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체류 단속 피하다 추락사 외국인노동자…"업무상 재해 아냐"

서울행정법원, 외국인 노동자 A씨 근로복지공단 상대 패소 판결
法 "단속 피하기 위해 무리한 방법 택해…사업자 책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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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외국인 노동자가 출입국관리사무소 단속반을 피해 도주하던 중 사망할 경우 업무상 재해가 아니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박성규)는 사망한 외국인 노동자 A씨의 부인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16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7월10일부터 김포한강신도시 주상복합 신축공사에서 철근공으로 근무했다. 같은 해 8월22일 낮 12시 공장 내 식당에서 식사를 하던 A씨는 출입국관리사무소 단속반원들이 불법취업 외국인 근로자 단속을 하러온 것을 발견했다.

A씨는 단속을 피하기 위해 식당 창문을 밟고 창문을 통해 달아나다가 7.5m 아래 지하로 추락해 외상성 뇌출혈 진단을 받게됐다. 한달 후인 9월8일 A씨는 결국 사망했다.

A씨의 부인은 A씨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지난해 10월22일 소송을 냈지만, 지난 1월21일 근로복지공단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A씨의 부인은 소송을 냈다.

A씨 측은 "A씨의 사업주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불법체류자 단속의 위험을 감수하고 이들을 고용했다"며 "식당 역시 출입구를 1개만 설치했으며, 사업주 측은 A씨를 상당 시간 사고 장소에 방치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사업주가 불법체류자에게 도주를 직접 지시하거나, 도피경로를 사전에 마련해둔 경우에만 업무상 재해로 평가할 수 있다"며 "해당 사고는 산업재해보상보험에 가입되어 있는 사업의 업무와 연관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식당의 시설상 하자가 원인이 되어 추락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평가하기 어렵다"며 "단속반원들의 무리한 신체 접촉으로 사고가 발생했다고 볼 근거도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사건 직 후 사업주 측의 응급조치 등이 미흡했거나 조치 소홀로 사망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며 "A씨가 단속을 피하기 위해 이례적이고 무리한 방법을 택해 도주를 하려다 발생한 사고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해당 판결에 불복한 A씨 측은 항소장을 제출했다.

rn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