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설특검법보다 한층 강화된 '특검 결격사유’ …특정인 염두?

23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한 공무원이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법(특검법)' 공포안이 게재된 전자 관보를 열람하고 있다. 2016.11.23/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윤진희 기자 =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특검법이 기존 상설특검법보다 한층 강화된 '특검 결격사유'를 정하고 있는 것을 놓고 법조계와 정치권 안팎에서 특검후보로 ‘특정인을 배제하거나 특정인을 염두에 둔 포석'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 한층 강화된 특별검사 ‘결격사유’…왜?

이번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은 관련 의혹이 방대하고 관련 인물이 많다. 또 상설특검법의 한계를 넘기 위해 새로 법을 만들었지만 새로 만든 특검법조차 박근혜 대통령을 직접적 수사대상으로 정하고 있지 않고, 강제 수사권이 이전 특검에 비해 강하게 보장되지 않는다.

결국 국정농단과 관련한 일련의 의혹들에 대한 진실규명의 정도는 특별검사의 역량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 때문에 특별검사 임명에 국민의 이목이 쏠려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번 특검법은 지난 2014년 만들어 둔 상설특검법이 정하고 있는 특별검사 자격의 ‘결격사유’보다 한층 더 강화된 기준을 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국회의 입법과정에서 인선요건을 강화하는 것에 대한 또렷한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충분히 진행되지 않았고, 입법과정에서도 그 이유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다.

이번 특검법은 상설특검법도 정하고 있지 않은 ‘15년 이상 판사 또는 검사로 재직했던 경력’을 특검 자격으로 정하고 있다.

또 기존 상설특검법이 “현재 정당 당적이 있는 사람 또는 특검 임명일 1년 이내 당적을 가졌던 사람”을 결격사유로 정하고 있는 반면 이번 특검법은 아예 정당에 가입했던 경력이 있던 사람은 원천 배제하도록 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특정인을 염두에 두거나 특정인을 배제하기 위해 도입한 조항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한 야권관계자는 “특검 후보는 워낙 민감 사안이라 지도부에서만 논의되고 있다”며 “이번 특검법안의 결격사유가 상설특검보다 강화된 것을 보면 특정인을 염두에 뒀거나 배제하려고 했던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야권 관계자는 “15년 이상 판사 또는 검사 경력을 가져다 넣어 놓은 것은 안 그래도 특검후보로 적절한 인사를 찾지 쉽지 않은 마당에 인선폭을 더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하는데 굳이 해당 조항을 법안에 넣어 놓은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 아니겠냐”는 분석을 내놓았다.

당초 국민들이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특검 적임자로 언급하기도 했던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는 정당경력이 있기 때문에 이번 특검법에 따라 특검후보에서 원천 배제된다.

또 채동욱 전 검찰총장을 특검후보로 지지하는 국민여론이 있었지만 우상호 더민주 의원 등이 특검법 여당과 특검법을 합의하는 과정에서 채 전 총장을 후보군에서 배제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는 사실을 밝힌바 있다.

◇ 53개 대기업 수사· 권력의 향배는 오리무중…변호사로서는 ‘부담’

이번 특검은 현직 대통령을 수사대상으로 하고, 대통령의 뇌물혐의와 관련해 53개 대기업을 수사해야한다.

특검법이 15년 이상 판사나 검사로 재직했던 경험을 특별검사 후보요건으로 정하고 있기 때문에 인재풀이 넓지만은 않다.

한 법조계인사는 “특별검사로 임명되려면 어느 정도 실무능력이 검증돼야하기 때문에 법이 정하고 있는 결격사유를 피해 갈 수 있는 후보군은 10명 안팎에 불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특검은 구성 인원면에서는 사상 최대 규모의 특검으로 특검보만 4명에 이른다. 이 때문에 야권에서는 가뜩이나 적은 인재풀에서 특별검사는 물론 특별검사보 4명을 인선하는 것도 만만찮은 작업이 될 것이라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전에 있었던 특검의 경우 특별검사로서 또렷한 수사결과를 내지 못하고도 ‘영전’하는 경우가 왕왕 있었다. 이에 대해 법조계 일각에서는 특별검사직 수행에 따른 ‘반대급부’로 평가한다.

하지만 이번 특검은 앞으로 권력을 누가 쥐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수사를 진행하게 돼 현재 변호사 신분을 유지하고 있는 입장에서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또 아직까지는 임기가 14개월 남은 현직 대통령이 연루된 뇌물죄를 수사해야 하고, 미르·K 재단에 자금을 출연한 53개 기업을 수사해야 한다는 부담도 있다.

이러한 상황이 특별검사직에서 물러난 이후 ‘영전’이 보장되지 않고 다시 변호사로 돌아가야 할 가능성이 높은 이번 특검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 법조계 인사는 “이번 특검의 특수성 때문에 특검이나 특검보로 추천이 돼도 본인이 고사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현재 야권을 중심으로 특검후보군으로 문성우(60) 전 법무차관, 소병철(58) 전 법무연수원장, 박영관(64) 전 제주지검장 등 호남 출신 인사들이 특검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jurist@news1.kr