과 법적 분쟁을 벌였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62부(부장판사 염호준 한지윤 서진원)는 주식회사 지멘스 프로덕트 라이프사이클 매니지먼트 소프트웨어 아이엔씨가 박 회장, 대한상공회의소 산하 교육훈련기관 소속 직원 A씨와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로 판결했다.
2017년 3월 A씨와 B씨는 불법 복제된 지멘스의 설계 프로그램을 대한상공회의소 산하 교육훈련기관 실습실 컴퓨터에 설치를 하고, 이를 교육생들의 교육에 이용한 혐의를 받는다.
같은해 8월 이들은 저작권법위반 혐의로 기소됐고, 이후 벌금 500만원의 약식명령을 확정받았다.
이듬해 8월 지멘스 측은 박 회장 등을 상대로 총 48억원을 배상하라며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재판과정에서 지멘스 측은 "박 회장은 불법행위를 방지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방지하지 못한 책임이 있다"며 "A씨와 B씨는 제품 설계프로그램 46개에 대한 복제권을 침해했고, 교육훈련기관 소속 다른 직원들도 다른 프로그램 60개에 대한 복제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박 회장 측 변호인은 "불법으로 복제한 소프트웨어에 대한 사용 금지 공문을 수차례 보내는 등 주의의무를 다했다"며 "설령 주의의무위반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산하 인력관계 소속의 직원들의 공동불법행위와는 인과관계가 없다"고 반박했다.
A씨와 B씨측 변호인도 "소프트웨어 판매상이 제공한 프로그램을 그대로 설치한 것에 불과해 고의성이 없었다"며 "상공인들을 교육하기 위한 목적에서 설치된 것이며, 대한상공회의소 측에서 경제적 이익을 얻은 바가 없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의 주된 임무는 상공회의소 간의 의견을 종합, 조정하는 것이고 이를 정부에 건의하는 업무를 총괄하는 것"이라며 "박 회장이 A씨와 B씨의 불법행위를 인지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 회장은 상공회의소법에 의해 설립된 대한상공회의소의 회장일 뿐 주식회사의 대표이사가 아니며, 대한상공회의소도 주식회사가 아니다"며 "지역별 인재개발원장이 아닌 박 회장에게 지역별 인재개발원 직원들을 구체적으로 관리·감독하여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대한상공회의소와 이 사건 인력개발원은 인사·예산에 있어서 독립적으로 운영되며 조직체계도 상이해, 대한상의 측에서 주의 및 감독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관련 증거에 따르면 대한상공회의소는 2012년부터 5년간 불법소프트웨어를 사용하지 말라는 공문을 보낸 점이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다만 재판부는 ▲A씨 등이 '영업사원으로 불법 복제된 프로그램을 제공받아 설치했다'고 진술한 점 ▲실습실에 설치된 프로그램이 사용가능한 상태였던 점 ▲A씨 등이 관련 형사절차에서 약식명령을 확정받은 점을 고려해 A씨와 B씨에게는 손해배상책임의 의무가 있다고 봤다.
이에 재판부는 A씨와 B씨가 공동하여 지멘스 측에 프로그램 사용 대가 등을 포함한 금액인 총 2억30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rn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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